ADVERTISEMENT

자꾸 눈 비비고 귀 만지네…말못하는 내 아기, 이건 중대 신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행동으로 유추하는 아이 건강


눈 자꾸 비비면 덧눈꺼풀 의심
음식 잘 씹지 못하면 부정교합
귀 계속 만지면 중이염 가능성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대한민국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그러나 아이들은 몸이 아파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한글을 떼지 못한 영유아라면 더욱 그렇다. 대신 행동으로 몸의 이상을 암시한다. 무심결에 지나가기 쉽지만 주의 깊게 살펴야 하는 자녀의 질환 의심 행동과 몸의 변화를 알아봤다.

유난히 햇빛에 눈부셔 한다

사시의 단서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사시는 양쪽 눈이 정렬되지 않고 서로 다른 지점을 바라보는 시력 장애다. 사시라 해서 바로 눈치챌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해다.

한국사시소아안과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어린이들에게 가장 흔한 사시는 간헐외사시다. 말 그대로 평소에는 괜찮다가 간헐적으로 한쪽 또는 양쪽 눈이 바깥쪽으로 향한다는 얘기다. 피곤하거나 졸릴 때, 멍하게 있을 때 등이다. 이로 인해 보호자도 자녀의 사시를 인지하지 못할 수 있다.

간헐외사시는 3~4세 아이들에게 주로 일어나나 돌이 지나지 않은 유아나 청소년기에도 생길 수 있다. 이 경우 유난히 눈부심으로 햇빛에 눈을 뜨지 못하고 자주 눈을 비비는 증상 등을 보인다. 소아의 시력 발달은 보통 8세쯤 완성되므로 시력 저하와 시(視) 기능 손상을 막기 위해 이보다 전에 진단을 받아 치료하는 게 바람직하다.

자꾸만 눈을 비비고 깜빡거린다

덧눈꺼풀이 아닌지 확인해 봐야 한다. 덧눈꺼풀은 속눈썹이 과도한 피부 주름과 근육으로 인해 눈 안쪽으로 말려 들어가 안구를 자극하는 질환이다. 주로 아래 눈꺼풀에 많이 생기며 각막에 생긴 상처로 아이는 눈을 반복적으로 비비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눈곱이 자주 끼고, 눈물 고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심하면 각막염, 결막염도 생긴다. 덧눈꺼풀은 대부분 선천적으로 나타나지만, 외상 후 후천적으로 발생하기도 한다. 크면서 증상이 자연스럽게 호전되지 않고 정도가 심해지면 수술로 교정을 하게 된다.

귀를 계속 잡아당기거나 만진다

중이염의 의심 신호 가운데 하나다. 소아에게 흔한 중이염은 귀 안쪽 고막에서 달팽이관까지 이르는 중이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아이들은 성인과 달리 코와 귀를 연결하는 이관(耳管)이 덜 발달해 있다. 이로 인해 감기에 걸렸을 때 염증이 이관을 통해 중이로 전파돼 중이염을 앓을 수 있다. 생후 6개월이 지나면 발생 빈도가 늘어나며 2세쯤에 가장 많이 생긴다. 심하면 40도까지 열이 오르고 귀의 통증을 동반해 아이들이 자꾸만 귀에 손을 갖다 댈 수 있다. 한양대병원 이비인후과 정재호 교수는 “자칫하면 청력에 이상이 생기고 말을 배워야 하는 시기에 언어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중이염이 생기면 제때 잘 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소리 나는 장난감에 반응을 안 보인다

영유아가 이 같은 행동을 보이면 소리를 잘 듣지 못하는 난청을 의심해볼 만하다. 어린이들의 경우 텔레비전의 볼륨을 키우는가 하면 말을 알아듣지 못해 자꾸만 되물을 수 있다. 난청은 유전적 요인이나 약물, 과도한 소음 노출 등으로 야기되며 최근에는 장시간 이어폰 사용으로 인한 어린이, 청소년 소음성 난청이 증가하는 추세다.

정 교수는 “소음성 난청을 예방하려면 등·하교 시 버스나 지하철 같은 시끄러운 환경에서 이어폰으로 노래를 듣는 등의 행동을 피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신생아 시기 청력이 정상이더라도 자라나면서 지연성 난청이 생길 수도 있으니 초등학교 입학 전 청력 검사를 받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치아

음식을 대충 오물거리다 삼킨다

부정교합은 위턱과 아래턱이 부조화를 이루거나 치아의 수 혹은 배열에 이상이 생긴 상태 등을 가리킨다. 미관상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아이의 저작 기능과 발음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부정교합으로 저작 기능에 문제가 생겨 나타나는 자녀의 행동은 뭘까.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박정진 교수는 “질기고 오래 씹어야 하는 음식을 특히 피하거나, 음식을 잘 씹지 않고 대충 오물거리다 삼킬 수 있다”며 “입술을 편안하게 잘 다물지 못하고 아랫입술이 윗입술보다 더 나와 있어도 부정교합인지 확인해 봐야 한다”고 했다.

대한치과교정학회에서 부정교합 검진을 받아볼 것을 권하는 시기는 만 6세다. 박 교수는 “대개 이 시기에 위와 아래 턱뼈 간 조화로움의 정도, 대략적인 치아의 배열을 예상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아침에 입 벌리기 힘들어한다

치아 마모에 영향을 미치는 이갈이 증상일 수 있다. 이갈이하는지는 자녀와 함께 자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으나 증상이 심하면 아침에 일어나 턱이 뻐근하다고 하거나 턱과 귀, 혹은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할 수 있다.

강동경희대치과병원 치과교정과 강윤구 교수는 “어린이 이갈이는 첫 영구치아가 나는 만 6세부터 유치가 영구치아로 교체되는 만 11세까지 흔히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며 “원인에 대해 알려진 바는 많지 않지만 심리·정서적인 요인과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치료 약 같은 약물 등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본다”고 했다.

초등학생이나 그 이전에 발생하는 이갈이는 일시적이고 흔해 대부분 병으로 취급하지 않는다. 다만 증상이 심하면 갓 나온 영구치를 손상할 수 있어 이를 막을 만한 장치를 사용하는 등의 치료를 하게 된다.

근골격계

반듯하게 눕혀도 한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이때는 목이 기울어진 사경을 의심해야 한다. 소아 사경은 출생 직후부터 5개월 이전까지 영유아에서 비교적 흔하게 관찰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장대현 교수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거나 재우려고 할 때 아이가 머리를 한쪽으로만 돌리려 하고 뒤통수나 이마 모양이 비대칭이면 사경을 의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목과 가슴 부위를 연결하는 근육인 흉쇄유돌근(목 빗근)의 이상으로 생기는 근육성 사경이 가장 흔하다. 손상된 쪽 근육이 수축하면서 머리가 기울어지고 턱이 반대 방향으로 향하게 되는 것이다. 장 교수는 “사경이 지속하면 얼굴 비대칭이나 척추측만증까지 초래할 수 있어 가능한 한 빨리 전문의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증상이 경미하면 재활치료로 2~3개월 이내에 나아지기도 한다”고 했다.

가방끈이 한 방향으로만 흘러내린다

자녀가 가방을 멜 때 끈이 한 방향으로만 내려가거나 한쪽 신발 밑창이 유독 닳아 있다면, 척추가 옆으로 10도 이상 휜 척추측만증을 의심해 봐야 한다. 바로 서 있을 때 양쪽 어깨높이가 다르고, 치마가 한쪽으로 자주 돌아가도 마찬가지다.

고려대구로병원 정형외과 서승우 교수는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보통 척추측만증은 아이들이 급성장하는 11~12세쯤 나타난다”고 말했다.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이 서서히 진행돼 잘 모르고 방치할 수 있으나 심해지면 외관상의 문제 외에 심장·폐 등 주위 장기를 압박할 우려도 있다. 서 교수는 “휜 정도가 20~40도일 때는 보조기를 하고 50도가 넘으면 수술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휴에 아이가 아파요” 돌발 응급 상황 대처법

예고하고 아픈 아이는 없다. 자녀를 키우다 보면 뜻하지 않은 돌발 상황도 벌어지기 마련이다. 부모라면 이러한 응급 상황의 대처법도 알아둘 필요가 있다.

특히나 늦은 밤이나 주말, 공휴일 등에 유용하게 이용 가능한 게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응급의료정보 제공 애플리케이션(앱)이다. 앱을 이용하면 사용자가 있는 위치를 기반으로 문을 연 병·의원과 약국을 안내해 준다. 진료 시간과 과목, 실시간 병상 정보도 함께다. 더불어 달빛어린이병원 정보도 파악할 수 있다. 1일 현재 전국 38곳에서 운영 중인 달빛어린이병원은 만 18세 이하 환자를 대상으로 전문적인 야간, 휴일 진료 서비스를 제공한다. 응급실보다 비용 부담이 적은 데다 응급실의 다른 중환자를 보고 아이들이 무서워하는 일도 방지할 수 있다.

이 앱의 또 다른 기능은 응급처치 교육이다. 동물이나 곤충에 물렸을 때, 신체 기관에 이물질이 들어갔을 때 등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준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