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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北 넘어선 안될 선 알려줘야" 영어 연설…美의회 기립박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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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27일(이하 현지시간) 미 의회를 방문해 상ㆍ하원 합동 연설을 했다. 한국 대통령의 합동 연설은 역대 7번째다. 윤 대통령은 영어로 연설했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 중 다섯 번째로 2013년 5월 당시 박근혜 대통령 이후 10년 만이다. 이번 의회 연설은 앞선 5일 마이클 매콜 이 하원 외교위원장이 방한해 윤 대통령에게 직접 합동연설 초청 의사를 전달했고, 윤 대통령은 이를 흔쾌히 수락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해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미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기 위해 본회의장에 입장해 참석자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 대통령은 “자유에 대한 확신, 동맹에 대한 신뢰, 새로운 미래를 열고자 하는 결의를 갖고 미국 국민 앞에 섰다”며 ‘자유의 동맹, 행동하는 동맹(Alliance of Freedom, Alliance in Action)’이라는 제목의 연설을 시작했다. 평소 틈날 때마다 자유를 강조해온 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도 자유를 46번(제목 제외) 언급했다. 44분간 진행된 연설에서 60여 차례의 박수와 스무 차례 넘는 기립박수가 터져나왔다.

윤 대통령의 연설은 ‘19세기 말부터 시작한 미국의 도움→한국전쟁 때 한국을 위한 미국의 희생→그로부터 맺어진 한ㆍ미 동맹→초기 일방적 지원에서 호혜적 관계로 발전한 양국 관계→인도ㆍ태평양 시대의 동반자로서 한ㆍ미→미래 동맹으로서의 확장’ 흐름으로 진행됐다.

윤 대통령은 한국전쟁을 언급하며 “‘전혀 알지 못하는 나라의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국민’을 지키기 위해 미군이 치른 희생은 매우 컸다”며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한ㆍ미 양국은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면서 새로운 동맹의 시대를 열었다”며 “전쟁의 참혹한 상처와 폐허를 극복하고 번영하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있기까지 미국은 우리와 줄곧 함께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1960년대 초반에 박정희 대통령은 현명하게도 케네디 행정부가 권고한 로스토우 교수의 경제성장 모델을 받아들여 경제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신흥 산업 국가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대한민국은 이제 자유와 민주주의가 살아 숨 쉬는 활력 넘치는 나라로 세계 시민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오후(현지시간) 미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을 하고 있다. 강정현 기자

지난 70년간 동맹의 역사를 “군사 안보 협력뿐 아니라 경제 협력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다. 초기의 일방적인 지원에서 상호 호혜적인 협력 관계로 발전해 온 것”이라고 평가한 윤 대통령은 ^텍사스주 오스틴의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조지아주 브라리언 카운티 현대차 공장 등을 열거하며 “한국 기업들은 미국 내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국빈방문을 계기로 향후 4년간 25억 달러의 투자유치 계획을 밝힌 넷플릭스도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미국이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플랫폼을 만들고, 한국이 ‘오징어 게임’과 같은 킬러 콘텐트를 생산해 공급하는 새로운 양상의 시너지 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가치 동맹으로서의 한ㆍ미 동맹과 관련해 윤 대통령은 “세계 도처에서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가 진실과 여론을 왜곡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있다”며 “허위 선동과 거짓 정보로 대표되는 반지성주의는 민주주의를 위협할 뿐 아니라 법의 지배마저 흔들고 있다”고 우려했다. “전체주의 세력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위협하고 부정하면서도 마치 자신들이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인 양 정체를 숨기고 위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피와 땀으로 지켜온 소중한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시스템이 거짓 위장 세력에 의해 무너지지 않도록 우리 모두 힘을 합쳐 용감하게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한 문제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레이건 대통령이 말한 바와 같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는 지점이 있으며, 절대로 넘어서는 안 될 선이 있다’는 것을 북한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며 “한층 강화된 확장억제 조치에 합의했다. 날로 고도화되는 북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ㆍ미 공조와 더불어 한ㆍ미ㆍ일 3자 안보 협력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지난해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 비핵화 프로세스로 전환한다면 북한의 민생과 경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하겠다는 ‘담대한 구상’을 제안했다”며 “북한이 하루빨리 도발을 멈추고 올바른 길로 나오기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는 말도 했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 정부는 북한 인권 보고서를 최초로 공개 발간했다”며 “여기 계신 의원 여러분들도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인권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함께 힘써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사회를 향해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은 정당한 이유 없이 감행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력 공격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했고, “인도ㆍ태평양 지역 내 규범 기반의 질서를 강화하기 위해 주요 파트너들과 협력을 포괄적이고 중층적으로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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