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자이툰 부대 철군 주장은 단견(短見)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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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여야 국회의원 상당수가 이라크 주둔 자이툰 부대의 철군을 강력히 요구하고 나섰다. 정부는 이미 파병 연장 방침을 정하고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측에 통보한 상황인데 말이다. 철군 주장을 영 터무니없는 것으로 치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당장 철군해야 한다는 주장은 너무 조급하고 근시안적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해외 파병 역사는 다양하다. 현재 수백 명 이상의 우리 군이 파병돼 있는 나라들만 해도 이라크 외에 아프가니스탄.인도.파키스탄.그루지야.라이베리아.부룬디.수단 등이 있다. 과거에는 월남은 물론 걸프전 당시 사우디 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에 파병된 적이 있고 분쟁지역인 소말리아.앙골라.동티모르.서부 사하라 등에도 파병한 적이 있다.

이런 파병을 통해 우리는 크고 작은 소득을 거뒀다. 동티모르에서 벌인 우리 군의 평화유지 활동이 국제적 모범사례로 꼽힌다. 월남전을 통해 우리는 막대한 정치.경제.군사적 이익을 볼 수 있었다. 자이툰 부대 역시 모범적인 대민 봉사활동을 통해 현지 주민들 사이에 호평을 받고 있다.

2년 반 전 자이툰 부대 파병 당시 정부는 미국의 대북한 강경론을 무마할 수 있을 것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바 있다. 당시 파병 반대론을 의식한 대증요법(對症療法)이었다. 그러나 오로지 북한 문제만을 고려해 파병한 것은 아니었다. 원만한 한.미 동맹 관계를 유지할 필요성, 우리나라 지위에 걸맞은 국제사회 기여의 필요성, 정치.경제적 실리 추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었다.

특히 지금 한.미 관계가 원만치 못한 것은 누구나 아는 일이다. 이 정부의 반미적 행동에도 불구하고 이나마 두 나라 관계가 유지되고 있는 것은 이라크 파병 덕이 크다. 동맹 관계라는 점 때문에 파병을 했다면 철수할 때 역시 동맹 관계를 고려해야 한다. 미국의 입장을 고려해 줘야 한다. 기왕에 보낸 것이라면 미국이 원하는 시기에 맞춰 주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과의 관계에서 우리가 확보해야 할 국익이 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