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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해, 항소심도 무기징역…재판부 "'가스라이팅 살인'은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이은해(32)와 조현수(31). 연합뉴스

이은해(32)와 조현수(31). 연합뉴스

‘계곡 살인 사건’으로 1심에서 무기징역이 선고된 이은해(32)가 2심에서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26일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 원종찬·박원철·이의영)는 살인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은해와 공범인 내연남 조현수(31)에 대해 각각 무기징역과 징역 30년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살인은 회복이 불가능한 용납되지 않는 중범죄로, 보험금 8억원을 노려 두 차례 살인 미수와 살인을 한 죄책이 매우 무겁다”고 말했다. 이어 “살인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구호 의무를 의도적으로 불이행했는데도 양심의 가책 없이 보험금을 청구했다”며 “유족의 고통이 상당하지만 피해 회복도 이뤄지지 않았고, 범행을 부인하고 은폐해 도주한 정황도 불량하다”고 덧붙였다.

이은해는 내연남 조현수와 함께 남편 윤모(사망 당시 39세)씨의 사망보험금 약 8억원을 노리고 2019년 6월 경기도 가평의 계곡에서 윤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9년 2월과 5월 두 차례에 걸쳐 복어 매운탕을 끓여 윤씨에게 먹이고, 낚시터에서 윤씨를 물에 빠트려 살인을 시도한 혐의도 있다.

재판부,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은 인정하지 않아  

사건이 일어난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 연합뉴스

사건이 일어난 경기도 가평의 한 계곡. 연합뉴스

재판부는 다만 작위(적극적)에 의한 살인 혐의는 1심과 마찬가지로 인정하지 않았다. 수영을 못하는 윤씨에게 물에 뛰어들도록 부추기고, 윤씨가 허우적대는데도 구하지 않아 사망에 이르게 한 소극적(부작위) 살인 행위만 인정한 것이다. 통상 작위 살인은 인정될 경우 부작위에 의한 살인보다 더 중하게 처벌된다.

검찰은 “장기간 생활고 등으로 자존감과 합리적 판단 능력을 상실한 피해자로 하여금 이은해의 요구를 쉽게 거부하거나 저항하지 못하도록 심리적으로 제압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재판부는 “피해자의 비합리적·비상식적 행동은 경제적 영역에서 이뤄졌다. 다른 영역에서 심리적 통제나 지배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경제적 수단은 통제한 반면, 피해자 자체를 통제하려는 의도는 발견하지 못했다.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은 인정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판단의 근거로 2019년 2월 강원도 양양 펜션에서 이은해와 조현수가 윤씨에게 술을 먹이려 했지만 윤씨가 이를 거절했던 사실 등을 거론했다. “피해자가 (이은해에 대한) 경제적 지원을 거절하지 못한 이유는 이를 부양의 의무로 인식했기 때문이며, 다이빙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 건 화해의 자리로 생각하고 심기를 거스르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취지의 조은경 동국대 교수(범죄심리 전문가)의 자문 결과도 인용했다.

이은해와 조현수. 사진 인천지검

이은해와 조현수. 사진 인천지검

이은해 측은 “윤씨의 사인은 급성 심정지”라며 윤씨가 물에 뛰어드는 과정에서 심장이 멈춰 사망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제출한 의견서와 경북대 법의학실 사실조회 결과 일부 피고인의 주장에 부합하는 면이 있다”면서도 “법의학자 의견을 종합하면 피해자의 사인은 ‘물 흡입 익사’로 판단된다”고 했다.

“피해자가 물에 떨어진 후 떠올라 어느 정도 허우적거리며 익사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피고인들은 계획적으로 구조활동을 안 했거나 구조활동의 외관만 만들었다고 판단된다. 낙수 지점에서 대기하거나 튜브를 던지지 않았고, 조현수는 빨리 이동이 가능한데도 튜브를 타고 매우 느리게 이동했다”고 지적했다.

눈물 흘린 남편 윤씨 유족…“법원 판단 존중”

이날 방청석에서 재판을 지켜보던 윤씨의 유족은 항소심 선고가 나오자 소리 없이 눈물을 흘리며 법정을 나섰다. 윤씨의 매형 박모 씨는 재판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가스라이팅에 의한 살인이 이 사건에서 시범적으로 (인정)될 거라 기대했었다”고 아쉬움을 표하면서도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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