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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 주는 어른 있었다…마약사범 131명 중 미성년자만 15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22년 2월 27일 서울 방화동의 한 골목길에서 대마를 판매하는 성인 남성 1명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성인 여성 구매자 3명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022년 2월 27일 서울 방화동의 한 골목길에서 대마를 판매하는 성인 남성 1명이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성인 여성 구매자 3명에게 다가가고 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1. 2021년 당시 18살이었던 서울 학교 밖 청소년 A양은 페이스북 친구를 통해 호기심에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걷잡을 수 없는 중독에 빠진 A양은 심각한 착란 증상을 겪어야 했다. 그해 6월 경찰에 붙잡힌 A양은 “필로폰을 끊겠다”고 약속했지만, 두 달 뒤 다른 투약 현장에서 체포됐다. 경찰 조사 결과 A양이 마약 투약으로 검거된 것은 세 번째였고, 대가를 받고 마약을 판 적도 한 차례 있었다. A양은 결국 검찰에 구속 송치됐다.

#2. 같은 해 16살이었던 B양은 평소 친했던 동네 친구를 통해 처음 필로폰을 접했다. B양은 경찰 조사에서 “궁금해서 시작했는데, 필로폰 없이는 금세 우울해지고 투약 충동이 강해졌다”며 “마약 제공자들이 나쁜 사람인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계속 만나게 됐다”고 진술했다. B양은 현재 어머니와 할머니의 보살핌 속에 필로폰을 끊고 검정고시에 합격해 대학 진학을 준비하고 있다. B양은 호기심에 마약을 접하는 청소년을 위해 상담학을 전공하고 싶다는 뜻을 경찰에 전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압수수색한 마약 판매상의 주거지에서 필로폰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가 무더기 발견된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가 압수수색한 마약 판매상의 주거지에서 필로폰 투약에 사용된 주사기가 무더기 발견된 모습.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대장 안동현)는 2021년부터 지난달까지 미성년자 15명과 조폭 1명을 포함한 마약사범 131명을 검찰에 송치(구속 19명)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16~18세 미성년자 15명은 주로 페이스북 등 SNS나 앙톡·즐톡 등 랜덤채팅 앱, 학교 친구나 동네 친구들을 통해 성인 마약상을 만나 필로폰을 시작했다. A·B양처럼 호기심으로 접근했다가 중독돼 투약을 반복한 경우가 많았다.

미성년자에게 필로폰을 무상 제공하거나 함께 투약한 성인도 17명에 달했다. 연령대도 20대 10명, 30대 3명, 40~50대 4명으로 다양했다. 대다수가 상대가 미성년자인 것을 알고도 같이 투약했다고 경찰은 전했다. 다만 경찰은 “성적 목적이 있었던 성인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덧붙였다.

2021년 9월 15일 서울 강남 노상에서 상선 D씨(35)와 하선 E씨(42)가 차량에서 필로폰과 액상대마를 거래하고 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2021년 9월 15일 서울 강남 노상에서 상선 D씨(35)와 하선 E씨(42)가 차량에서 필로폰과 액상대마를 거래하고 있다. 사진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경찰이 이 사건으로 검거한 마약류 판매자는 30대 조폭 C씨 등 39명이다. C씨는 조폭 생활을 하다 교도소에서 마약상을 알게 돼 출소 후 마약을 팔기 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태국에서 필로폰·야바 등을 식료품으로 위장해 국제우편으로 보내거나 속옷에 숨겨 귀국하는 수법으로 들여온 뒤, 수도권 일대에서 던지기 수법으로 판매하거나 직접 미성년자들을 만나 마약을 건넸다. 모두 알음알음 연결된 상·하선 사이로, 조직적 범행은 없었다. 경찰은 이들로부터 필로폰 600g과 야바·합성대마·엑스터시·케타민 등 시가 20억원 상당의 마약류 1.5kg와 범죄수익금 1000만원을 압수했다.

진화하는 마약범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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