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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나라한 출산 드러낸 영화…48살에 본드 딸 낳은 그녀의 도전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데드 링어' 시사회에서의 레이첼 와이즈. AP=연합뉴스

지난 11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데드 링어' 시사회에서의 레이첼 와이즈. AP=연합뉴스

 배우 레이첼 와이즈를 영화 '미이라'(1999)에서의 앳된 역사학자로만 기억한다면,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1970년생인 와이즈는 '미이라'로 첫 메이저 데뷔를 한 뒤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쌓아왔다. 여러 영화제에서 주목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와 '나의 사촌 레이첼'도 있으나, '블랙 위도우'부터 007 시리즈에도 출연했다. 흥행과 작품성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아 온 '촉'이 있는 셈이다. 그런 그의 최신작은 드라마, '데드링어'다. 뉴욕타임스(NYT)부터 BBC까지 23일(현지시간) 그와의 인터뷰 기사를 쏟아낸 배경이다.

레이첼 와이즈가 출연한 '미이라' 포스터.

레이첼 와이즈가 출연한 '미이라' 포스터.

와이즈의 이번 선택은 작품성에 더 무게를 둔 분위기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원작 영화는 임신과 출산의 과정을 꾸밈없이 묘사해 당시에 꽤나 논란을 불렀다. 이번 드라마 역시 다르지 않다. NYT가 드라마를 두고 "끔찍한 영광인 임신과 출산"이라는 표현을 쓴 까닭이다. 출산의 고통과 그 과정의 피범벅 수술현장 등이 1화부터 꾸밈없이 나온다고 한다.

와이즈에겐 더 큰 도전이 있었으니, 그가 1인 2역을 해야 한다는 점이다. 외모는 판박이이지만 성격은 판이한 쌍둥이 산부인과 의사를 모두 와이즈가 연기한다. 둘은 다양한 출산 과정 수술에 대한 이견으로 논쟁을 벌인다고 한다. 와이즈는 BBC에 "보다 논리적이고 자기주장이 확실한 캐릭터를 먼저 촬영하고, 그 다음에 감정적 기복이 있는 캐릭터로 넘어가는 순서를 택했다"며 "두 역할을 동시에 연기하는 것은 굉장한 도전이자 성장이었다"고 말했다.

레이첼 와이즈가 출연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포스터.

레이첼 와이즈가 출연한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포스터.

와이즈가 산부인과 의사 역할을 맡은 것엔 큰 의미가 있다. 원작에선 산부인과 쌍둥이 의사가 남성이었고, 제러미 아이언스가 열연했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와이즈가 제작진에게 "의사를 여성으로 바꾸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고 한다.

와이즈는 NYT에 "자신들의 직업에 최선을 다하고 고민을 끊임없이 하는 것에 있어서 젠더는 중요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고 말했다. 결국 남성이건 여성이건 무관하다는 의미를 전하고 싶었던 셈이다. NYT는 "와이즈는 최근 필모그래피에서 인간의 나약함을 파고드는 다소 실험적인 역할로 자신의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며 "이번 작품 역시 그 맥락"이라고 풀이했다.

2013년 당시 대니얼 크레이그와 레이철 와이즈. 지금도 잉꼬부부다.

2013년 당시 대니얼 크레이그와 레이철 와이즈. 지금도 잉꼬부부다.

임신과 출산은 와이즈의 인생에서도 큰 의미였을 터다. 그는 007 시리즈의 최근작까지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대니얼 크레이그와 2010년 결혼, 2018년 딸을 출산했다. 크레이그는 1968년, 와이즈는 1970년생으로, 둘은 각각 50세와 48세에 부모가 됐다. 초산은 아니었으나 지천명을 바라보는 나이의 출산은 그에게 새로운 깊이의 경험을 선사했다.

그는 NYT에 "임신을 하면 사람들이 쓸데없이 무섭고 끔찍한 이야기들을 조심 하랍시고 들려준다"며 "그게 싫어서 나는 열심히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찾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의 결론은 이렇다.

"임신과 출산은 물론 당사자에겐 일종의 상처다. 하지만 그 상처는 치료가 필요없는 상처다. 왜냐하면, 인생의 그저 자연스러운 한 부분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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