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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이냐" 의혹 터졌다…사라진 국왕 뒤엔 22살 연하 킥복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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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로코 모하메드 6세. 2017년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이다.. AP=연합뉴스

모로코 모하메드 6세. 2017년 프랑스 대통령실인 엘리제궁을 방문했을 때의 사진이다.. AP=연합뉴스

국왕과 킥복서. 언뜻 잘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지만 모로코의 모하메드 6세와 아랍계 독일인 킥복서 아부 아자이타르의 경우는 예외다. 둘의 우정은 두터움을 넘어 찰떡궁합에 가까울 정도다. 문제는 우정도 지나치면 독이 된다는 것. 1999년 즉위한 모하메드 6세가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숫자가 현저히 줄었는데, 영국 이코노미스트가 최신호에서 그 이유로 아자이타르를 지목했다.
이코노미스트 기사의 제목은 '모로코의 사라진 국왕 미스터리.' '모하메드 6세가 2018년 독일인 킥복서를 친구로 삼은 이후, 그의 모습은 거의 볼 수가 없다'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모로코식 국정농단 의혹이 이는 부분이다.

아자이타르와의 우정이 시작된 후 모하메드 6세가 가장 많이 언급되는 곳은 아자이타르의 인스타그램 계정이다. 32세의 이 킥복서는 54세의 국왕이 자신에게 하사한 각종 선물 등을 자랑해놓고 있다. 아자이타르는 둘이 함께 찍은 사진엔 "나의 친애하는 국왕께는 어떤 감사의 말도 부족하다"라고 적었다.

모로코 핫산 2세(오른쪽)와 장남 현 모하메드 6세. [위키피디아]

모로코 핫산 2세(오른쪽)와 장남 현 모하메드 6세. [위키피디아]

모하메드 6세는 한때 강력한 왕권을 행사했던 인물이다. 장남인 그는 아버지 하산 2세로부터 일찌감치 후계자로 낙점됐고, 부친의 붕어 이후 바로 즉위했다. 당시 서른이었던 젊은 국왕은 여러모로 수완가임을 증명했는데, 재산 증식에도 능했다. 경제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그가 불린 재산은 최소 20억, 최대 80억여 달러(2조660억~10조650억여원)에 달한다. 포브스는 모하메드 6세를 두고 "아프리카에선 1위, 전 세계에선 15위의 부호 국왕"이라고 전했다.

왕세자와 국왕으로서도 의무를 게을리한 적은 없다고 한다. 군 복무도 마쳤고, 모로코의 전 식민통치국이었던 프랑스에서 학위를 받고, 유럽연합(EU)의 본부가 있는 벨기에 브뤼셀에서 법학과 외교 전공을 살려 관계 기관에서 근무한 뒤 귀국했다.

아랍계 독일인 킥복서 아부 아자이타르(왼쪽)가 모로코 모하메드 6세 국왕과 함께 찍은 사진. 아자이타르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1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Instagram]

아랍계 독일인 킥복서 아부 아자이타르(왼쪽)가 모로코 모하메드 6세 국왕과 함께 찍은 사진. 아자이타르의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사진은 10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 [Instagram]

모하메드 6세는 그러나 MBTI 성향으로 따지면 극 I, 즉 내성적 성향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그는 1999년 즉위 이후 한 번도 직접 기자회견을 열거나 인터뷰를 한 적이 없다. 행사 등 공식 석상엔 자주 얼굴을 드러내며 국왕으로서의 의무를 다했지만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이 되는 것을 즐기지는 않은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렇게 내성적인 모하메드 6세가 5년 전, 아자이타르라는 킥복서와 함께 해맑은 미소를 지은 채 쌍둥이처럼 웃고 있는 사진이 공개된 것은 모로코 국민에겐 충격이었다"고 전했다.

혹시 32세 복서와 54세 국왕이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의혹도 일 법하다. 모하메드 6세에겐 왕비와 자녀가 있다. 국왕보다 15세 연하인 왕비인 랄라 살마는 평민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모로코의 국모가 됐다. 랄라 살마 왕비는 공학도 출신으로, 한 파티에서 모하메드 6세를 만났다고 한다. 모하메드 6세는 모로코를 포함한 아랍 지역 국왕이 일부다처제를 허용하는 관례를 깨고, 일부일처를 선언해 이목을 끌기도 했다.

모로코 랄라 살마 왕비 [위키피디아 커먼스, By Pierre Albouy]

모로코 랄라 살마 왕비 [위키피디아 커먼스, By Pierre Albouy]

랄라 살마 왕비는 모하메드 6세에게 여성의 권리 진작을 위한 다양한 조언을 했다고도 한다. 아랍계 국가임에도 모로코 헌법은 19조에서 "남성과 여성은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그리고 환경 및 시민으로서의 문제에 있어서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린다"고 적시하고 있다. 이 헌법은 2011년 모하메드 6세 치하에서 개헌된 것이다.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위키피디아 커먼스]

모로코 국왕 모하메드 6세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백악관 집무실에서 담소를 나누고 있다. [위키피디아 커먼스]

모하메드 6세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및 다양한 세계 리더들과도 직접 외교 전선에 적극 나서는 등, 조용하지만 확실한 통치를 해왔다. 그런 그가 갑자기 공개 활동을 접다시피 한 것을 두고 이코노미스트는 "모로코 내에서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인해 생필품 가격이 17%나 급등하는 등 인플레이션이 심각한데도 국왕이 현실 정치를 등한시하면서 국민 불만이 쌓이고 있다"며 "아직까지는 '하야'라는 단어까지는 언감생심이지만, 스페인 모델도 거론되고 있다"고 전했다. 스페인 모델이란,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이 다양한 스캔들에 휘말렸다가 스스로 왕위에서 내려왔던 사건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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