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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간 꾸준히 오른 종목인데…SG발 무더기 하한가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외국계 증권사 SG(소시에테제네랄) 발 무더기 하한가 여파가 이틀째 이어졌다. 커지는 ‘빚투(빚내서 투자)’ 공포감에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주가 상승을 이끌어왔던 2차 전지주에 대한 과열 경고를 내놓으며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동반하락했다.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48p(1.37%) 내린 2,489.02, 코스닥 지수는 16.52p(1.93%) 내린 838.71, 달러·원 환율은 2.6원 내린 1,332.2원에 장을 마감했다. 뉴스1

2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명동점 딜링룸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34.48p(1.37%) 내린 2,489.02, 코스닥 지수는 16.52p(1.93%) 내린 838.71, 달러·원 환율은 2.6원 내린 1,332.2원에 장을 마감했다. 뉴스1

25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1.27% 내린 2489.02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지수가 2500선 밑으로 내려간 건 지난 7일 이후 처음이다. 코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1.93% 내린 838.71에 장을 마감했다. 그나마 코스닥 지수는 장 중 3% 이상 급락한 뒤 낙폭을 줄였다.

SG발 하한가의 여진은 이틀째 계속됐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한 8개 종목 중 서울가스와 대성홀딩스, 삼천리, 세방, 다우데이타, 선광 등의 주가는 개장과 동시에 가격제한폭(-30%)까지 하락했다. 전날 하한가를 기록했던 다올투자증권(-9.92%)과 하림지주(-13.13%) 등의 하락 폭도 컸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이들 종목이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한 이유는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이들 종목은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의 하락 없이 주가가 꾸준히 올라온 종목들이다. 삼천리(499%)와 선광(401%), 서울가스(376%) 등은 지난 2년간 상당한 주가 상승률을 보였다. 그런데 지난 24일 SG증권에서 대량의 매물이 쏟아지며 의문의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는 차액결제거래(CFD)를 통한 레버리지 투자를 하다 증거금 부족 등으로 반대매매가 벌어진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돼 왔다.

CFD는 실제 주식을 보유하지 않고 증권사를 통해 매수 금액과 매도 금액의 차액만 결제하는 일종의 파생금융상품이다. 40%의 증거금만 유지하면 2.5배의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는데 양도소득세도 적어 고액자산가나 전문투자가가 주로 이용하는 투자 기법이다. 국내에서 CFD거래는 외국계 창구를 통해 이뤄진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무더기 하한가 사태로 투자 심리는 위축됐다. '빚투'에 대한 경계 심리가 커진 데다, 금융당국의 과열 경고가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2차전지 등 미래성장 신사업 테마주 투자 열풍으로 신용거래가 급증하는 등 주식시장이 이상 과열되고 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 개연성이 있는 종목에 대해서는 신속히 조사에 착수해 엄단하는 등 투자자 보호에 만전을 기하라”고 말했다.

이 원장의 발언이 알려지며 그동안 주가를 끌어온 2차전지 관련주가 무더기 하락했다. 포스코홀딩스(-4.8%)와 포스코퓨처엠(-4.4%), 에코프로비엠(-6.46%), 엘엔에프(-5.4%) 등의 하락 폭이 컸다. 2차전지 소재업체 천보의 주가는 14.85% 떨어졌다. 전날 저조한 1분기 실적을 내놓은 영향이다. 천보의 1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보다 44.2% 감소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일부 종목이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하며 레버리지성 수급(빚투)의 과도한 유입 및 그에 따른 청산에 대한 경각심이 확대됐다”며 “2차전지주 과열을 지적한 정부의 발언이 하락의 추가 촉매 역할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미 주식시장에는 '빚투' 경고음이 세게 울리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4일 기준 신용융자잔고는 20조4319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9일(20조1369억원) 20조원을 넘어선 뒤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코스닥의 신용융자잔고는 지난 24일 기준 10조5630억원으로 지난해 말(7조7609억원)보다 2조8021억원 늘었다. 2022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더 걱정스러운 건 무더기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의 경우 신용융자 잔고율(전체 주식 대비 신용거래 잔고)과 공여율(전체 거래량에서 신용거래 비중) 등 '빚투' 관련 지표가 높은 데 있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전체 종목의 신용융자 잔고율은 0.98%인데 비해 하한가를 기록한 종목의 잔고율 평균은 10%를 넘어섰다. 김정윤 대신증권 연구원은 “신용융자공여 잔고율이 높아질수록 주가 하방 위험 발생시 급매 현상이 더욱 증폭될 수 있다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증권사는 '빚투'의 문턱을 높이고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주요 증권사는 전날 하한가를 기록했던 종목을 포함해 최근 변동성 우려가 커진 종목에 대해 위탁 증거금률을 100%로 올렸다.

금융당국도 무더기 하한가 사태 모니터링에 나섰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전반적인 상황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 안팎에서는 통정거래 등 주가조작 가능성도 제기된다. 통정거래는 매수자와 매도자가 가격을 정해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법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반대매매는 주가가 급락할 때 나오는 건데 해당 종목들은 주가 급락이 없을 때 매물 폭탄이 쏟아져 나왔다"며 "특정 종목의 주가를 끌어올렸던 전형적인 작전주의 패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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