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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FRB' 1분기 예금 반토막…"美은행권 불안 안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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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로이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로이터

미국 중소 지역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의 1분기 예금이 지난해 말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이후 중소은행의 위기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에 따르면 FRB는 실적 발표에서 1분기 말 예금이 1045억 달러(약 140조원)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직전 분기(1766억 달러)보다 40% 넘게 줄어든 수치다.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1450억 달러)를 밑돈다. 블룸버그 집계치는 1370억 달러였다.

이번에 발표된 수치에는 미 대형은행들이 FRB를 구제하기 위해 지원한 300억달러 규모의 예치금도 포함돼 있다. 이를 제외하면 1분기에만 1000억 달러(약 134조원) 넘는 자금이 FRB에서 이탈해 예금이 50% 이상 줄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FRB는 지난달 은행 불안 때 ‘제2의 SVB’ 가능성이 있다는 위기설 속에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을 겪었다.

닐 홀란드 FRB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성명을 통해 “대차대조표를 재구성하고 비용 및 단기 차입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직원 수를 20~25% 줄이고 임원 급여를 삭감하겠다”고 했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은행권 불안이 아직 끝나지 않았으며 수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중소 지역은행에서 느리지만 꾸준한 예금 잠식이 계속될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주 은행권의 1분기 실적 발표에 따르면 심각한 예금 인출 사태는 진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더 큰 문제는 은행권의 대출 감소로 미 경제가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라고 WSJ은 짚었다.

중소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지면서 대출이 감소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객들이 머니마켓펀드(MMF)로 돈을 옮기면 중소은행 예금이 줄어들어 자금 조달 비용이 커진다. 또 중소은행의 대출 비중이 높은 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하락도 위험 요소로 꼽힌다. 데이터그룹 코스타가 집계한 1분기 미 사무실 공실률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9% 높아졌다. 2008년 금융위기뿐 아니라 2000년 조사 이래 최대 수치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 같은 위험을 반영해 최근 미 지역은행 11곳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중소은행의 신용 경색에 따라 미국의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관측도 있다. 골드만삭스는 은행 대출이 2% 감소할 때마다 수익이 10% 줄어들 것으로 봤다. 수익이 줄어들면 대출 여력이 줄어든다. 수익 감소와 대출 축소가 악순환을 만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미국 내 총대출은 3~6%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 이는 올해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을 0.3~0.5%포인트 줄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중소은행의 대출 감소는 특히 중소기업의 경영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 카운티 지역에서 소기업 대출의 90%를 중소은행이 차지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전미자영업협회(NFIB) 설문 결과, SVB 사태 이전인 2월에 비해 대출이 어려워졌다고 답한 중소기업이 9%였다. 이는 2012년 12월 이후 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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