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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중국으로 역진출한 이 물류 기업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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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원롄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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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중국 본토로 ‘역진출’하고, 중동 공략에 나선 기업이 있다. 이 기업은 중국의 산업컨설팅 기관인 후룬(胡潤)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년 글로벌 유니콘 리스트(6월 30일 기준)’ 16위에 오르기도 했다. 중국의 물류 업체 지투(極兔速遞 ·J&T Express)의 이야기다.

지난해 1월, 지투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택배 서비스를 개시한다고 정식 발표했다. 이를 위해 양국에 각각 전국을 커버하는 배송망과 현지화 창고 시스템을 건설했다. 중국 본토를 포함해 인도네시아,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캄보디아, 싱가포르, 베트남 등 8개국에 택배망을 보유하고 있던 지투. 중동 진출 이후 전 세계 10개국에 서비스를 제공하는 글로벌 물류 업체로 거듭났다.

지투는 해외 시장부터 공략한 물류 업체로 유명하다. 2015년 설립된 젊은 기업이자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 달러 이상 비상장 스타트업)으로, 그 가치가 1300억 위안(약 24조 2900억  원)에 달한다.

‘선 본토, 후 해외’ 공식 깬 中 물류 업계 ‘이단아’

지투는 중국 물류 업계 판도를 뒤흔든 ‘이단아’로 유명하다. 2015년 설립했지만, 2020년이 되어서야 중국 본토에 발을 들였다. 지투는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해 해외 시장을 넓혔다. 지투의 창립자 리제(李傑)는 인도네시아와 인연이 깊다. 인도네시아는 그가 스마트폰 업체 OPPO에 임원으로 있던 시절 총책임을 맡았던 지역이다.

리제는 OPPO에서 현지 시장을 개척했던 경험을 토대로 인도네시아를 우선 공략했다. 이후 5년 동안 지투는 중국 본토가 아닌 동남아 시장을 먼저 평정했다. 중국 기업 성장 공식은 주로 ‘선(先) 본토, 후(後) 해외 진출’이다. 지투는 이와 완전히 반대되는 행보를 보인 것이다.

2020년 3월, 중국 본토에 착륙한 지투는 1년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빠르게 세를 불렸다. 일일 처리 건수는 2000만 건 이상으로 급격히 늘었다. 2021년에는 동종업계 바이스(百世快遞)를 68억 위안(약 1조 2700억 원)에 인수하여 업계를 놀라게 한 바 있다. 지투의 시장 점유율은 단숨에 1위로 뛰어올랐다.

사진 시나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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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투, 성장을 멈추지 않는 기업

지투의 중동 진출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중국 본토가 아닌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기 때문이다. 지투가 중국 내 1위를 쟁탈했지만, 여전히 업계 경쟁이 치열한 데다, 중국 당국의 규제가 계속 까다로워지고 있어 전략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지투의 성장 과정을 살펴보면, 2015년 인도네시아를 시작으로 동남아 7개국으로 빠르게 확장했고, 운송량 기준으로 한때 인도네시아 1위, 동남아 2위를 차지했다. 이 같은 기반이 중동 등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의 밑거름이 되고 있다.

관련 자료에 따르면, 지투는 2021년 1월 J&T International Logistics (極兔國際)을 설립하고 정식으로 국제 물류 사업을 시작했다. 홍콩-뉴델리, 난징-LA, 선전-파리 등 항로를 개통, 날로 늘어가는 중국 국제 전자상거래 물류 수요를 소화하고 있다.

사진 원롄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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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경제 전문 매체 메이르징지신원(每日經濟新聞)은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지투는 중국의 여타 택배 업체와 달리 ‘쓰리 트랙’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해외 택배망, 중국 본토 택배망, 그리고 국제 항공 택배망이 그것이다. 본토 1위를 사수하며 노하우와 인재를 비축하고, 해외 시장에서는 국제 항공망을 구축하여 승수효과를 얻겠다는 전략이다. 지투에는 여전히 성장 가능성이 많이 남아있다. 중국 국제 전자상거래의 발전과 신흥 시장의 디지털 산업 발전이라는 큰 흐름을 잘 활용하는 게 관건이다.

지투가 중동으로 발길 돌린 이유는?

중동 등 신흥 시장의 잠재력은 지투가 주목하는 부분이다. 관련 통계에 따르면, 중동 지역 인구는 약 4억 9000만 명에 달한다. 전자상거래의 싹이 움트고 있는 중동 시장은 물류 기업이 성장하기에 더없이 좋은 환경이다.

중동 지역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을 연결하는 구간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다시 말해 아프리카와 유럽 대륙 사이에서 매우 중요한 전략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UAE와 사우디아라비아의 지리적 위치는 중동 지역의 거점을 결정한다는 의의가 있다.

사진 IC pho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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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투의 판쑤저우(樊囌洲) 총재는 메이르징지신원과의 인터뷰에서, “UAE와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은 지투가 글로벌 택배망을 건설하는 데 있어 중요한 걸음”이라며 “앞으로 지투는 신흥 시장 개척을 계속 확대해 글로벌 판도를 넓혀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투 따라잡기’, 해외 시장 노리는 中 기업들

해외 시장을 노리는 중국 기업은 지투뿐만이 아니다. 최근 1~2년 사이 숏폼 영상 플랫폼 틱톡(抖音)과 콰이서우(快手)는 라이브 쇼핑 모델을 내세워 해외 시장에서 수익 창출을 시도하고 있다. 앞서 틱톡의 모회사인 바이트댄스(字節跳動)의 부총재이자 전자상거래 사업 책임자인 밥(Bob)은 “틱톡의 전자상거래는 앞으로 5년 내 글로벌 주류 시장에 진출해 수천억 달러의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사진 원롄즈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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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투는 여타 중국 기업과 달리 ‘선 해외, 후 국내’의 순서로 사업을 확장했다. 동남아를 선 공략하며 각지에 물류 인프라를 갖추고 현지화를 통해 자리를 잡았다. OPPO 해외 지사 출신 창립팀이 가진 노하우가 빠른 해외 시장 개척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분석도 있다.

중국에서 지투는 발전 초기 시장(동남아)과 성숙한 전자상거래 시장(본토)을 모두 경험한 업체로 꼽힌다. 물류 업계 후발주자이지만 단기간에 중국 본토 1위를 차지한 다크호스이기도 하다. 그런 지투가 다시 새로운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투의 중동 시장 진출이 업계에서 주목받는 이유다.

박고운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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