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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회수하려면…경매 낙찰가 80%는 돼야 하는데 평균 6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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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천시 미추홀구 전세사기 주택의 경매 낙찰가율(감정평가액 대비 경매 낙찰 금액)이 평균 61%로 나타났다. 정부가 피해 세입자에게 경매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도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 대책이 실효성을 거두려면 낙찰가율이 80% 이상으로 높거나 30% 이하로 낮아야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24일 중앙일보가 피해자 및 법원경매 정보 등을 통해 취합한 자료에 따르면 경매를 통해 낙찰된 미추홀구 전세사기 사례는 106건으로 조사됐다. 대부분 2~3회 유찰된 뒤 낙찰됐기 때문에 낙찰가율은 평균 61%를 기록했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건축왕 남모씨가 주도한 미추홀구 전세사기의 경우 대부분 남모씨가 금융회사에서 선순위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뒤 세입자와 전세 계약을 하는 방식으로 설계돼 있으며, 피해 세입자 대부분이 후순위권자다. 낙찰가율이 주택 평가 가치의 절반 수준이라 후순위인 세입자 대부분이 전세보증금을 떼일 처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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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여당은 지난 23일 특별법을 제정해 전세사기 피해 세입자에게 경매 우선매수권을 부여하는 대책을 내놓았다. 피해자가 매수를 원하면 세금 감면 및 장기 저리 대출을 지원한다. 경매를 통해 제3자가 주택을 낙찰받아 세입자가 쫓겨나는 상황을 막겠다는 의도다. 피해자가 매수를 원하지 않을 때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에서 우선매수권을 행사한다.

금융당국이 주도하고 있는 피해 주택에 대한 경매 유예는 특별법 제정 전 시간을 버는 조치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미추홀구 전세 피해와 관련해 경매 기일이 도래한 38건 모두 연기됐다고 밝혔다. 유예조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지난 20일부터 집계하면 97건 중 93건의 경매 기일이 미뤄졌다. 정부와 여당은 4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가 열리는 오는 27일 특별법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24일 인천시 부평구에 마련된 ‘인천 전세사기 피해지원센터’를 찾아 “당정이 합의한 전세사기 피해 특별법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이 재가한 만큼 긴급히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야당이 주장하는 피해자에 대한 전세보증금 보상 조치는 법에 담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원 장관은 “사기당한 피해 금액을 국가가 대납해 돌려주고, 회수가 되든 말든 떠안으라고 하면 사기 피해를 국가가 메워주라는 것”이라며 “안타깝고 도와주고 싶어도 안 되는 것은 선을 넘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중앙일보의 시뮬레이션 결과 세입자가 우선매수권을 활용해 시세 수준으로 낙찰받아 전세보증금 전부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낙찰가율이 30% 이하여야 한다. 낙찰가율이 이보다 높을수록 우선매수권을 활용하는 세입자의 피해는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세입자가 우선매수권 활용을 포기하고 LH가 경매 낙찰을 받을 경우에는 낙찰가율이 최소 80%는 나와야 세입자가 보증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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