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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녹취론 불충분" 송영길에 금품살포 보고된 증거 쫓는 검찰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을 수사 중인 검찰이 송영길 전 대표로 수사망을 좁히고 있다.

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부장 김영철)는 송 전 대표의 정당법 50조 위반 혐의에 대해 수사 중이다. 정당법 50조는 ‘정당의 대표자로 선출되게 하거나 되지 못하게 하거나, 선거인으로 하여금 투표를 하게 하거나 하지 아니하게 할 목적으로 선거운동 관계자 등에게 금품·향응 등을 제공한 경우’에 처벌하도록 하고 있다. 법 조문상 정당의 대표자로 선출되게 하려는 등의 목적을 요구하고 있는만큼 통상적인 고의보다 더 까다로운 입증이 필요하다.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간) 귀국을 위해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뉴스1

송영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오후(현지시간) 귀국을 위해 파리 샤를드골 공항에 도착했다. 뉴스1

검찰은 송 전 대표가 금품 살포 정황을 알고 있었는지 입증하는 게 관건이라고 보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송 전 대표의 혐의가 성립하려면 막연히 금품이 오갔을지 모른다고 인지했다는 정도로는 안되고, 가령 금품이 흘러간 과정을 보고받는 형태로 알았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이 확보한 녹음파일만 놓고 보면 송 전 대표가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불분명하다.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에게 “내가 조금 ‘성만이 형(이성만 의원)이 준비해준 거 가지고 인사했다’고 (송 전 대표에게)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잘했네, 잘했어’ 그러더라고”라고 했다는 부분이 있지만, 이는 법리적으로 강 회장의 간접 진술에 불과하다.

이정근 전 부총장이 송 전 대표에게 “백업하는 군단을 내가 오늘부터 만들게”라고 말한 부분 역시 단순 친분관계로 해석될 소지가 다분하다. 부장검사 출신의 한 변호사는 “송 전 대표에게 정당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려면 녹음파일만으로는 안되고, 강래구 회장에게서 ‘송 전 대표가 돈 전달한 걸 칭찬했다’는 식의 진술을 받아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지난 21일 구속영장이 기각된 뒤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경기도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뉴시스

강래구 회장과 이정근 전 부총장에게서 바로 송 전 대표로 금품 살포가 보고된 증거가 나오지 않을 경우, 검찰은 돈을 직접 살포한 의혹을 사고 있는 윤관석 의원 등을 상대로 송 전 대표의 인지 여부를 캐물을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로 이 전 부총장이 “호남은 해야 돼”라고 하자 윤관석 의원이 “나는 인천 둘하고 OO이는 안 주려고 했는데 얘들이 보더니 또 ‘형님 기왕 하는 김에 우리도 주세요’ 또 그래가지고 거기서 세 개 뺏겼어”라고 하는 등 이 전 부총장과 윤 의원이 돈 살포를 구체적으로 논의한 녹음파일도 공개됐다.

검찰은 앞으로 윤 의원 등에게 정당법 외에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법에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정치자금을 수수한 경우’에 처벌하도록 하는 조항을 통해서다. 검찰은 이 전 부총장이 윤 의원 등에게 돈을 건넸다는 진술은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윤 의원 등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입증은 상대적으로 용이하다고 볼 수 있다.

일각에선 강래구 회장 구속영장 기각으로 검찰 수사에 차질이 생긴 게 아닌지 의구심을 가진다. 하지만 검찰 관계자는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돈이 오간 사실’을 알고 있었다면, 법에서 요구하는 ‘금품 살포 목적’이 있었다고 해석될 여지가 충분하다”며 “전체적인 수사 개요는 나와있는 상태여서 이를 하나씩 확인해 나가면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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