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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도미노' 교사 채용 2300명 축소…"공교육 부실" 반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2일 강원 강릉시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선생님이 빈 교실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강원 강릉시 한 초등학교 1학년 교실에서 선생님이 빈 교실을 지키고 있다. 연합뉴스

저출산 위기가 도미노처럼 교사 사회를 덮쳤다. 교육부는 24일 ‘중장기(2024~2027) 교원수급계획’을 발표하면서 “2027년까지 초·중등 교사의 신규 채용 규모를 올해 대비 최대 2359명(28%)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4년 뒤 초·중등 교원 최대 28% 감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교육부는 전국 공립 초등 교사의 채용 규모를 올해 3561명에서 2027년에 2600명 내외로, 중·고교(중등) 교사는 올해 4898명에서 3500명 내외로 줄이기로 했다. 내년에 선발할 초등 교사의 인원은 올해보다 약 360명이 줄어든 3200명 내외라고 교육부는 전망했다. 지난해 197명이 줄어든 것보다 감소 폭이 커졌다. 교육부 관계자는 “학생 수가 급감하면서 신규 채용 규모를 점차 줄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2021년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공립 초·중·고 학생 수는 올해 439만6000명에서 2027년 381만7000명으로, 약 58만명(13%)이 줄어든다. 2038년까지 초등학생은 약 88만명(34%), 중·고교생은 약 86만명(46%)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이번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은 학령인구 감소에 선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응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학생 수 감소를 교육의 질을 높일 기회로 활용해 역량 있는 인재를 양성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교대 정원도 감축 불가피

전국에서 모인 교대생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교육 전문대학원 도입 철회, 기간제교사 확대 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에서 모인 교대생들이 지난달 26일 오후 서울 중구 세종대로에서 교육 전문대학원 도입 철회, 기간제교사 확대 정책 중단 등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신규 교원의 채용문이 좁아지면서 교원양성기관도 정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초등 교사를 양성하는 전국 10개 교대와 교원대 등 13개 초등교원양성 기관의 입학 정원은 올해 기준 3847명이다. 2022학년도부터 초등 교사의 신규 채용 규모가 3758명으로 줄어들면서 2년 연속 수요보다 공급이 많았다. 현재의 입학 정원이 유지되면 2027년에는 입학 정원이 선발 인원보다 1200명 더 많아지게 된다. 교육부 관계자는 “교원 양성 규모보다 신규 채용 규모가 작아 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다”며 “교육대학 등과 협의를 통해 양성규모를 단계적으로 조정해나가겠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이번 계획에 대해 “감축 규모를 최소화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교사 1인당 학생 수’라는 한 가지 지표로 필요 교사 수를 산정하던 것에서 국가의 교육책임 강화와 디지털 인재양성 등의 지표를 새로 반영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농산어촌 등 인구감소 지역의 초등학교에는 학교 운영에 필요한 적정 수준의 교원을 배치해 수업과 생활 지도에 필요한 교사를 확보하기로 했다. 또,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디지털 100만 인재 양성’을 위해 정보 교과 교원은 늘어난다. 모든 중·고교에 1명 이상 정보 교과 교원을 배치하고 일정 규모 이상의 초등학교에 전담교사를 둘 계획이다. 초등학교 1~2학년의 학습격차를 줄이기 위해 ‘학습지원 담당 교원’을 추가 배치한다.

“공교육 강화하려면 교원 더 늘려야”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교사 신규채용 감축 등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교육대학생연합 관계자들이 24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 앞에서 정부의 교사 신규채용 감축 등 중장기 교원수급계획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계에선 공교육의 질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조성철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교원 수급은 학생 교육의 질을 좌우하는 핵심 요소다”라며 “갈수록 학교폭력과 비행, 일탈, 우울, 자살 등 학생들의 부적응 문제가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학생 한명 한명을 제대로 살피고 활발히 교감할 수 있도록 정규 교원 확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교육을 강화해야 할 시점에 교원 수 감축은 현실과 동떨어진 대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초·중·고교생의 사교육비 총액은 26조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장원 교사노동조합연맹 대변인은 “학생 수는 감소하더라도 학교에 대한 사회적 기대와 역할은 감소하기는커녕 더 복잡한 양상으로 증가하고 있다”며 “앞으로 고교학점제의 시행과 미래 교육을 위한 토론식 탐구수업 등을 고려할 때 안정적인 교사 수급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경원 정의당 정책위원은 “교육부가 사교육에 해당하는 에듀테크 활용을 늘리면서 정작 교원은 줄이는 접근이 적절한지 의구심이 든다”며 “학생 수 감소를 이유로 교원과 학급, 학교를 줄이면 통폐합과 지역 소멸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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