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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방미 尹 '이것'에 성과 달렸다…前당국자 꼽은 '6대 미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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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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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정상회담은 주고받기다. 동맹 사이엔 일일이 손익 계산서를 따지지 않는다지만 큰 틀에선 받을 것과 내줄 것을 살펴보며 국익을 극대화하려는 사전 작업이 필수다.

중앙일보는 이틀 앞으로 다가온 26일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이뤄야할 '미션(mission)'을 전직 외교안보 고위 당국자와 전문가들에게 물었다. 이들은 5박 7일 동안의 미국 국빈 방문 일정의 화려한 겉모습 뒤에서 막판까지 치열한 물밑 협상을 통해 내실 있는 성과를 가져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다음은 천영우 전 외교안보수석, 위성락 전 주러대사, 김재천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제임스 김 아산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정 북한대학원대 교수의 분야별 제언 및 본지가 취재한 관련 협의 동향.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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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은 윤 대통령의 이번 국빈 방문에 대해 "바이든 행정부 들어 두 번째이자 인도ㆍ태평양 지역 지도자 중에선 처음"이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당시였던 2013년 한ㆍ미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동맹 60주년'을 기념하는 별도의 공동 선언(Declaration)을 채택했듯 이번에도 별도 선언이나 공동 성명(Statement) 도입부를 통해 "70년간 축적된 동맹의 성과"를 앞세울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선 "한ㆍ일 관계 개선에 기반한 한ㆍ미ㆍ일 협력 강화"를 강조하는 등 최근 한ㆍ일 관계의 흐름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문구가 공동 문안에 들어갈 거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한국 정부가 지난해 12월 공개한 '한국판 인도태평양 전략'을 지지하고 관련한 한ㆍ미 협력이 필요하다는 취지의 문구가 들어갈 것"이라고 복수의 외교소식통이 전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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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정상회담 공동성명이 도출될 때마다 가장 주목되는 건 중ㆍ러 관련 문안의 수위다. 자유,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 가치에 있어선 미국과 확실히 밀착하되, 한국이 스스로 정한 마지노선 이상으로는 기울지 않겠다는 전략이 중요하다. '한국형 좌표'를 보여주는 것 자체가 회담의 성과가 될 수 있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 직전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개입, 대만 문제와 관련해 정부가 중ㆍ러와 공방을 벌인 만큼 대중, 대러 관계에 대한 세심한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

중국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2021년부터 2년 연속 공동성명에 들어갔던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 "남중국해의 항행의 자유" 등 문구는 이번에도 유지될 전망이다. 정부 소식통은 "대만 해협의 현상 변경 시도는 한국의 안보에도 상당한 영향을 주며, 우크라이나 전쟁도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대만·우크라이나 관련 문안은 최소한 기존 공동성명의 수위 이상으로 반영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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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미 정부의 기밀 문건 유출 사태의 여파로 정보 공유 확대가 회담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한ㆍ미 정보 동맹은 파이브아이즈보다 어쩌면 더 깊다"며 "정보 공유 확대 대상국에 일본이 포함될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유출 논란을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한ㆍ미ㆍ일 정보 협력체를 마련하겠다는 포석이다.

이번 회담에서 한ㆍ미는 포괄적인 사이버 안보 협력에 대한 별도 문서를 채택할 계획이다. 사이버 적대 세력 억지, 범죄 대응, 핵심 시설 보안 등이 골자인데, 북한 관련 사이버 정보에 국한될 게 아니라 공동의 도전 세력에 대한 포괄적인 정보 공유로 확대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정부는 미국 주도의 인터넷 자유 증진을 위한 연합체인 '온라인자유연대'(FOC) 참여할 방침이라고 한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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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ㆍ외교적 고려가 경제 정책을 좌우하고 이는 곧바로 안보로 직결되는 시대에 한ㆍ미 간에도 경제안보 현안과 외교를 종합적으로 다룰 장관급 협의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ㆍ일 간에는 이미 외교ㆍ경제(상무) 2+2 협의체가 가동되고 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차원의 한ㆍ미, 한ㆍ일 경제안보 대화를 3국 간 핫라인으로 확장할 수도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핵심적으로 다룰 공급망 협력, 반도체ㆍ배터리ㆍ퀀텀 등 신흥 기술 파트너십, 사이버ㆍ우주 분야 협력에 대한 후속 논의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5월 정상 간 합의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진한 원전 협력도 숙제다. 정부 당국자는 "민간 분야의 법적 분쟁으로 국가 간 협력도 제대로 속도를 못 냈는데, 곧 돌파구를 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 원전 업체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제기한 지식재산권(IP) 소송이 최근 봉합 수순에 접어들면서 해외 시장 공동 진출 등 원전 협력이 본궤도에 오를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외에도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반도체법 관련 한국 기업의 피해를 최소화할 묘안을 가져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의회가 아닌 행정부 차원의 조치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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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정상회담 전후로 정찰위성을 쏠 가능성이 높다. 정부 소식통은 "공동성명에 현 정세를 반영한 고강도 대북 메시지가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외신 인터뷰에서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이상의 강력한 대응"을 언급한 윤 대통령은 방미 기간 미군 수뇌부로부터 한반도 안보 상황을 직접 브리핑 받는다.

앞서 대통령실 관계자는 "확장억제 관련 정보ㆍ기획ㆍ실행 면에서 실시되던 여러가지를 하나의 그림으로 모아 발전되고 있다고 느낄만한 조치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물리적인 핵 배치는 없되 양국 간 협의 수준을 나토 이상으로 높이는 '한국식 핵공유' 방안도 협의 중이다. 워싱턴 사정에 밝은 외교 소식통은 "한ㆍ미는 기존의 확장억제 강화 조치를 이번 회담을 계기로 집대성하고, 핵 자산 운용 관련 한국의 발언권을 높일 공동 협의 기구 창설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와 별개로 북한과 대화에 열려있다는 메시지는 일관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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