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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관도 피격 대상 됐다…거리에 시신 널린 수단, 내전 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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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아프리카 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사상자가 속출하며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21일(현지시간) 수단 내전으로 이날까지 413명에 달하는 사망자와 355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고 집계했다. 지난 15일 수도 하르툼에서 시작된 정부군과 반군인 민병대 '신속지원군(RSF)' 간 무력 충돌이 수단 전역으로 번지며 하르툼을 비롯한 곳곳에서 약탈을 비롯해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는 혼란상이 계속되고 있다. 교전에 이어 단전과 단수, 식량 부족에 직면한 하르툼 시민들은 피란길에 오르기 시작했다. 국경을 넘어 차드로 피신한 사람도 1만~2만 명에 이른다고 유엔이 집계했다.

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9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주택가 건물 뒤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수단에서 정부군과 반군 간 교전으로 30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 19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주택가 건물 뒤로 검은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외국 외교관들도 피격 대상이 되고 있다. 17일엔 미국 외교관 차량이 공격받았고, 같은 날 무장 괴한이 주수단 EU 대사관저에 침입한 뒤 직원들을 위협해 금품을 약탈했다고 외신이 전했다. AP통신은 "하르툼 시내는 완전히 접근 불가능한 상태"라면서 "거리에 시신이 널려있어 사상자 규모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보도했다.

교전이 계속되면서 치안이 극도로 악화하자 미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국가들은 수단 내 자국민 후송 조치에 돌입했다. 한국 정부도 21일 수단에 체류 중인 재외국민 철수를 위해 군 수송기와 관련 병력을 급파한다. 일본도 국민 철수를 위해 자위대 소속 수송기를 이날 수단 인근 국가인 지부티로 파견한다.

미국은 자국민 보호와 대피를 위해 지부티에 군 병력을 추가로 보내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홍해와 접한 지부티는 수단과 떨어져 있지만 미군기지가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수단 내 자국민과 외교 인력 등이 처한 위험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며, 정부군과 반군이 최소 23일까진 일시 휴전에 임할 것을 촉구했다.

지난 15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군간 교전은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수단 정부군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왼쪽)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의 권력 다툼에서 촉발된 것으로 관측된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수단 수도 하르툼에서 벌어진 정부군과 반군간 교전은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수단 정부군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왼쪽)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신속지원군(RSF) 사령관의 권력 다툼에서 촉발된 것으로 관측된다. AFP=연합뉴스

이번 교전은 2021년 쿠데타로 집권한 수단 정부군의 압델 파타 부르한 장군과 모하메드 함단 다갈로 RSF 사령관의 권력 다툼에서 촉발됐다.

이들은 30년간 장기독재했던 오마르 알바시르 전 대통령을 2019년 쿠데타로 축출했던 군부의 1·2인자였다. 이후 군부와 야권이 구성한 주권위원회가 새로운 선거와 민정 이양 준비 작업을 진행했지만, 2021년 10월 부르한 장군이 주도한 군부가 다시 쿠데타를 일으키면서 민주화 작업은 중단됐다.

최근 들어 양측은 RSF 소속 10만 병력을 정부군에 통합하는 방안과 향후 지휘 체계를 놓고 갈등을 겪어 왔다. 정부군 병력은 12만 명 수준이고, RSF 병력은 15만 명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월스트리트저널은 19일 RSF와 정부군이 수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리비아와 이집트로부터 각각 군사적 지원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은 이어 20일 러시아 민간용병기업 바그너 그룹이 RSF 쪽에 미사일을 제공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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