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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이정근 닦달에 1000만원 해줬다" 이성만도 돈조달 의혹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과 관련해 일부 자금을 이성만 민주당 의원이 조달했다는 의혹이 20일 제기됐다. 이 의원은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의 성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마련했다”고 주변에 토로했다.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8월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민주당 출신의 전직 의원 A씨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 전 부총장이 전당대회 기간에 이 의원한테 하도 돈을 달라고 닦달하고 괴롭혀서 참다못한 이 의원이 1000만원을 마련해줬는데, 그것 때문에 속앓이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2021년 3~5월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마련된 불법 정치자금 중 8000여만원을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이, 1000여만원을 조택상 전 인천시 부시장이, 500여만원을 민주당 관계자 강모 씨가 조달했다고 보고 있다. 이렇게 마련된 약 9400만원의 불법 정치자금은 민주당 국회의원, 송영길 캠프 지역본부장, 지역상황실장 등 수십여 명에게 전달됐다.

앞서 검찰은 압수수색영장에서 조 전 부시장이 마련한 1000만원에 대해, 강 회장과 이성만 의원, 조 전 부시장이 공모해 조 전 부시장의 지인으로부터 1000만원을 받았다고 적시했다.

그러나 A씨는 “이 의원은 당시 조 전 부시장도 이 전 부총장의 ‘수금 요구’ 때문에 고생하는 걸 알고 있어서 ‘조 전 부시장도 함께 신경 썼으니 그만 좀 괴롭혀라’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조 전 부시장은 돈이 건너간 사실도 몰랐다”고 덧붙였다. 조 전 부시장은 지난 12일 압수수색 후 언론 인터뷰에서 “돈을 주거나 받은 기억이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JTBC가 지난 13일 공개한 이정근 전 부총장과 이성만 의원의 통화 녹음파일에는 이 의원이 2021년 3월 말 이 전 부총장에게 “돈, 내가 내일 주면 안 돼? 내일? 오전 10시에 갈 테니까”라고 말하는 등 두 사람 사이에 돈이 오간 정황이 담겨 있다. 이 전 부총장은 전당대회가 끝난 후 이 의원에게 “고생했네, 우리 또 팀에 와서 또, 수금 전달하고 하느라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성만 의원은 이 전 부총장의 부탁을 받고 돈을 마련했다는 의혹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리해서 검찰에 가서 답변하겠다”고 해명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시된 조 전 부시장과 자금조달 공모 의혹에 대해선 “돈의 흐름과 관련해 공모했다는 내용이 다 포함이 될 것이다. 전체적으로 같이 했다는 그런 것 같다”라고 말했다.

檢 “증거인멸, 회유 정황”…강래구 구속영장 청구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왼쪽)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뉴스1

이정근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왼쪽)과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뉴스1

검찰은 강 회장이 주변인과 말을 맞추고 증거를 인멸한 정황을 포착하고 전날 두 번째 소환 조사 직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강 회장에 대한 영장실질심사는 21일 열린다.

검찰은 정당법 위반과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 관계자는 지난 12일 압수수색 후 일주일 만에 구속영장을 청구한 배경에 대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며 “ 증거인멸, 회유 정황 등도 확인됐다”고 말했다. 압수수색 단계에서 포함됐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돈의 조성 경위, 전달된 경로와 구체적인 금액 등에 대해 보완 수사를 한 뒤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12일 강 회장에게 돈봉투 자금을 건넨 사업가 김모 씨의 사무실과 자택도 압수수색하는 등 돈의 조성 경위 일부도 특정해 수사 중이다.

한편 검찰은 10억여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징역 4년6개월을 선고받은 이 전 부총장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법원의 좁은 해석으로 일부 청탁 과정에 대해 무죄가 나왔다. 항소심에서 다툴 예정”이라고 말했다. 다만 검찰 구형 3년보다 선고된 형량이 4년6개월로 높다는 점에 대해선 “제반 사항을 고려해 기준에 따라 구형한 것으로 구형에는 변동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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