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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운영위 2번 연 저출산 컨트롤타워의 ‘태생적 한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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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저출산ㆍ고령사회위원회(저출산위)의 인구 정책 ‘컨트롤 타워’ 기능이 한계에 부딪쳤다. 새로운 정책은 나오지 않고, 기존 인구 정책을 되풀이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이 많지 않은 구조적 문제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또 역대 최저 우려…저출산위는 잠잠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20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월 출생아 수는 2만3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 감소했다. 사상 최소다. 지난해 역대 최저 합계출산율(0.78명)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 출산율은 0.73명, 내년엔 0.7명으로 준다. 0.7명대가 2026년까지 이어진다(통계청 장래인구추계).

하지만 저출산위 활동은 되레 줄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실에 따르면  윤 정부 출범 이후 저출산위 운영위원회 회의는 지난해 11월과 지난 2월에 개최된 게 전부다. 운영위는 저출산위 부위원장과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고, 기재부ㆍ교육부  등 관계부처 차관들이 위원으로 들어간다. 주로 본위원회에서 논의할 안건을 협의하고, 위원회 활동을 지원한다. 박근혜 정부에서 운영위 회의가 열린 건 총 15번이다. 문재인 정부에선 운영위 회의가 18번 개최됐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운영위·본회의 이전 정부의 절반 수준

민간위원들과 관계부처 장관이 참여하는 본위원회는 박근혜 정부에서 7번, 문재인 정부에서 19번 소집됐다. 이번 정부 출범 이후 1년여가 지난 상황에서 운영위와 위원회 본회의 실적은 각각 2번뿐이다. 또 저출산위는 이번 정부 들어 29명에서 23명으로 쪼그라들었다.

회의 빈도로 저출산 문제 대응을 평가할 수는 없지만, 현시점에선 각 부처 장ㆍ차관이 만나 저출산 대응을 논의하는 것 자체로 의미는 있다. 회의 준비 과정에서 새로운 저출산 대응책이 나올 수 있고, 회의 실적에 정부의 정책 추진 의지가 담겨 있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는 “나경원 전 의원이 부위원장 임명 3개월 만에 사퇴하는 등 저출산위가 정비된 지 사실상 얼마 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지난해 11월 저출산위 부위원장으로 임명된 나 전 의원은 ‘출산 시 대출 탕감’ 발언 이후 대통령실과 충돌하다 사실상 경질됐다.

저출산위는 "문재인 정부 출범 후 1년간 본위원회와 운영위는 각각 1회 열렸고, 이번 정부에는 각각 2회 열렸다. 올해에는 본위원회는 3회, 운영위는 5회 이상을 열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저출산 대책에 ‘파격’,‘과감’ 없다

저출산위가 손을 놓고만 있던 것은 아니다. 윤 대통령은 저출산위원장 자격으로 지난달 28일 저출산위 회의를 주재했다. 대통령이 저저출산위 회의를 주재한 건 7년 만이었다. 그러나 당시 내놓은 저출산 정책에 윤 대통령이 주문한 “과감한 대책”은 없었다. 강훈식 의원은 “대부분 기존 시행하던 정책을 확대하는 수준에 그쳤고, 진일보한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0~1세 부모급여 월 100만원으로 인상, 아이돌봄서비스 지원 대상 3배 수준 확대, 맞벌이 과정을 위한 돌봄교실 운영시간 오후 7시에서 8시로 1시간 연장 등이다.

일본은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은 박물관ㆍ미술관에서 줄 서지 않고 입장하도록 하고, 이 같은 제도를 야구장ㆍ놀이공원 등 민간시설까지 넓혀갈 방침이다. 이탈리아는 자녀가 둘 이상이면 부모의 소득세를 면제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헝가리는 2020년부터 자녀를 4명 이상 낳은 여성한테는 소득세를 걷지 않고 있다. 이 같은 대책을 내기 위해선 여러 정부부처간 협업이 필요하지만 저출산위는 이를 조율한 실권이 사실상 없다.

흔들린 컨트롤타워, 전문가도 부족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1월엔 기존에 저출산위가 운영하던 분과위원회를 없앴다. 분과위원회는 운영위 산하에 103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조직으로, 아동 돌봄, 일ㆍ생활 균형 등으로 나눠 운영위 안건 세부사항을 검토했다. 분과위원회 대신 운영위 내에 전문가들로 구성된 자문단을 만들어 전문성을 보완하겠다고 했지만, 5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자문단은 구성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저출산위 태생적 한계, 구조 바꿔야”

국회도 저출산 타개에 별로 관심이 없다. 21대 국회는 지난 2월 인구위기 특별위원회(인구특위) 첫 회의를 열었다. 임기 종료 1년 3개월 여를 남긴 시점이다. 기획재정부ㆍ보건복지부도 서로 머리를 맞대기보다 각자 플레이에 골몰한다. 기재부는 2019년부터 인구정책TF를 가동해 왔지만 저출산을 타개할 만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구정책이 효과를 보려면 저출산 대응 컨트롤타워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저출산위 태생적 한계로 법적으로 부여된 권한이 없어 현재 저출산위는 저출산ㆍ고령사회 기본계획에 들어간 사업을 모아놓고 정리만 한다”며 “각 부처가 사업을 내는데 각자 할 수 있는 사업만 계획에 밀어 넣다 보니 일자리ㆍ주거ㆍ교육 등 저출산의 근본적 원인은 손을 못 댄다”고 지적했다.

이삼식 한양대 사회학과 교수는 “부처마다 원하는 정책을 올리는 ‘바텀-업’ 방식으로 인한 한계가 출산율 저하에서 드러났다”며 “저출산위가 ‘탑-다운’ 방식으로 큰 틀에서 저출산 대응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저출산위에 권한을 부여하고, 위원장인 대통령도 힘을 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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