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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성 폭로 못다푼 의혹(국감추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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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태영 특혜금융 추궁 한계… 배후설 못 캐내 민방/50억 커미션 공세 “복덕방비 같은 것” 해명 헬기
▷태영특혜대출◁
○…민방의혹을 집중 추궁키로 한 당 방침에 따라 평민당 의원들은 재무·건설·문공·내무위 등 여러 곳에서 문제를 제기했다.
26일 재무위에서는 민방주인(지배주주)으로 뽑힌 (주)태영에 대한 특혜금융 문제에 의혹을 풀지 못한 채 끝났다.
평민당의 임춘원 의원이 폭로한 내용은 신한은행 여의도지점이 태영에 대해 22억원짜리 담보를 잡고서 무려 13배인 2백89억원(회사채 지급보증 2백49억원,당좌대월 40억원)을 빌려줬다는 것으로 『일개 중소건설업체에 담보보다 엄청난 지급보증을 해준 것은 특혜이며 흑막이 있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이를 바탕으로 주거래 은행인 상은에서 지보(지급보증)를 떼지 않고 신한은행과 거래한 것은 특혜대출 추적을 피하기 위한 것이며 회사채 지보란 변칙자금 조달의도가 드러났고 민방출자금 3백억원,민방설립자금 1천6백억원도 이런 방식으로 충당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임 의원이 의혹을 제기한 것은 자금대출 방식과 관련한 제3의 배후세력설. 태영같은 중소기업은 은행에서 지보를 떼면 막바로 단자사(제2금융권)에 가서 돈을 빌리는 게 수월한 데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상환기간 문제보다 다른 배경이 있지 않느냐는 것이다.
태영의 배후에 있는 제3의 손이 사채를 사들였다가 만기(3년)가 도래할 때 실제주인으로 등장할 수 있다는 의혹이다. 임 의원은 『태영이 사채를 갚지 않고 제3자에게 사채가 넘어가 주식전환을 하면 윤세영 회장은 뒤로 물러앉고 그 사람이 진짜 주인이 되는 게 아니냐』고 따졌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가상 시나리오에 불과하다.
때문에 이용만 은행감독원장은 『담보 없이도 지급보증을 해주는 게 은행의 일반적 관행이며 특혜가 아니다』고 밝히고 『외국은행·증권사도 지보업무를 맡고 있어 수수료 때문에 경쟁적으로 지보를 해주고 있다』고 지급보증의 이유를 해명했다.
김재윤 신한은행장도 『태영은 도급순위 34위(도급한도 5백83억원)로 관급공사 위주의 영업에서 벗어나 ▲분당·일산 등 신도시 아파트건설에 본격 진출하고 있으며 ▲부채비율이 1백38%(같은 업종 평균 5백38%)로 재무구조가 양호해 여신을 취급했다』며 『외부의 압력이나 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대답했다.
임 의원은 거액지급보증에 특혜설을 내세워 의혹을 불러일으키려고 한 것이고 은행측은 회사내용이 건실하다는 것 외에 다른 특혜나 배후가 없음을 해명하는 데 주력해 양측의 공방은 평행선을 그었다.
임 의원은 답변이 끝난 뒤 감사장 밖에서 다시 문제를 제기,담보 없이 지급보증 해주는 주요 대상은 은행감독원의 여신관리를 받는 대기업으로 태영같은 데를 뭘 믿고 이런 식의 지급보증을 해줬겠느냐는 것이다.
또 지난 2년간 당기 순이익이 20억원으로 외형의 2% 미만인데 어떻게 건실업체로 분류될 수 있느냐고 의구심을 표명했다.
그러나 은행감독원과 신한은행측은 단자를 통하지 않고 회사채를 발행한 것은 상환기간이 단자보다 길고,은행영업의 대종이 수수료인 만큼 지보선 것은 아무런 문제될 게 없다고 맞섰다.
태영측도 보도자료를 배포,회사채 발행의 지급보증은 분당 등 신도시아파트 부지를 사기 위한 것이었고,회사채 보증은 담보가 없는 게 관례인데도 오히려 담보를 2백억원이나 제공해 안전장치를 마련했다고 해명했다.
이날 공방은 금융관행상에서 보면 임 의원의 추궁에 한계가 드러나 민방대주주 선정과정에서 논란을 보였던 배후세력설을 파헤치지 못했다.
그러나 이날 감사는 민방배후 제3의 세력설에 대한 평민당 공세의 시발이어서 국감이 끝날 때까지 「민방미스터리」 시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군납 커미션◁
○…26일 국방부에 대한 국회 국방위 감사에서는 국감 때마다 단골로 등장한 외국무기·장비도입과정에서의 국고손실·부정의혹 문제가 제기됐으나 국방부측의 설명을 뛰어넘지 못했다.
평민당 권노갑 의원은 국방부가 87년부터 세 차례에 걸쳐 미 보잉사의 CH 47D헬기 24대를 구입하면서 직거래로 돼 있는 규정을 무시하고 대리상을 통해 구입함으로써 커미션 7백35만달러의 국고손실을 초래했다고 주장했다.
권 의원은 특히 2,3차 때의 도입가격이 전년대비 각각 8.2%,33.3%가 인상됐을 뿐 아니라 도입 당시 담당장성이 동생을 대리상 주주로 참여시키는 등 의혹이 많다면서 정호용·이상훈 당시 국방장관 등 13명을 증인 및 참고인으로 출석시키자고 기세를 울렸다.
이에 국방부는 외자조달 규정에 따라 모든 거래는 보잉사와 직거래했으며 커미션은 보잉사가 대리상에 준 것이라고 해명하고 대리상으로부터는 국제시세 등 구매정보 등의 편의제공을 받았을 뿐이라고 밝혔다.
국방부측은 2,3차분의 가격급상승은 부수장비에 따른 것이며 헬기 자체의 인상분은 5% 이내라는 소명자료를 제출했다.
그래도 업자에게 돌아가는 커미션은 결국 구매자인 우리 정부 부담으로 전가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부동산 거래에서의 복덕방비에 비유하며 불기피함을 강조,더 이상의 추궁없이 싱겁게 끝났다.
무기수입 과정의 의혹은 85년 당시 민주당 소속 황명수 의원이 레이다 도이봐 탱크엔진 교체과정에서 5천억원의 예산낭비를 주장한 이래 단골 메뉴로 등장했으나 모두 일과성 폭로로 끝나고 중간에 흐지부지됐다.
이처럼 야당의원들의 폭로가 단발선 전용으록 그치는 것은 군납관련 정보가 베일에 가려져 증거수집에 어려움이 많은 게 사실이고 경쟁에 탈락한 업자 내지 내부의 불평불만자가 제공한 부실한 자료에 근거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엄청난 예산을 쓰고 있는 군수물자 구매에 부정의혹이 끊이지 않고 있는 점을 보면 방위예산집행과정에 대한 적절한 감사장치가 필요함을 반증시켜주고 있다.<김현일·박보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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