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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조기귀국 하라” 민주당 더미래·초선들 성명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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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 초선 의원들이 19일 돈 봉투 사건의 정점으로 지목된 송영길 전 대표에게 “당장 귀국해 실체를 밝히라”며 집단 성명을 냈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 16일 송 전 대표와의 통화로 조기 귀국을 요청한 것 외엔 지도부가 별다른 조치 없이 머뭇대자 의원들이 직접 압박에 나선 것이다. 송 전 대표는 하지만 이날도 프랑스 파리 현지에서 특파원들이 조기 귀국 여부를 묻자 “22일 기자회견에서 말씀드리겠다”고만 말했다.

민주당 초선 의원 81명이 회원인 ‘더민초’는 성명에서 “연일 언론에 공개되는 녹취의 내용은 상당히 충격적이고 구체적”이라며 “이번 기회에 우리 당에 구태가 남아 있다면 모두 드러내 일소하고, 완전히 새로운 당으로 다시 태어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뜻을 모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송 전 대표는 조속히 귀국해 사건의 실체를 밝히고, 당 지도부는 수사만 기다릴 게 아니라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엄중한 조치를 해달라”고 촉구했다. 돈 봉투 사건 관련자의 출당 등 조치를 요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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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최대 모임인 ‘더좋은미래’(대표 강훈식 의원)도 입장문을 내고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미루며 (22일) 외국에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당의 전직 대표로서, 책임 있는 지도자로서 매우 부적절한 처신”이라며 귀국을 촉구했다. “본인이 당 대표 시절 부동산 투기 의혹이 제기된 의원들에게 탈당 권고, 출당 조치를 한 전례에 비춰서도 매우 부적절하다”고 비판하면서다.

이성만

이성만

비명계 의원들도 나섰다. 강병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부패의 상징과 같은 돈 봉투 사건이 터지고 관련 녹취록이 연일 공개되면서 민주당은 국민들 가슴에서 자긍심이 아닌 자괴감으로 똬리를 틀고 있다”며 “더 이상 민주당의 이름이 부끄러워지지 않도록 스스로 결단해 달라”고 적었다. 이병훈 의원도 “모르쇠로 일관하며, 귀국을 미루는 모습은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며 “기자 간담회는 파리에서 가질 게 아니라 국민 앞에서 열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윤관석

윤관석

반면에 당 지도부는 돈 봉투 살포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는 윤관석·이성만 의원에 대해서도 일주일째 침묵을 이어가고 있다. 지도부 관계자는 “두 의원은 일단 지켜주자는 방침”이라며 “사실관계도 파악하지 않고 출당·탈당 등 조치를 했다가 검찰 수사에 동조하는 모양새가 된다”고 말했다. 당이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 검찰 독재’ 프레임을 깨뜨리지 않아야 한다”는 게 당 지도부의 고민이라고 한다. 이재명 대표는 이날 “당 차원의 사실 규명 요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물음에 침묵했다.

민주당 자체 진상 조사도 사실상 멈췄다. 19일 현재 당 윤리감찰단은 관련 의원들에 대해 아무런 조사를 벌이지 않고 있다. 돈 봉투 이슈가 커지는 것을 우려해서다. 이에 송 전 대표 시절인 2021년 6월 부동산 투기 의혹에 연루된 의원 12명 전원에게 탈당을 권유한 전례에 비춰 현 지도부의 대응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 수도권 의원은 “그때는 ‘억울하다’는 호소를 무시하며 탈당부터 권하더니, 이제는 수사가 시작되고 증거가 공개됐는데도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이렇게 해서 어떻게 총선을 치르겠냐”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돈 봉투에 연루된 민주당 현직 의원 명단을 공개하라”며 공격했다. 김기현 대표는 페이스북에 “숨는 자가 범인”이라며 “송 전 대표가 귀국을 미루는 이유는 범죄 의혹을 은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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