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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베이징 3분 타격권! 美 전략 자산 MDTF 韓 배치되나?(上)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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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북미 대륙에서 인도·태평양으로 나가는 전진 기지인 워싱턴주 타코마 인근의 루이스-맥코드 합동기지(Joint Base Lewis–McChord)에는 최근 미 육군 수뇌부뿐만 아니라 국방부와 국가 안보 라인의 관심을 한몸에 받는 부대가 있다. 제1다영역태스크포스 장거리 사격대대(1st Multi-Domain Task Force long-range fires battalion, MDTF)가 그 주인공이다.

제1다영역태스크포스 장거리 사격대대(1st Multi-Domain Task Force long-range fires battalion). [태평양주둔 미 육군(US army, Pacific)]

제1다영역태스크포스 장거리 사격대대(1st Multi-Domain Task Force long-range fires battalion). [태평양주둔 미 육군(US army, Pacific)]

이 부대는 평시에는 독립포병연대로 운용되다가 유사시 한반도 신속 증원을 담당하는 제1군단 예하 제17야전포병여단에 배속되는 제3야전포병연대 제5대대를 일부 개편한 부대지만, ‘대대’보다는 ‘포대(Battery)’에 가까운 소규모 부대다.

이 부대가 주목받는 것은 미군 최초의 극초음속 무기, 이른바 LRHW(Long-Range Hypersonic Weapon) ‘다크 이글(Dark Eagle)’의 첫 번째 운용부대이기 때문이다. 이 부대는 최근 JBLM에서 약 3,100마일 떨어진 플로리다주의 캐너버럴 곶(Cape Canaveral)으로 신속 전개 훈련을 했다. 유사시 수송기를 이용해 해외 작전 지역으로 신속하게 이동한 뒤 극초음속 무기를 발사하는 절차를 숙달하는 일명 ‘썬더볼트 스트라이크(Thunderbolt Strike)’ 시나리오를 소화한 것이다.

다크 이글은 지난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러시아의 지상 발사형 칼리브르(Kalibr) 순항 미사일을 문제 삼아 중거리 핵전력 협정(INF : Intermediate-Range Nuclear Forces Treaty) 탈퇴를 선언하고 ‘공식적인’ 개발이 시작된 중거리 미사일이다.

2023년 3월 3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신형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다크 이글(Dark Eagle)’을 들어 올리고 있다. [태평양주둔 미육군(US army, Pacific)]

2023년 3월 3일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에서 신형 장거리 극초음속 무기(LRHW) ‘다크 이글(Dark Eagle)’을 들어 올리고 있다. [태평양주둔 미육군(US army, Pacific)]

당초 알려지기로는 INF에 따라 1980년대에 폐기한 퍼싱 II(Pershing II) 준중거리 탄도 미사일(Medium-Range Ballistic Missile)의 후계로 개발이 시작된 만큼 퍼싱 II와 유사한 1700km~2250km 정도의 사거리를 가질 것으로 예상했었지만, 막상 완성된 다크 이글은 퍼싱 II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력한 무기로 모습을 드러냈다.

사실 미국이 INF 탈퇴 구실로 삼은 칼리브르는 그저 핑곗거리였다. 중거리 미사일 개발은 미국이 먼저 시작했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재 합참의장인 마크 밀리(Mark A. Milley) 대장이 육군참모총장으로 재직하던 지난 2015년부터 기존의 지상군 화력체계를 환골탈태시키는 장거리 정밀 화력(LRPF : Long Range Precision Fires) 구상을 추진해 왔다. 이 구상에 따르면 30km 수준인 기존 155mm 자주포의 사거리는 100km 이상으로 늘어나고, 최대 300km를 넘지 않았던 육군전술미사일체계(ATACMS : Army TACtical Missile System)는 INF 조약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499km의 사거리를 발휘하는 정밀타격미사일(PrSM : Precision Strike Missile)로 교체된다.

현재는 개발 단계에서 사실상 폐기됐지만 레일건 기술을 이용해 1600km 밖 표적을 공격할 수 있는 전략타격캐논포병(Strategic Strike Cannon Artillery)도 개발이 진행됐고, 2250km 거리까지 타격할 수 있는 전략화력미사일(SFM : Strategic Fires Missile) 사업도 추진됐다.

하이마스에 탑재된 Precision Strike Missile (PrSM). [미 육군(US army)]

하이마스에 탑재된 Precision Strike Missile (PrSM). [미 육군(US army)]

사실상 500km 사거리를 초과하는 PrSM과 SFM은 INF 위반이었다. 미국은 이들 무기 개발이 어느 정도 진행되자 러시아가 장거리 지대지 순항 미사일을 전진 배치해 INF를 위반했다며 적반하장으로 러시아를 비난하더니 일방적으로 INF 탈퇴를 선언해 버렸다.

2015년부터 INF 탈퇴를 준비하던 미국이 러시아를 비난하며 INF 재협상을 요구한 것은 사실 러시아의 칼리브르 미사일 때문이 아니었다. ‘러시아판 토마호크’로 불리는 칼리브르는 지대지 탄도미사일인 이스칸데르(Iskander) 미사일 발사 차량에 장착해 발사할 수 있는 아음속 순항 미사일로, 1년 365일 내내 조기경보기를 띄워 놓고 있는 NATO 회원국들에는 위협이 될 무기가 아니다.

특히 이 미사일의 사거리는 길어야 2500km 정도에 불과해 미 본토에는 전혀 위협이 될 수 없었기 때문에 미국의 INF 탈퇴 위협이 가시화되자 일각에서는 미국에 다른 속셈이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했었다.

실제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은 INF 탈퇴를 러시아에 통보한 직후 새로운 군비통제 레짐을 구축하자며 새 INF 체제에 중국을 포함하자고 러시아에 제안했다. 어차피 미국은 INF 탈퇴를 오래전부터 준비하며 러시아의 허를 찌를 중거리 미사일 개발을 상당 수준까지 진척시킨 상태였고, 이를 러시아와 지근거리에 있는 폴란드에 배치할 준비도 착착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은 다급한 러시아가 중국을 닦달하게 해 중국까지 INF 레짐에 끌어들이려 했다.

물론 중국은 이를 일언지하에 거부했다. 중국은 전체 보유 미사일의 95%가 INF 통제 대상에 해당하는 500~5500km 사거리의 중거리 미사일이었기 때문에 INF 레짐에 들어오라는 이야기는 무장을 해제하라는 요구나 다름없었다. 결국 2018년 INF 탈퇴 통보 이후 1년이 지날 때까지 INF 재협상은 진척을 보지 못했고, INF라는 제한선이 사라지자 미국은 그야말로 ‘폭주’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폭주는 러시아가 아닌 중국을 겨냥하고 있었다.

작전을 수행하는 다중 영역 태스크 포스 대원(Staff Sgt. Philip Velez). [미 육군(US army)]

작전을 수행하는 다중 영역 태스크 포스 대원(Staff Sgt. Philip Velez). [미 육군(US army)]

앞서 소개한 다크 이글은 최근 미 육군이 가장 공들여 만들고 있는 실험적 부대인 다영역태스크포스(MDTF : Multi-Domain Task Force)를 구성하는 하위 자산 중 하나다. 미국은 전구(戰區, Theater) 급에 1개 MDTF를 배치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 3개의 MDTF를 두려 한다. 이를 목표로 관련 자산이 속속 개발·배치되고 있는데, MDTF는 여단(Brigade)급 규모를 가지고 독자적인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능력과 편제를 가지고 있다.

MDTF에는 정보·사이버·우주전을 담당하는 I2CEWS(Intelligence, Information, Cyber Electronic warfare & Space)대대, 장거리 타격 임무를 수행하는 전략화력대대(Strategic Fires Battalion), 방공대대(Air Defense Battalion), 여단지원대대(Brigade Support Battalion) 등 3개 대대가 편제돼 있다.

전략화력대대는 MDTF의 핵심이다. 이 대대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유명세를 탄 ‘하이마스(HIMARS : HIgh Mobility Artillery Rocket System)’ 1개 포대, 지상 발사형 토마호크 미사일과 SM-6 미사일을 운용하는 ‘MRC(Mid-Range Capability)’ 1개 포대, 그리고 다크 이글을 운용하는 LRHW 1개 포대 등 3개 포대를 가지고 있다.

하이마스 포대는 C-130 수송기로 공중 수송이 가능한 하이마스를 이용해 32~499km 범위에 화력을 투사하는 임무를 맡는다. 하이마스는 기본 227mm 로켓탄인 M26을 사용할 경우 32km 범위에 6발의 로켓탄을 쏟아부을 수 있지만, 사거리 연장 유도 로켓인 GMLRS를 사용할 경우 84~150km까지 타격이 가능하다. 현재 초기 생산이 시작된 PrSM 미사일은 공식적으로는 499km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는데, 현재 700~1000km까지 사거리를 늘리기 위한 개량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AP=연합뉴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지원한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AP=연합뉴스]

MRC 포대는 해군 군함에 탑재되는 Mk.41 수직발사체계(VLS : Vertical Launching System)를 지상에서 운용하기 위해 트레일러에 얹은 버전이다. 이 발사기는 4개가 한 세트로 구성돼 트레일러에 탑재되는데, 미 육군의 주력 대형 고기동 트럭인 M983 HEMTT(Heavy Expanded Mobility Tactical Truck)로 견인된다. 발사기 세트와 마찬가지로 트레일러에 탑재되는 포대작전센터(BOC : Battery Operations Center)에는 미 육군 포병 화력 전술정보시스템인 AFATDS(Advanced Field Artillery Tactical Data System)는 물론, 합동자동화종심작전협조체계(JADOCS : Joint Automated Deep Operations Coordination System)가 연동돼 있고 추후 통합 대공전 임무 수행을 위한 IBCS(Integrated Battle Command System)도 연동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MRC 발사기는 해군의 주력 함대지 타격 수단인 토마호크 미사일의 지대지 버전과 함대공 미사일인 SM-6를 주력 무장으로 운용한다. 토마호크 미사일은 최신 버전인 블록 V가 탑재되는데, 이 미사일은 1700km급 사거리를 가지고 있고, 이동 표적 공격이 가능하다. 지면에 바짝 붙어 비행하기 때문에 조기 경보기가 없는 적에게는 대단히 위협적이고, 전자전 능력도 갖춰 생존 가능성도 높였다. 미국은 토마호크 블록 V를 개발하면서 가격에 크게 신경 썼다. 1발에 153만 달러 수준으로 장거리 순항 미사일 중 가장 저렴하기 때문에 이 미사일이 MRC에서 가장 많이 운용될 것으로 보인다.

MRC의 또 다른 무장인 SM-6는 원래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로 개발된 물건이지만 최근 미 해군에서는 함대함 미사일로도 사용되고 있는 다재다능한 미사일이다. 기본형은 마하 3.5의 속도와 460km의 사거리를 갖는데, 개량형인 블록 1B의 경우 로켓 모터와 부스터를 교체해 극초음속 비행 능력은 물론,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능력까지 구현했다. 즉 MRC는 지상 타격 임무는 물론 장거리 방공과 탄도탄·극초음속 미사일 요격 임무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이다.

MDTF의 가장 강력한 펀치인 LRHW 포대는 다크 이글 미사일 2발을 탑재하는 트레일러 발사대 4대와 지휘 통제 차량, 지원 차량 등 6대가 기본 구성이다. 다크 이글 미사일은 사거리 최소 2775km에서 최대 4000km 수준을 발휘하며, 극초음속 활공탄두인 C-HGB(Common Hypersonic Glide Body)가 마하 17에 달하는 속도로 표적을 향해 돌진하는 무기다.

마하 17이라는 속도는 1초에 5.78km를 이동하는 엄청난 속도다. 속도 자체가 워낙 빨라 일반적인 레이더로는 탐지·추적 자체가 어렵다. 레이더라는 것은 목표물에 전파를 쏘고 반사되어 온 반사파를 판독해 목표물의 위치·속도·방위각 등의 데이터를 산출하는 기계인데, 어지간한 고성능 레이더가 아니라면 마하 17의 속도로 비행하는 물체는 목표물에 맞고 돌아온 반사파 정보를 실시간으로 판독·계산해 표적과의 접촉을 유지하는 추적(Tracking) 처리가 불가능하다.

특히 C-HGB는 일반적인 탄도 미사일 탄두와 달리 활공하며 수시로 비행 코스를 바꾸기 때문에 방어하는 입장에서는 해당 활공 탄두가 어느 지역으로 날아올지 예측하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 즉, 현존 기술로는 방어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말이다.

2020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레이번 하원의원 회관에서 공개된 미 육군의 LRHW 모형. [미 육군(US army)]

2020년 미 워싱턴D.C 국회의사당 레이번 하원의원 회관에서 공개된 미 육군의 LRHW 모형. [미 육군(US army)]

미국은 주요 타격전력으로 하이마스·MRC·LRHW 각 1개 포대씩을 보유한 MDTF를 인도·태평양 지역에만 최소 3개를 배치하려 하고 있다. 하이마스와 LRHW는 이미 부대 창설과 작전 투입 준비가 완료됐거나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MRC 구성요소들도 올해 중 부대 배치가 시작될 예정이다. 현재 MDTF는 각 구성요소가 창설 중인 단계에 있기 때문에 모든 구성요소가 미 본토에 있지만, 올 하반기에 부대가 완성되면 이르면 겨울, 늦어도 내년 상반기 중에는 해외 전개 준비가 시작될 것이다. MDTF는 중국을 겨냥해 고안된 조직이기 때문에 해외 전개가 이루어진다면 당연히 중국 근처에 배치될 것이고 1순위 배치 후보지는 한국이 될 것이다. 미국은 재작년부터 조용히 MDTF 한반도 배치를 준비해 왔다.

지난 2021년 9월 16일,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Camp Humphreys)에서 시무식(始務式)을 열고 가동되기 시작한 미 육군 제2보병사단 포병대(2nd INFantry Division Artillery)는 한국에서는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만, 주한미군의 성격이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인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부대다.

원래 이 부대는 미 본토 워싱턴주 JBLM에 주둔하고 있었는데, 2021년 9월 10일 JBLM에서 종무식(終務式)을 열고 부대 이동을 선언한 뒤 평택으로 와 주한미군 예속이 발표됐다. 미 국방부는 고작 100여 명에 불과한 이 작은 부대의 한반도 이동 배치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면서 ‘대규모 미군 재배치의 일환(as part of a lager realignment of forces within the U.S. Army)’이라는 표현을 썼다. 이 부대의 이동 배치는 단순히 병력 100명이 ‘이사를 한’ 의미에 그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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