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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오병상의 코멘터리

극비문서로 드러난 국제정치

중앙일보

입력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 유출된 기밀문건은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되는 브리핑 문서다. 연합뉴스,

미 국방부 건물인 펜타곤. 유출된 기밀문건은 국방부장관과 합참의장에게 보고되는 브리핑 문서다. 연합뉴스,

1. 미국 국방부 기밀문서가 유출돼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미국 합참의장에게 보고된 우크라이나 전쟁관련 브리핑 문서 100쪽 분량입니다. 누군가 문서를 잠시 빼돌려 급히 찍은 이미지 파일을 SNS에 올렸습니다.

2. 짐작해온 몇 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첫째. 우크라이나가 선전하는 건 미국 덕분이라는 사실입니다. 미국 정보기관이 러시아의 공격목표와 시간까지 미리 알려줍니다. 예상보다 미국은 더 깊이 더 광범하게 개입하고 있습니다.
둘째. 미국 정보기관은 적과 동지를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스파이활동을 벌입니다.
동맹인 한국의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과 외교비서관의 대화 내용을 감청했습니다. 미국은 2013년 스노든 문서 파문 당시 ‘개선’을 약속했지만 여전합니다.
셋째. 미국은 스파이 활동에 수단ㆍ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문서는 정보수집방식에 대해서도 소개하고 있습니다. 간첩을 직접 심는 것은 물론 전자장비를 이용한 감청, 무인기와 정찰위성을 이용한 영상정보, 해킹까지 다양한 첩보를 취합해 정확한 정보를 만들어냅니다.
넷째. 미국의 동원령에 동맹국들은 따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 대통령실 감청내용은 ‘미국의 압력(우크라이나 포탄수출)’과 ‘한국정부의 원칙(살상무기 지원불가)’사이에서 고민하는 장면입니다. 해법은 ‘폴란드 수출’입니다. 우크라이나 직접 수출 대신 군수보급로인 폴란드를 거치는 궁여지책입니다.

3. 결론은 ‘패권국가 미국’의 존재감입니다.
국제정치를 설명하는 키워드는 ‘힘’입니다. 현실주의적 정치관에 따르면 국제사회는 무정부상태입니다.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습니다. 영원한 것은 오직 개별국가의 이익뿐입니다. 패권국을 중심으로 동맹이 형성됩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패권에 도전하는 반동맹입니다.

4. 문건에 대응하는 방식도 현실주의적이어야할 겁니다.
감정에 휘둘려서도 안되고 현실을 무시해서도 안됩니다. 미국에 요구할 건 요구하고, 대통령실 도청방지는 강화하면 됩니다. 미국은 이익을 공유하는 동맹국입니다. 냉정한 이해타산이 중요합니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