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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인허가 2번이나 왜…인천공항 입주사 괴롭히는 제도

중앙일보

입력

인천공항 구역 안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A사는 최근 실내·외 시설물을 늘리는 사업을 추진했다. 투자자들도 모두 동의한 내용이었다.

하지만, 사업 시작에만 1년이 넘는 시간이 걸렸다. 호텔을 증축하거나 시설물을 지을 경우 공항시설법에 따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서울지방항공청 측의 허가를 받고, 이후에 경제자유구역청에서 다시 따져보면서 시간이 지체된 것이다. 사실상 중복된 내용을 두 곳의 관공서에서 제각각 검토받는 구조다.

인천국제공항. [중앙포토]

인천국제공항. [중앙포토]

호텔 증축에 2년, 창고 늘리는 데 1년

규제 완화의 상징인 경제자유구역 제도가 인천국제공항에서는 되레 ‘중복 규제’라는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10일 인천국제공항공사와 업계에 따르면, 국내 모든 공항은 기본적으로 ‘공항시설법’에 따라 공항 개발에 대한 기본계획을 세우고, 이에 맞춰 공항을 건설하고 운영한다.

하지만 인천국제공항은 전체 공항구역(약 5317만㎡) 중 30%인 1667만㎡가 ‘인천경제자유구역 영종국제도시 인천국제공항(인천공항 경제자유구역)’으로 중복으로 지정돼 있다. 그래서 이곳에서 무언가 하려고 하면, 공항시설법뿐 아니라 경제자유구역의 지정 및 운영에 관한 특별법(경제자유구역법)의 적용도 받아야 한다. 공항이나 입주사 입장에서는 비슷한 인허가 절차를 두 차례씩 거쳐야 한다는 의미다.

실제 A사는 추가 시설을 건립하는 데에 2년 가까운 시간이 들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한 마디로 같은 사안에 대해 두 가지 기관에서, 두 번의 협의와 인허가를 거쳐야 한다는 의미”라며 “발 빠른 의사결정이 불가능한 구조”라고 답답해했다.

인천공항 입주 물류업체인 B사 역시 창고 건물을 증축하는 데 1년여의 시간이 추가로 들었다. B사 관계자는 “몇백 억원씩 투자해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인데, 두 곳의 감독기관에서 비슷한 내용을 두 차례 검사받아야 하니 시간이 배로 걸린다”며 “설계 변경 등의 이슈가 있을 때는 공항시설법 상 감독기관인 서울지방항공청과 경제자유구역법상 기관인 경제자유구역청 두 곳의 확인을 일일이 받는데, 비슷한 확인을 왜 두 차례 받아야 하는지 이해를 못 하겠다”고 말했다.

인천공항 내 공항구역의 3분의 1가량이 경제자유구역(색칠 부분)이 겹치면서 투자 기업들이 이중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인천국제공항공사

인천공항 내 공항구역의 3분의 1가량이 경제자유구역(색칠 부분)이 겹치면서 투자 기업들이 이중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래픽 인천국제공항공사

혜택은 적용 안 되고, 규제는 두 배 

경제자유구역법은 외국인 투자와 국내 복귀 기업의 유치를 활성화하고, 외국인 정주 환경 조성을 위해 다양한 혜택을 주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하지만 공항구역 내에 지정된 경제자유구역에는 이런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 현실이다.

가령 경제자유구역의 입주 기업에 대한 법인세·지방세 감면의 경우 외국인투자촉진법이나 지방자치단체 조례 등을 통해 동일한 수준의 감면이 가능하다. 특히 경제자유구역법에 따른 건폐율·용적률 상향 조항의 경우 공항구역의 고도제한(52m)으로 인해 사실상 적용이 불가능하다.

경제자유구역법상 혜택은 대부분 적용되진 않지만, 반대로 공항시설법과 경제자유구역법이 정하는 규제는 고스란히 적용된다. 인천국제공항공사 측은 “공항시설법상 인허가는 사업 규모에 따라 통상 3~6개월가량 걸리는 데 반해 경제자유구역 인허가는 6개월~1년이 추가로 소요된다"며 “결국 피해는 투자 기업이 입게 되고, 이는 인천국제공항의 투자 매력도 감소로 이어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말했다. 참고로 전국 9개 경제자유구역 중 공항구역과 중복으로 지정된 곳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감사원서도 문제점 지적…해결은 요원 

정부도 이런 문제를 알고 있다. 2015년 감사원 감사 당시에도 인천공항의 경제자유구역 중복 지정으로 인한 행정 비효율과 사업 개발 지연의 문제점이 지적된 바 있다. 하지만 당시 일부 법안이 신설되고, 공항 내 경제자유구역 부지 중 일부가 해제된 게 전부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국무조정실도 최근 동일 사업에 대한 다수 부처의 이중 규제 해소를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며 “공항 경쟁력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 중심의 시장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도 현재 인천공항의 이중 규제 구조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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