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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충격’ 삼성전자, 외환위기 후 첫 감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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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호 01면

7일 오전 반도체 초격차 지원 등을 협의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웨이퍼를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전 반도체 초격차 지원 등을 협의하기 위해 경기도 평택 삼성전자 평택캠퍼스를 방문한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오른쪽)이 경계현 삼성전자 사장과 웨이퍼를 들고 이야기하고 있다. [뉴스1]

반도체 혹한 속에 삼성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했다. 삼성전자는 7일 공시를 통해 올해 1분기 잠정 실적으로 연결 기준 매출 63조원, 영업이익 6000억원을 거뒀다고 밝혔다. 지난해 1분기에 비해 매출액은 19%, 영업이익은 95.75%나 감소한 실적이다. 1년 만에 이익이 20분의 1로 줄어든 것이다. 삼성전자 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 밑으로 떨어진 건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실적 부진의 원인으론 반도체가 지목된다. 잠정 실적에선 사업 부문별 실적을 공개하지 않지만, 증권가에선 반도체 부문에서만 4조원 안팎의 영업 적자를 낸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8년 4분기 이후  반도체 부문에서 적자를 낸 적이 없다. 충격적인 실적과 함께 메모리 반도체 감산 소식도 나왔다. 그동안 ‘인위적인 감산은 없다’는 기조를 유지했던 삼성전자는 잠정 실적 발표와 함께 설명자료를 내고 “의미 있는 수준까지 메모리 생산량을 하향 조정 중”이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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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제9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비슷한 시각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제92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도착하고 있다. [뉴시스]

삼성전자가 인위적으로 감산에 들어간 것은 외환 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신청한 직후인 199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있는 일이다.

과거엔 볼 수 없었던 일들이 한꺼번에 벌어지자 전문가들 사이에선 실적 부진을 단순히 반도체 업황 문제로 넘겨선 안 된다는 조언이 나온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기술 격차가 과거 어느 때보다 축소되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력은 곧 원가 경쟁력을 뜻한다. 과거에는 반도체 가격이 폭락해도 삼성만은 적자를 면할 수 있었다.

불황기에 확대한 시장 점유율은 회복기에 큰 수익으로 돌아왔다. 이제는 기술 격차가 좁혀지다 보니 과거처럼 무(無)감산으로 대응하다간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것이다. 김용석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단순히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문제라면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여러차례 위기에서 흔들림없는 성과를 거둔 것을 설명하기 어렵다”며 “메모리 반도체 사업에서 자랑하던 ‘초격차’에 의심을 허용하기 시작한 것부터가 문제”라고 말했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에도 시장은 감산 선언에 환호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계 과잉 재고 해소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이날 삼성전자 주가는 4.33%, SK하이닉스는 6.32%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삼성전자의 감산 결정이 반도체 업계 실적 개선 시점을 당기진 못할 것이라 점치고 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 센터장은 “삼성전자까지 인위적 감산에 들어가는 건 가격 협상에서 고객사를 향한 심리전의 성격이 짙다”며 “그렇다고 반도체 수요가 살아나는 것은 아니라서 영업이익이 빠르게 흑자 전환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그래픽=김이랑 기자 kim.yirang@joins.com

삼성전자의 부진으로 반도체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도 부진이 길어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에 따르면  올해 2월 경상수지가 5억2000만달러(약 6861억원) 적자로 집계됐다. 2012년 1~2월 이후 11년 만에 2개월 연속 적자다.

주력 품목인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41.5%(통관 기준) 줄었고 상품수지는 13억 달러 적자를 나타냈다. 성태윤 연세대 교수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시황 부진과 미·중 갈등 등 악재 속에서 한국 경제의 부진이 심화하고 있다는 신호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며 “정부에서는 올해 한국 경제를 ‘상저하고’로 보고 있지만 하반기 회복도 불투명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G전자 1분기 영업익 1조5000억, 14년 만에 삼성전자 제쳤다

LG전자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이 1조4974억원을 기록해 14년 만에 삼성전자 영업이익(6000억원)을 추월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프리미엄 가전 판매 확대 등에 힘입어 ‘어닝 서프라이즈(깜짝실적)’를 달성했다는 평가다.

LG전자는 1분기 매출 20조4178원, 영업이익 1조4974억원의 잠정실적을 냈다고 7일 공시했다. 각각 지난해 동기 대비 2.6%, 22.9% 줄었지만 역대 1분기 실적 가운데 매출액은 두 번째, 영업이익은 세 번째로 높다. 특히 영업이익은 증권사 전망치(컨센서스)보다 3765억원 웃돌았다. 이로써 LG전자는 2009년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처음으로 삼성전자 영업이익을 추월하게 됐다. 호실적에 LG전자 주가는 전일 대비 0.35% 오른 11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선 LG전자의 수익성 방어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주완 사장의 강도 높은 비상경영 체제 전환 주문 아래 지난해 11월부터 각 사업 부서와 본사 조직 구성원을 중심으로 워룸(전시상황실)을 운영하는 등 불황 극복에 주력해 왔다. 조철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선제적 재고 관리가 주효했다”며 “유럽 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 침투율이 오르는 등 고급화 전략의 성공”이라고 분석했다.

부문별 세부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전통적인 캐시카우인 생활가전(H&A)과 TV(HE)는 물론 신사업인 자동차 전장(VS) 등 전 분야에서 고루 선방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으로 가전 수요가 회복된 것은 아니지만 히트 펌프 등 고효율 제품을 앞세운 기업간거래(B2B) 사업이 확대된 점도 실적 부진을 상쇄했을 것이라는 평가다. 적자가 컸던 스마트폰과 태양광 사업을 정리한 것도 호재로 작용했다.

‘미래 먹거리’로 낙점한 전장 사업도 ‘아픈 손가락’에서 ‘효자’로 거듭나고 있다. 판매 물량이 늘어나고 안정적인 공급망 관리를 통한 매출 확대로 흑자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장 부문은 수주잔고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인포테인먼트 사업부에서는 고부가가치 제품 매출이 늘고, LG마그나 E-파워트레인에서는 기존 고객 물량이 확대되는 가운데 유럽 업체들로 고객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경기변동에 둔감한 B2B 매출이 올해 LG전자 전체 매출의 32%를 차지하고, 과거 3년간 수익성 중심의 수주 건전화 작업을 성공적으로 완료한 전장 부품이나 비즈니스솔루션(BS) 사업의 흑자규모가 확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북미 프리미엄 가전 수요를 중심으로 LG전자는 점유율을 높이는 중”이라며 “자동차 부품이 순항하는 가운데 신규 사업 역시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기업 가치 재평가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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