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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 당대표에 TK 원내대표…“도로 영남당 됐다” 우려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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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4호 04면

국힘 새 원내대표에 윤재옥

7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가운데)가 당선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전 원내대표, 오른쪽은 김기현 대표. [뉴시스]

7일 국민의힘 의원총회에서 윤재옥 신임 원내대표(가운데)가 당선 축하 인사를 받고 있다. 왼쪽은 주호영 전 원내대표, 오른쪽은 김기현 대표. [뉴시스]

3선의 윤재옥(62·대구 달서을) 의원이 7일 국민의힘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21대 국회 마지막 원내 사령탑을 맡게 된 윤 신임 원내대표는 내년 4·10 총선을 앞두고 169석의 거야를 상대로 여당의 원내 현안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소속 의원 115명 중 109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과반인 65표를 획득, 44표를 얻은 김학용(4선·경기 안성) 의원을 제치고 신임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윤 원내대표는 당선 인사에서 “당장 오늘부터 상황실장의 자세로 원내대표직을 수행하겠다”며 “거대 야당의 폭주를 민심의 힘으로 막아내고 의회 정치를 복원해 국민 신뢰를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어 “중요 이슈나 정책과 관련해 당정 소통을 강화하고 정책 홍보도 잘하겠다”며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 정권 교체를 완성하고 새로운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단 지도부 설화를 의식한 듯 “원내의 일로 대표가 걱정하는 일이 없도록 단디(단단히) 하겠다”고 다짐하기도 했다.

경찰대 1기생으로 ‘수석 입학, 수석 졸업’ 타이틀이 따라붙는 윤 원내대표는 경찰 재직 시절 주로 정보·외사 분야에서 활동하며 특유의 신중함과 꼼꼼함으로 능력을 인정받았다. 경북지방경찰청장과 경찰청 정보국장, 경기지방경찰청장 등을 지낸 윤 원내대표는 2012년 19대 총선 때 처음 금배지를 단 이후 2020년 21대 총선까지 내리 3선에 성공했다. 2018년 ‘드루킹 사건’ 때는 원내수석부대표를 맡아 더불어민주당과 세부 조항을 조율하며 특검을 관철시키는 협상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도 캠프 상황실장을 맡아 사무실에 야전침대를 가져다 놓는 등 고군분투했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투표 전 정견 발표 때도 “대선 당시 후보가 붙여준 별명이 ‘쓴소리 위원장’이었다. 듣기 불편한 내용까지 후보에게 가감 없이 전달했다”며 윤석열 대통령과의 소통 능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이날 원내대표 선거를 앞두고 당초 당내에선 김학용 의원이 당선될 것이란 전망이 높았다. 김기현 대표의 지역구가 울산으로 영남권인 만큼 지역 안배 차원에서라도 원내대표는 수도권 지역구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논리가 더 강했다. 게다가 친윤계 주류와 가까운 김 의원은 이번이 두 번째 도전이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윤 원내대표가 20표 이상 앞선 완승이었다.

당내에선 다양한 해석이 쏟아졌다. 우선 압도적 과반 의석을 가진 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친화력’이 주특기인 김 의원보다 ‘협상력’이 강점으로 꼽히는 윤 원내대표에게 표심이 쏠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날 의원총회 현장에서 진행된 두 후보의 정견 발표와 토론도 투표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구·경북(TK)의 한 초선 의원은 “토론도 확실히 윤 의원이 더 잘했다”고 말했다. 부산·경남(PK) 지역 초선 의원도 “당정을 어떻게 긴밀하게 연결시킬 수 있을지, 야당과는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 등 대응·협상 능력을 중점적으로 짚어본 뒤 투표했다”고 전했다.

일부 친윤계 주류에 대한 반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또 다른 초선 의원은 “친윤계 의원들이 김 의원을 미는 분위기가 있었던 게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 같다”며 “김 의원이 당선되면 원내수석까지 친윤계가 싹쓸이할 것이란 소문이 돌면서 막판에 상당수 의원들 마음이 돌아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 당내 인사는 “친윤계 일색인 지도부로 4·5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마당에 또 친윤계 원내대표를 내세우려는 데 대한 반발 심리도 작용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원내대표 선거 막판에 영남권 의원들의 표심이 결집했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중진 의원은 “윤 의원이 토론 때 ‘누구도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한 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불안감이 큰 영남권 의원들의 심리를 잘 파고들었다”고 평했다. 상대적으로 공천 물갈이에 취약한 TK 지역 의원들이 수도권 출신 원내대표보다는 자신들의 처지를 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같은 지역 출신 원내대표를 택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당 투톱이 ‘PK 당대표·TK 원내대표’로 구성된 데 대해 “‘도로 영남당’이 됐다”는 우려도 적잖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이날 페이스북 글에서 “(대표·원내대표·정책위의장이) 모두 영남권으로 채워지는 사상 초유의 구도가 됐다”고 지적했다. 박대출 정책위의장도 경남 진주갑이 지역구다. 당 관계자는 “영남 일색의 지도부로 과연 수도권과 청년·중도층 지지율을 회복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목소리가 높다”고 전했다.

당내 일각에선 김 대표 체제 출범 후에도 당 지지율이 정체 또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재·보선에서도 당에 대한 민심이 결코 호의적이지 않다는 게 확인된 만큼 원내대표 선거를 통해 어떻게든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어야 했다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 지지율에도 잇따라 경고등이 들어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 4~6일 조사해 7일 발표한 내년 총선 관련 여론조사 결과 ‘현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 후보가 다수 당선돼야 한다’는 응답이 50%인 데 비해 ‘현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 후보가 많이 당선돼야 한다’는 답변은 36%에 그쳤다. 3월 첫째 주 조사에선 정부 견제론(44%)과 정부 지원론(42%)이 엇비슷했던 게 한 달 만에 14%포인트 차로 벌어졌다. 특히 중도층의 경우 57% 대 31%로 정부 견제론이 26%포인트가 높게 나타났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 당 관계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는데도 당 지도부만 모르고 있는 게 집권 여당의 현실”이라고 우려했다.

비윤계에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준석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아무리 기초의원이라 해도 울산 남구에서 보수 후보가 일대일 상황에서 패했다는 건 심각한 상황”이라며 “PK에서 이런 상황이면 수도권에서는 강남도 안심 못한다”고 썼다. 김웅 의원도 “모든 게 우리 탓인데 국민 탓, 언론 탓, 여론조사 탓을 하고 있다”며 “아무리 작은 서리라도 닥쳐오는 겨울을 의미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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