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서 탄생한 中 아동복 브랜드, 엄마들 마음 사로잡았다

아이는 눈 깜짝할 사이 자란다. 성인과 달리 옷이며, 신발을 한 철밖에 못 입는 경우가 많다. '저렴하고 예쁜 옷'을 많이 사서 부지런히 입히는 게 나은 선택일 수 있다. 엄마들의 이런 마음을 공략한 아동복 브랜드가 있다. 바로 팻팻(PatPat)이다.

팻팻 로고. 출처 팻팻 공식홈페이지

팻팻은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며 경쟁이 치열한 미국 지역 아동복 시장에서 인기 브랜드로 떠올랐다. 중국의 대표적인 유니콘 기업인 쉬인(SHEIN, 2022 글로벌 유니콘 5위)과 마찬가지로 팻팻은 중국색을 지우고 플랫폼과 상품으로만 글로벌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 외에도 쉬인과 팻팻은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 두 곳 모두 의류 회사로 공급망이 중국의 ‘동대문’이라 불리는 광저우에 있으며 크로스보더 전자상거래 회사라는 점이다. 크로스보더란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물건을 거래하는 것으로, 흔히 말하는 해외 ‘직구(직접구매)’와 ‘역직구(해외직접판매)’를 포괄한다.

2023년 4월, 팻팻 홈페이지 화면. 출처 팻팻 공식홈페이지

2023년 4월, 팻팻에서 판매 중인 의류. 출처 팻팻 공식홈페이지

후룬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2 글로벌 유니콘 목록(총 1058개)에서 팻팻은 298위(2022년 6월 30일 기준)에 랭크됐다. 후룬연구원은 팻팻의 기업 가치를 205억 위안(3조 9155억 원)으로 평가했다. 팻팻은 어떻게 아동복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을까?

美 대학 출신 IT 전문가 3인방, 실리콘밸리서 창업
중국의 거대한 공급망에 빅데이터 분석해 소비자 니즈 충족

팻팻은 AI(인공지능) 부문 인재육성과 연구개발에 있어 세계 최고의 고등교육기관 중 하나인 카네기멜런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를 졸업한 후멍(胡萌), 왕찬(王燦), 가오찬(高燦)이 2014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설립했다.

팻팻 창업주 왕찬. 사진 바이두바이커

창업주 중 한 사람인 왕찬(王灿)은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회사 중 하나인 오라클(Oracle) 본사의 수석 엔지니어 출신으로 2011년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 애니메이션 해외 판매 사업을 시작했다. 왕은 3년 간 중국 애니메이션 해외 유통, 판권을 판매하는 일을 하며 키즈 시장이 가진 거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감지했다. 중국 공장서 제작한 장난감, 의류, 소품 등을 미국 시장에 직접 판매하면 상당한 수익을 얻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그는 ‘중개인’ 역할을 관두고 친구들과 실리콘밸리에서 B2C 전자상거래 플랫폼인 팻팻을 설립했다.

설립 이후 팻팻은 소프트뱅크(SoftBank Group), 세계 7위 벤처캐피털 회사인 DST Global, SIG(海纳亚洲), 세쿼이아캐피털(Sequoia Capital) 등으로부터 총 7차례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총 투자금만 약 8억 달러(약 9632억 원)에 달했다.

그덕에 팻팻은 전세계 100개 이상의 국가와 지역에서 약 2000만 명의 사용자를 보유한 아동복 전자상거래 업체로 성장했다. 설립한 지 7년 만에 이룬 쾌거였다.

쉬인과 마찬가지로 팻팻 역시 해외의 중저소득 및 젊은 세대(가족)를 공략했는데, 유럽과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이용자에게 아마존의 3분의 1 가격으로, 트렌디하고 세련된 의류와 소품을 제공한 것이 주효했다. 2016년 팻팻은 중국 공급망을 확대하기로 하고 선전, 광저우, 항저우, 포산(광둥성 주장 삼각주에 있는 도시)에 잇달아 지점을 세웠다. 또, 공급망을 디지털화해 브랜드 실적을 빠르게 향상시켰다.

2023년 4월, 팻팻 홈페이지 화면. 출처 팻팻 공식홈페이지

유니콘 넘어 데카콘 넘보는 팻팻, 성공 전략 3가지

1️⃣아동복에 ‘패스트 패션’ 도입

저렴한 가격, 트렌드가 컨셉인 쉬인처럼 팻팻 역시 아동복계에 ‘패스트패션*’ 개념을 도입했다. 팻팻은 실리콘밸리 출신인 창립 멤버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했다. 빅데이터를 통해 현재 패션 트렌드를 정확하게 분석했고 그 덕분에 미국 아동복 시장에 대한 특수한 니즈를 발견할 수 있었다.
*패스트패션: 빠르게 변화하는 유행에 맞춰 옷을 생산하고 유통하는 시스템

팻팻은 최대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키즈 제품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아울러 원가와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 제품 선정에 있어 이익률이 50% 이상, 물류 비용 역시 적정 비율 내에 있는 것을 추렸으며 자사의 품질 검사 기준에 부합해야 한다는 3가지 규칙을 정했다. 또 유럽과 미국 시장에 적합한 패키지와 카피라이팅을 적용했다. 이 과정에서 창립 멤버들이 체득한 미국 문화가 큰 도움이 됐다.

2023년 4월, 팻팻에서 판매 중인 의류. 출처 팻팻 공식홈페이지

아동복 스타일을 선정하는 데 있어 팻팻은 기존 미국, 유럽 시장의 보편적인 스타일과는 달리 발랄하고, 귀엽고, 원색의 색감을 활용해 사람들에게 더욱 강한 브랜드 이미지를 남겼다. 또 아기의 옷에 “아빠, 미안해요. 이제 2명의 보스가 생겼네요(Sorry Daddy, you now have two bosses)”와 같은 센스있고 귀여운 문구를 프린팅 해 웃음 짓게 만든 것도 소구점으로 작용했다.

팻팻은 시즌별로 빠르게 움직이는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전략을 학습해 매일 새로운 제품을 출시한다. 기존의 다른 아동복 브랜드보다 눈에 띄게 빠른 속도다. 즉, 요즘 유행하는 요소들을 빠르게 파악하고 시장에 물건을 공급하는 것이 팻팻의 주요 전략이다.

2️⃣ 80, 90년대생 부모의 라이프 패턴에 최적화

바링허우(80後)와 지우링허우(90後)가 부모 세대가 되면서 개성, IP, 비주얼 등의 키워드가 키즈 시장에서 중요한 판매 포인트가 됐다. 팻팻은 운영 초기에 젊은 세대가 주로 사용하는 해외 소셜 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타겟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 중 가장 돋보이는 것은 페이스북(Facebook) 운영 전략이다. 팻팻은 새로운 시장에 진출할 때마다 국가별로 계정과 그룹을 등록하는데, 현재 팻팻은 공식 페이스북 페이지에 660만 명의 팔로워를 보유하고 있으며, 각국의 서브 계정 팔로워도 100만 명이 넘는다.

또, 팻팻의 주요 트래픽은 모바일 기기에서 발생한다. 팻팻은 자체 앱(APP)에 팻 라이프(Pat Life)라는 별도의 콘텐츠 공유 커뮤니티를 론칭해 이곳에서 부모들이 자녀의 OOTD(Outfit Of The Day, 오늘의 착장)를 공유하도록 했다. 유저들의 공유를 장려하기 위한 포인트 리워드 제도도 운영 중이다. 이 커뮤니티에서는 자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자랑할 수 있으면서 동시에 다른 아이들이 어떤 스타일링을 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3️⃣중국의 거대한 공급 체인과 DTC(Direct To Customer)로 원가 절감

전통적인 유통 단계를 생각해보자. 완제품이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에서 수입 업체, 브랜드, 유통 업체, 소매 업체를 포함해 총 4단계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각 단계마다 시간이 소요되고 재무 비용도 증가한다. 그러나 팻팻은 4단계의 과정을 생략하고 공장에서 사용자에게 직접 상품을 발송한다. 이로 인해 팻팻은 유통 단계에서 드는 비용의 80%를 절감할 수 있게 됐고 소비자는 그만큼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살 수 있게 된다. 팻팻의 M2C(Manufactures to Consumer) 또는 DTC(Direct to Consumer) 모델이 경쟁력을 높인 셈이다.

팻팻은 디지털 시스템을 잘 구축한 덕에 공급 전 과정을 단순화했다. 또 빅데이터 및 AI를 활용해 실시간으로 패션 트렌드를 포착하고 데이터를 취합, 분석해 상품 개발, 디자인에 적용했다. 판매량도 예측해 재고나 불필요한 낭비를 줄였다. 또, 중국에 이미 갖춰진 완전한 의류 산업 체인, 국경 간 물류 인프라에 의존해 저비용·고품질·빠른 회전율·광범위한 지역으로의 배송을 가능케 했다. 미국과 유럽에 자체 창고를 만들어 주문부터 배송까지 최단 4일, 최장 10일이 넘지 않도록 만들었다.

‘아동복’이라는 레드오션 시장에서 ‘패스트패션’을 도입한 발상의 전환, 양국 문화에 대한 이해, 중국의 거대한 공급 체인을 등에 업고 전세계 부모 소비자의 거대한 수요를 해소하는 데 성공한 팻팻. 팻팻은 유니콘을 넘어 데카콘(전 기업 가치가 100억 달러를 넘어선 스타트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

임서영 차이나랩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