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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딤섬 맛집, 베이징 아저씨들의 ‘놀이터’된 사연?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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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외국 땅을 여행할 땐 어떠한 어려움을 맞닥뜨릴지 모른다. 변수가 많은 중국이라면 더더욱 말이다. 베이징 여행 중 부득이하게 밖에서 밤을 지새워야 한다면, 지도를 켜고 이 두 곳을 검색하시라. 베이징의 흔치 않은 24시간 식당, 하이디라오(海底撈)와 진딩쉬엔(金鼎軒·금정헌)이다. 온종일 문을 여는 이 두 식당은 각기 다른 매력으로 사람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하이디라오 #특전사식 여행 #Z세대 성지

사진 하이디라오 캡처

사진 하이디라오 캡처

하이디라오는 한국에도 여러 지점을 거느린 훠궈(火鍋·샤브샤브)전문 체인점이다. 맛은 물론이고 무료 네일아트와 특제면 공연 등으로 인기가 높다. 그런데 베이징에 위치한 하이디라오는 미식가들보다 배낭여행객들의 발길이 더 잦다고 한다.

새벽 1시 반, 하이디라오 왕푸징(王府井) 점 화장실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서 있다. 대다수가 캐리어를 끌거나 커다란 배낭을 멘 여행객이다. 이들은 잘 준비를 하는 듯 거울 앞에 서서 세수와 양치를 한다. 식당 안의 풍경은 더욱더 놀랍다. 테이블에 고개를 파묻고 꾸벅꾸벅 졸거나 아예 의자 위에 누워 본격적으로 잠을 자는 사람들을 여럿 볼 수 있다.

사진 광밍왕 캡처

사진 광밍왕 캡처

관광 시장이 다시금 활기를 되찾고 있는 요즘,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선 ‘특전사식 여행(特種兵式旅遊)’이 유행하고 있다. ‘하루 안에 관광지 10곳 돌기’를 목표로 빡빡하게 여행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 특전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북경청년보(北京青年報) 취재에 따르면, 하이디라오는 ‘특전사식 여행’을 하는 중국 Z세대의 베이스 캠프로 부상했다. 이들은 베이징 기차역이나 주요 관광지 근처 하이디라오에서 쪽잠을 자며 부족한 여행 경비와 시간을 절약한다.

“어제 밤늦게 베이징에 도착해서 곧바로 하이디라오로 왔어요. 여행 일정이 조금 타이트한데, 여기서 대충 잠을 자고 다음 날 일정을 빨리 시작하려고요.”

“이곳 하이디라오는 천안문 광장과 매우 가까워요. 친구들과 야식을 먹으며 밤을 새우다가 아침이 밝으면 천안문 광장에서 국기게양식을 볼 거예요.”

*천안문 광장에서는 매일 베이징 일출 시각에 맞춰 국기게양식이 진행된다.

진딩쉬엔 #숨은 골프 맛집 #베이징 아저씨 놀이터  

진딩쉬엔 본점. 사진 따중뎬핑 캡처

진딩쉬엔 본점. 사진 따중뎬핑 캡처

하이디라오가 젊은 배낭여행객의 성지라면, 진딩쉬엔은 중장년층의 놀이터가 되고 있다. 베이징에만 10개 넘는 지점을 운영 중인 진딩쉬엔은 한국 관광객에겐 ‘딤섬 맛집’으로 이름이 나 있다. 그러나 정작 진딩쉬엔의 현지 인기 비결은 맛이 아닌 다른 데에 있다고 한다.

“너무 시끄러운 하이디라오를 피해 진딩쉬엔으로 왔습니다. 이곳엔 저처럼 평범한 중년 남성들이 많아요. 이들 사이에 섞이면 눈치 보지 않고 마음 편하게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진딩쉬엔의 음식이 특별하게 맛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지만 광둥식 딤섬부터 남북 지역 가정식(家常菜)까지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직원들이 지나치게 열정적이지 않다는 점도 오히려 좋아요.”

사진 LIFELAB 캡처

사진 LIFELAB 캡처

베이징에 사는 4060 남성들은 위와 같은 이유로 진딩쉬엔을 자주 찾는다고 말했다. 진딩쉬엔의 음식 맛은 그저 그렇지만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와 깔끔한 서비스가 마음에 든다는 평가다. 특히 융허궁(雍和宮·옹화궁) 근처에 있는 진딩쉬엔 본점은 주차공간도 넉넉해(차량 500대 수용 가능) 한밤중 드라이브 코스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러나 4060 남성들이 진딩쉬엔으로 향하는 진짜 이유는 ‘24시간 스크린 골프’ 때문이다.

진딩쉬엔 아시안게임 선수촌 내 스크린 골프장. 사진 (좌)LIFELAB (우)如歌高爾夫 캡처

진딩쉬엔 아시안게임 선수촌 내 스크린 골프장. 사진 (좌)LIFELAB (우)如歌高爾夫 캡처

진딩쉬엔 아시안게임 선수촌(亞運村) 점에는 식당과 연계된 ‘24시간 실내 골프클럽’이 있다. 1층 식당에서 4층으로 올라가면 나오는데, 야식과 함께 새벽까지 골프를 칠 수 있어 ‘베이징 아저씨들의 천국’으로 꼽힌다. 해당 지점 근무 직원은 “중장년층 남성 고객 대다수가 이곳에서 식사 후 골프를 즐긴다”며 “일부 고객은 4층 룸에서 식사하며 공을 치기도 한다”고 전했다.

실제로 진딩쉬엔 아시안게임 선수촌 점에선 세 종류의 연간 이용권-50시간권(하루 중 어느 때나 이용), 오전권(08:00~12:00 중 무제한 이용), 야간권(23:00~07:00 중 무제한 이용)-을 팔고 있다. 또한 스크린 골프 30분 무료 체험이 포함된 2인 식사권을 팔며 조용히 베이징 아저씨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권가영 차이나랩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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