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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김재원 짜증난다"며…징계 안하는 與 '이준석 딜레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리도 짜증 나지만 징계까지는….”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김성룡 기자

국민의힘 최고위원회의가 지난달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김재원 최고위원이 생각에 잠겨있다. 왼쪽은 김기현 대표. 김성룡 기자

잇따라 설화를 일으킨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에 대해 당 고위 관계자가 5일 한 말이다. 당내에서 분출하는 김 최고위원 징계 요구에 일부 공감하면서도 그렇다고 쉽게 받아들이긴 힘들다는 취지다.

약 3주간 이어진 김 최고위원의 설화 국면은 일단 김 최고위원의 셀프 자숙으로 마무리되는 모습이다. 지난 4일 김 최고위원은 “논란을 피하기 위해 당분간 공개활동을 모두 중단하겠다”고 했고, 김기현 대표도 “김 최고위원은 자숙하는 의미로 4월 한 달 동안 최고위 참석 및 모든 언론 출연을 중단하겠다고 했다”고 썼다. 앞서 김 최고위원은 “5ㆍ18 정신을 헌법에 수록할 수 없다”, “전광훈 목사가 우파 진영을 전부 천하 통일했다”, “4ㆍ3 기념일은 3ㆍ1절에 비해 격이 낮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세 차례 설화를 거치며 “징계하지 않으면 지지율 폭락”(홍준표 대구시장), “이러다 우파 쪼그라든다”(유승민 전 의원)는 요구가 분출됐지만 윤리위 회부 등의 조치는 없어 당내엔 “지도부가 너무 우유부단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김 대표는 김 최고위원이 두 번의 설화를 일으킨 후인 지난달 31일 “차후 (실수가) 반복되면 또 다른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징계를 시사하기도 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5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우파 한인회인 '북미주자유민주주의수호연합' 주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JTBC 캡처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지난달 25일 미국 애틀란타에서 우파 한인회인 '북미주자유민주주의수호연합' 주최 행사에서 강연하고 있다. 사진 JTBC 캡처

결과적으로 징계 절차를 밟지 않은 데 대해 지도부 관계자는 “김 대표도 윤리위 회부 검토를 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김 대표로선 김 최고위원과 총선을 같이 치르기 어렵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하지만 현재 윤리위가 위원장 사퇴로 공백인 점을 감안해 회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준석 전 대표 징계를 결정한 이양희 전 위원장 등 윤리위원 전원은 임기를 반년 앞두고 지난 3일 사의를 표해 윤리위는 공백 상태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 전 위원장 사의 직후 “가만히 있으면 김재원 (징계) 건처리해야 될 테니까 (그만둔 것)”라고 주장했다.

“징계를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가는 것도 부담”이란 의견도 적지 않다. 이 경우에도 이 전 대표가 언급된다. 이 전 대표는 대표 시절 윤석열 대통령 등을 ‘양두구육’, ‘신군부’ 등에 빗댔던 게 문제가 돼 지난해 10월 당원권 정지 1년의 징계를 받았다. 같은 설화에 대해 이 전 대표만 징계한다면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을 우려가 있는 셈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사진은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8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이준석 국민의힘 전 대표. 사진은 지난달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3·8 전당대회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뉴스1

당사자인 이 전 대표는 이미 “양두구육이란 사자성어를 쓰면 1년 징계고, 전 목사나 5ㆍ18에 대해 뭐라 하는 건 무징계냐”라는 발언을 이어오고 있다. 한때 이 전 대표와 가까웠다가 사이가 멀어진 홍 시장도 이 문제에서만큼은 “이준석 사태 때는 그렇게 모질게 윤리위를 가동하더니 그 이상으로 실언ㆍ망언을 한 김 최고위원은 어떻게 처리하는지 한번 지켜보자”고 압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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