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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여중생 성폭행' 외국 공무원 CCTV 반격, 되레 法이 때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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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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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 중학생을 호텔 객실로 유인해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외국 공무원 2명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은 해양수산부 교육 프로그램에 참석하려고 한국에 들어왔던 라이베리아 공무원이다. 이들은 혐의를 모두 부인하며 ‘외교관 면책 특권’ 등을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韓 10대 성폭행 라이베리아 공무원들에 징역 9년

부산지법 형사5부(부장 장기석)는 5일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특수강간·유사강간·강제추행), 공동감금 등 혐의로 기소된 A씨(54)와 B씨(34)에게 각각 징역 9년을 선고했다. 이들은 지난해 9월 22일 부산역에서 만난 여중생 2명을 “맛있는 음식과 술을 사주겠다”며 호텔 객실로 유인한 뒤 성폭행·유사강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B씨는 체구가 건장한 흑인으로, 연락받은 피해자들 지인이 호텔 객실로 찾아오자 소리를 지르며 출입문을 막는 등 20분 넘게 감금한 혐의도 적용됐다. 경찰은 객실 내부에서 “때리지 말아달라”는 비명이 들리자 문을 강제로 열고 들어가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혐의 부인하며 면책 특권 주장, 안 먹혔다

A·B씨는 해양수산부와 국제해사기구(IMO)가 주최한 한국해사주간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부산에 왔다. 체포 당시 외교관 여권을 소지한 점을 들어 면책 특권을 주장했다. 하지만 경찰은 외교관 신분은 국내 근무가 아니라 단지 프로그램 참석을 위해 부여된 것이며, 이는 외교관에게 면책특권을 규정한 ‘비엔나 협약’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보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재판 과정에서 A·B씨는 피해자들과 합의한 뒤 성관계했을 뿐 성폭행은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호텔 폐쇄회로(CC)TV에서도 범행 이후 피해자들이 잠시 객실 밖으로 나왔는데 도망치거나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모습이 잡힌 점을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장 부장판사는 “피해자들은 소지품을 객실에 둔 채 호텔 가운과 슬리퍼만 착용한 모습이었다. 10대 중학생인 피해자들은 가족이나 친구들에게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점을 극도로 꺼렸던 사실 등을 고려하면 (해당 CCTV 장면에서) 이런 모습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자 진술 주요 내용이 일관되며 비합리적이거나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고 밝혔다.

한편 라이베리아 매체인 ‘라이베리안 옵서버(Liberian observer)’는 이 사건을 보도하며 A·B씨 얼굴을 공개했다. A씨는 라이베리아 해사청 해양환경보호국장, B씨는 IMO 소속 런던 주재 라이베리아 상임대표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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