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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실신" 라비 거짓연기로 약 처방…브로커 "굿, 軍면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허위 뇌전증으로 병역 의무를 회피하려 한 래퍼 라비(30·본명 김원식)와 소속사가 특별한 증상이 없다는 의사 의견에도 약을 처방해달라고 요구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를 도운 병역 브로커 구모(47·구속기소)는 라비 측에 "굿, 군대 면제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3일 정점식 국민의힘 의원실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라비와 소속사 그루블린 김모(37) 공동대표 등의 공소장에 따르면 라비는 2012년 첫 병역 신체검사에서 기관지 천식으로 3급 현역 판정을 받은 뒤 지속해서 병역을 미루다 2019년 재검에서 4급 판정을 받았다.

가수 라비. 뉴스1

가수 라비. 뉴스1

이후 라비는 2021년 2월 마지막으로 병역 이행을 연기하겠다는 서류를 제출했다. 당시 그는 '향후 입영 일자가 통보될 경우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병무청에 제출했다.

라비의 소속사 김 대표가 병역 브로커 구씨를 알게 된 건 이즈음으로, 라비의 군 문제를 두고 구씨와 면담했다.

구씨는 이 자리에서 라비의 경우 허위 뇌전증 진단으로 5급 면제를 받을 수 있다고 제안했고, 김 대표는 라비와 협의해 구씨의 제안을 받아들여 3월 보수 5000만원에 바로 계약했다.

구씨는 계약서에 '군 면제 처분을 받지 않으면 비용 전액을 환불 처리한다'는 조항을 넣기도 했다.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구상엽 1차장검사가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에 대한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3개월 동안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전개한 결과 래퍼 라비를 포함한 면탈자와 병역 브로커, 공무원, 공범 등 137명을 적발해 기소했다. 뉴스1

지난달 13일 오전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서 구상엽 1차장검사가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에 대한 종합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남부지검과 병무청 합동수사팀은 지난해 12월 5일부터 3개월 동안 뇌전증 위장 병역면탈 사범 등에 대한 대규모 수사를 전개한 결과 래퍼 라비를 포함한 면탈자와 병역 브로커, 공무원, 공범 등 137명을 적발해 기소했다. 뉴스1

이후 라비 측은 구씨의 지시에 따라 갑자기 실신한 것처럼 연기하고 119에 신고한 뒤 응급실에 도착해선 입원 치료 대신 신경과 외래진료를 잡아달라고 요구했다.

라비는 외래진료에서 의사에 '1년에 2∼3번 정도 나도 모르게 기절할 때가 있다'는 등 거짓말을 해 뇌파 및 MRI 검사 일정을 잡았다.

그해 4월 라비와 김 대표는 검사 결과를 듣기 위해 방문한 병원에서 담당 의사로부터 '검사 결과 특별한 이상 증상이 확인되지 않아 별다른 치료나 약이 필요치 않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에 김 대표가 구씨에게 연락하자, 구씨는 "약 처방 해달라고 해. 만약에 또 그러면 멘탈 나가고 음악생활도 끝이다, 아니면 진료의뢰서 끊어달라고 해"라고 지시했다.

김 대표는 의사에게 '약 처방을 해달라'고 요구해 결국 약물치료 의견을 받아냈다.

이후에도 약을 추가 처방받은 라비는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병무용 진단서를 받아 2021년 6월 병무청에 병역처분변경원을 제출했다. 구씨는 김 대표로부터 이 사실을 전달받고는 "굿, 군대 면제다"라고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이후 라비는 정밀 신체검사 전날 저녁과 당일 아침에 뇌전증약을 복용해 소변검사를 대비했다. 소변검사에서 적절한 약물 농도가 검출되게 해 진짜로 뇌전증을 앓고 있는 것처럼 꾸며낸 것이다.

결국 라비는 지난해 5월 병무청에서 5급 군 면제 처분을 받았다가 두 달 뒤 약물 처방 기간 산출에 오류가 있었다는 병무청 판단에 따라 그해 9월 4급으로 재판정됐다. 한 달 뒤인 그해 10월 라비는 사회복무 요원으로 입대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라비와 김 대표를 불구속기소 했다. 브로커 구씨는 현재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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