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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 비싸고 느려도 통신사들이 긴장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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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론 머스크(Elon Musk) 미국 테슬라·스페이스X CEO와 한국 내 투자 협력 방안 등을 주제로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일론 머스크(Elon Musk) 미국 테슬라·스페이스X CEO와 한국 내 투자 협력 방안 등을 주제로 화상 면담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일론 머스크의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위성인터넷 서비스 ‘스타링크’가 2분기 국내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준비에 한창이다.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시장에 즉각적인 파장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다. 하지만 2년 후 도심항공교통(UAM)이 예정대로 상용화할 경우엔 스타링크가 국내 통신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무슨 일이야 

3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스타링크는 지난달 8일 유한책임회사 ‘스타링크코리아’를 설립하고 현재 인력 채용을 진행 중이다. 지난 1월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산하 서울전파관리소에 회선설비 미보유 기간통신사업자 등록 신청서를 제출했다. 현재는 서류 보완 중이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서류 보완은 통상 1개월이면 끝나는 작업이지만, (스타링크코리아가) 이 기간에 인력 채용 절차 등을 신중하게 진행하는 것 같다”며 “국내 채용 현황 등의 서류만 제출하면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하는 데 문제는 없으며, 본사와의 서비스 제공 계약·국경 간 공급 협정 계약을 마치면 2분기 안에 국내 서비스가 가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타링크코리아는 서울 서초구 강남역 인근에 사무실을 마련했으며, 지사장 없이 본사 사업 운영 담당 임원인 로렌 애슐리 드레이어 선임이사가 국내 업무를 총괄할 전망이다.

스타링크, 뭐가 달라

지난 2020년 서비스를 시작한 스타링크는 현재 4000여 개 위성을 기반으로 전 세계 50여 개국에 광대역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통신 기지국을 설치하기 어려운 산골이나 섬 등에서도 인터넷이 가능하도록 한 것이 장점. 미국과 캐나다를 시작으로 영국, 독일, 호주, 프랑스 등에 진출했으며 지난해 10월에는 일본에 진출했다. 국내에서도 음영 지역 없이 한반도와 부속 도서 전체에 인터넷을 제공할 수 있을 전망. 스타링크는 오는 2027년까지 1만2000여 개, 2030년까지 4만 개 이상의 위성을 우주로 쏘아올린다는 계획이다. 위성이 많아질수록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고 서비스 가격도 낮아질 수 있다.

이게 왜 중요해

지난해 5월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가 53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팰컨9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지난해 5월 플로리다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스페이스X가 53개의 스타링크 위성을 실은 팰컨9 로켓을 발사하고 있다. [로이터=뉴스1]

① 머스크 효과, 국내서도 통할까: 스타링크의 강점은 오지에서도 통하는 빠른 인터넷. 하지만 어디서든 잘 터지는 국내 유무선 인터넷과 비교하면 값은 비싼데 속도는 더 느리다. 스타링크의 해외 서비스를 살펴보면 다운로드 속도가 초당 50메가비트(Mbps)인 기본형 서비스에 가입하면 한 달에 110달러(약 14만원)를 내고, 다운로드 속도가 500Mb인 프리미엄 서비스의 경우 월 500달러(약 64만원)의 요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국내 이동통신사의 5세대(5G) 통신은 다운로드 속도 약 400Mbps, 유선 인터넷은 약 10Gbps 기준 월 4만원 안팎으로 더 저렴하고 빠르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유무선 통신망이 잘 갖춰진 국내에서는 스타링크가 영향력을 발휘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이 때문에 미국에서 진행 중인 기내 초고속 와이파이 사업처럼 국내에서도 스타링크가 항공기나 선박 대상 기업 간(B2B) 영업에 주력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② 제4이통사 가능성은 없나: 최근 정부는 통신3사의 과점 체계를 깨기 위해 신규 사업자 유인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 때문에 스타링크가 국내에서 제4이동통신 사업자로 나서며, 국내 통신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메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하지만 이 역시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김홍식 하나증권 연구원은 “기간통신사업은 초기 자금이 많이 필요한데다 재원 투입 후 회수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각종 규제도 많다”며 “정부가 외국인 지분율(현재 49%) 제한을 없애고 세제 지원 등 파격적인 혜택을 제공한다고 해도 스타링크가 제4 이통사로 나설 가능성은 ‘제로(0)’에 가깝다”고 전망했다.

통신사가 긴장한 이유는

마이크 시베르트 티모바일 CEO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사진 스페이스X]

마이크 시베르트 티모바일 CEO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CEO. [사진 스페이스X]

그럼에도 국내 통신사들은 스타링크의 동향을 무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통신·인터넷 생태계가 육상을 벗어나 항공·해상으로 확대될 경우 시장 판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기정통부는 6G 이동통신이 보편화하면 위성통신망을 통해 선박 와이파이, 해상물류 사물인터넷(IoT), UAM 등의 서비스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때는 스타링크와 같은 위성통신이 6G 통신의 기본 인프라가 될 수 있다는 것. 특히, 정부 계획대로 2025년 국내에서 UAM이 상용화하면 하늘을 향해 전파를 보내는 기존 통신사보다 위성으로 전파를 쏘는 스타링크가 훨씬 유리한 상황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문규 서울시립대 전자전기컴퓨터공학부 교수는 “6G는 지상 기지국과 우주의 저궤도 위성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독자적인 통신 규격으로 저궤도 위성 인터넷 서비스를 해온 스타링크가 6G 시대에서 주도권을 가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KT와 손잡을까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스타링크가 국내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 한국의 통신사업자와 협업할 가능성도 있다. 이미 KT의 위성통신 계열사인 KT SAT가 스타링크와의 협업 가능성을 시사했다. KT SAT은 지난 2017년 10월 무궁화위성 5A호를 쏘아올릴 때 스페이스X의 발사체를 이용했으며, 내년 말 6A호 발사를 위해 스페이스X와 계약을 마친 상태다. KT SAT 관계자는 “아직 협력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것은 없다”면서도 “그간 발사체 계약을 진행하는 등 협업을 지속해온 만큼 다양한 논의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KT SAT이 이용하는 무궁화위성은 정지궤도 통신위성으로 서비스 지역(커버리지)이 넓고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하지만, 고도가 높아 속도가 느리다. 반면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은 고도가 낮아 데이터 송수신이 원활한 대신 커버리지가 좁아 위성을 촘촘히 배치해야 한다. KT SAT과 스타링크가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는 협업을 시도할 수 있다고 보는 배경이다.

장기적으로는 스타링크가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동통신사와 손잡을 가능성도 있다. 6G 서비스를 위해 통신사의 지상 기지국과 스타링크의 저궤도 위성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속도와 커버리지를 보완해 B2B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스타링크는 해외에서 이동통신 사업자와 협업을 서두르고 있다. 앞서 머스크 스페이스X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8월 미국 티모바일과 협력을 발표하고 올해 하반기 중 티모바일의 무선 가입자에게 스타링크의 위성통신망을 통한 문자 메시지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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