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팩플] 9년만에 상륙한 애플페이…찻잔 속 태풍? 네카오 손잡은 삼성페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페이로 상품을 결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간편결제 ‘애플페이’가 21일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미국에서 애플페이가 서비스를 시작한지 9년 만이다. 국내 아이폰 사용자들도 신용카드 없이 오프라인 결제가 가능해진 것. 그러나 교통카드 결제가 안 되고, 사용처도 제한적이라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무슨일이야

애플은 이날 서울 용산구 한남동 현대카드 언더스테이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애플페이 공식 출시를 알렸다. 애플의 던킨 올비 애플페이 인터내셔널 총괄은 “많은 한국 사용자들이 오래 기다려온 애플페이를 오늘 첫 번째 카드발급 파트너인 현대카드와 함께 선보인다”고 말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도 “오늘은 애플페이의 출시와 함께 EMV(유로페이ㆍ마스터카드ㆍ비자 승인 방식) 기반 근거리무선통신(NFC)가 국내에 처음 들어온 기념비적인 날”이라며 “앞으로 계산대 앞에 줄은 줄어들 것이고, 여러분은 ‘다시 한 번 꽂아주세요’라는 말을 더 이상 들을 필요가 없어졌다”고 말했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이날 오전까지 애플페이와 현대카드를 연동한 고객은 17만 명이었다. 사용자가 몰려 한때 일부 매장에서 애플페이 결제가 안되기도 했다.

애플페이는 뭐가 달라?

① 최대 무기, 애플 생태계
애플페이는 스마트폰에 신용카드 주요 정보를 등록한 후, 비접촉 및 온라인 방식으로 결제할 수 있다. 이날 행사에서 올비 총괄은 ‘쉬운 사용성’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아이폰 측면 버튼을 이중 클릭해 애플페이를 실행시킨 후 페이스ID나 암호 입력으로 본인 인증을 한 뒤 결제 단말기에 아이폰을 갖다 대면 된다. 비접촉방식이라 결제 단말기와 직접 닿지 않아도 결제가 된다.

한 번 등록한 신용카드는 애플의 클라우드 서비스인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해 다른 애플 기기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셀룰러(이동통신 연결)나 아이폰과의 연동 없이 애플워치만으로도 결제가 된다. 정 부회장이 “한국에서도 한강변을 산책하다가 애플워치로 물을 사 마시는 일이 가능해진 것”이라고 콕 집어 설명한 배경이다. 아이패드나 맥(컴퓨터)에서도 별도의 결제 페이지로 넘어가지 않고 애플페이로 결제 가능하다. 반면 삼성 갤럭시워치에서는 삼성페이가 지원되지 않는다.

애플페이를 통해 맥(MAC)에서도 지문인식으로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권유진 기자

애플페이를 통해 맥(MAC)에서도 지문인식으로 간편결제가 가능하다. 권유진 기자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워치로 애플페이 결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이마트24 R한남제일점에서 한 시민이 애플워치로 애플페이 결제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② 해외에서도 쉽게 사용
국내에서 쓰던 애플페이를 별도 조치 없이 해외에서 바로 쓸 수 있는 것도 강점이다. 올비 총괄은 “70여개 이상의 국가에서 서비스되고 있어 해외 여행시에도 수백만 가맹점에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글로벌 애플페이 사용자 수는 2016년 말 6700만명에서 2020년 말에는 5억700만명으로 증가했다. 삼성페이는 출시 5년 만인 2020년 9월 해외 결제 지원을 시작해 사용자가 애플페이에 비해선 적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 삼성페이 이용자는 1630만 명으로 애플페이(4390만 명)의 3분의 1 규모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애플페이 광고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애플의 근거리무선통신(NFC) 결제 서비스 '애플페이' 서비스 개시일인 21일 서울 용산구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건물에 애플페이 광고물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왜 중요해

국내 간편결제 시장이 춘추전국시대를 맞았다. 시장이 가파르게 커지면서 사업자 간 합종연횡도 활발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일평균 간편결제 서비스 거래액은 2020년 상반기 4009억원에서 지난해 상반기 7232억원으로 급증했다. 일평균 이용 건수 역시 같은 기간 1293만건에서 2317만건으로 늘었다. 이 시장의 절반은 네이버(네이버페이)ㆍ카카오(카카오페이)ㆍKG이니시스(이니페이) 등이 속한 전자금융업체들이 차지하고, 삼성전자(삼성페이)의 비중은 24% 정도다. 결제 업계 관계자는 “결제 중개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한 영역은 아니라 진입 문턱이 낮은 편”이라며 “다른 사업과 연계해 고객을 락인(lock-in·묶어두기) 할 수 있고 관련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 IT 업계가 관심을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애플페이, 잘 될까

애플페이의 상륙이 찻잔 속 태풍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22%(2022년 기준)에 그치고, NFC 결제 단말 보급도 10% 미만이기 때문. 2015년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삼성페이는 MST(마그네틱 보안전송) 방식이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애플페이의 올해 국내 간편결제 시장점유율을 15%로 전망했다. 김소혜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애플페이는 국내 아이폰 점유율이 크게 올라가야 기존 사업자에게 위협이 될 것” 이라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재 애플페이는 편의점·대형마트 등 대기업 프랜차이즈에 사용처가 집중돼 있다. 개인 자영업자가 운영하는 식당 등에서 NFC 단말기를 도입하려면 약 20만원을 부담해야해 보급 속도가 더디다.

당분간 현대카드로만 이용할 수 있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현대카드가 금융위원회 심사과정에서 애플페이에 대한 배타적 사용권을 포기하면서 다른 카드사도 애플페이를 도입할 수 있게 됐지만, 참여 의사를 밝힌 카드사가 아직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사에 연 단위로 결제수수료를 부과하는 삼성페이와 달리 애플페이는 수수료를 결제 건당 0.1% 정도 부과한다”며 “카드사 입장에서는 비용을 꼼꼼하게 따져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삼성페이 대응은

삼성페이는 네이버·카카오와 동맹을 맺어 온라인 결제 영토를 넓히려는 중이다. 온라인 네이버페이 결제 페이지에 삼성페이가 추가되고, 네이버페이 앱 안에 삼성페이가 들어가는 식. IT 업계에 따르면 삼성페이는 이르면 이번주 내에 네이버페이와 연동될 전망이다. 카카오페이와도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