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플] “신규 사업자 모십니다”…통신3사 과점 깨기, 이번엔 성공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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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IA빌딩에서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이 10일 오후 서울 종로구 NIA빌딩에서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를 위한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20년간 굳어진 통신 3강 구도를 이번엔 깰 수 있을까. 경쟁 촉진을 위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 이후 정부의 움직임이 빨라졌다. 통신3사가 과점한 알뜰폰 시장에 대해 정부가 규제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메기를 풀 준비 중이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지난 10일 서울 중구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에서 열린 ‘알뜰폰 경쟁력 강화 간담회’에서 통신 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박 차관은 “알뜰폰 시장에서 통신3사 자회사가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 통신 시장에 건전한 생태계를 만드는지 의문이다. 경쟁 활성화와 건전한 생태계 조성을 위한 대안이 무엇인지 숙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지난달부터 학계 전문가 및 유관기관과 함께 ‘통신시장 경쟁촉진 정책방안 특별전담팀(TF)’을 운영 중이다. 박 차관이 예고한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은 상반기 중 나올 통신 경쟁 촉진 대책에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이게 왜 중요해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물가가 고공행진하자 정부는 금융·통신 분야를 집중 겨냥해 민생 부담 완화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가구당 월평균 통신비(유·무선전화, 인터넷) 지출액은 지난해 4분기 기준 13만4917원으로 전년 대비 5% 증가했다. 이 와중에 통신3사는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거둔 상황. 정부는 이를 통신 과점 체제의 폐해로 보고, 경쟁 촉진을 통해 업계 판도를 혁신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한대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 공개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통신전파연구본부장이 2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열린 '통신시장 경쟁촉진 공개토론회'에서 발제를 하고 있다. [뉴스1]

◦ 제4이통사, 이번엔 성공할까: 정부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는 제4의 이동통신사.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외에 새로운 사업자가 투입돼 통신 시장의 경쟁을 촉진하는 그림을 기대한다. 제4이통사에 대한 논의는 정부가 지난해 KT와 LG유플러스의 28GHz 주파수 대역 할당을 취소하며 본격화됐다. 앞서 정부는 2010년부터 7차례에 걸쳐 제4이통사 도입을 추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김민철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 본부장은 지난 2일 과기정통부가 주최한 ‘통신 시장 경쟁 촉진 방안 마련 공개 토론회’에서 프랑스(프리모바일)와 일본(라쿠텐)의 통신업 진출 사례를 소개하며 “1위 사업자의 시장 점유율이 줄고 경쟁이 촉진되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소개했다. 박 차관도 “국내 통신시장에도 혁신적인 사업자가 나와 경쟁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며 “단순 통신 사업에 그치지 않고 금융, 유통, 모빌리티 등 다양한 융합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자가 나오길 바란다”고 밝혔다.

정부는 28GHz 대역 중 일부를 신규사업자에 우선 할당하고, 이 사업자가 5G 전국망 서비스를 원할 경우 알뜰폰처럼 도매가로 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유인책을 마련한 상태다. 한시적 세액공제와 자금지원도 약속했다.

◦ 알뜰폰도 경쟁 유도: 지난 2010년 도입된 알뜰폰 사업의 정식 명칭은 이동통신 재판매사업(MVNO). 통신3사의 요금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시작됐다. 하지만 속을 살펴보면 여기서도 3사의 과점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말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통신3사 자회사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19년 37.1%에서 2021년 50.8%로 늘었다. 정부는 이 상황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입장이다. 알뜰폰 시장의 총 매출액은 전체 이동통신시장 매출의 5% 수준으로, 전체 알뜰폰 가입자의 약 1.3%(17만5000명)만 5G 가입자다. 알뜰폰엔 5G 요금제가 많지 않아 소비자 선택권이 넓지 않은 편이다.

과기정통부는 소규모 알뜰폰 사업자 간 인수·합병(M&A), 플랫폼·유통 등 비통신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돕기 위해 제도를 개선해 알뜰폰 사업자 간 경쟁이 활성화하도록 유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박 차관은 “알뜰폰 시장도 다양한 혁신서비스와 경쟁력 있는 사업자가 등장할 수 있도록 그간의 관행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며 “다양하고 저렴한 알뜰폰 5G 요금제 출시될 수 있도록 업계와 정부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생각대로 될까

문제는 신규 사업자 발굴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 통신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이통사에 여러 지원책을 약속하고 있지만 고객센터와 단말유통망 등에 대한 기본 투자를 생각하면 연간 수조원의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가입자가 늘어야 돈을 버는 구조인데 시장이 이미 레드오션이라 매력이 떨어지지 않겠냐”고 말했다. 실제로 네이버, 카카오, 롯데, 신세계 등이 제4이통사 후보군으로 떠올랐지만 이들 중 어느 업체도 확실한 의사를 밝힌 바 없다.

조성익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암묵적으로 조율되는 시장이라면 기업 하나 더 생긴다고 경쟁이 촉진되지 않는다”며 현행 제도나 시장 상황의 개선이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순구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현실적으로는 신규 통신사의 진입 여부와 상관없이 규제를 통한 경쟁 촉진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알뜰폰의 경우 통신3사 자회사를 제외하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만한 사업자를 찾기 힘들다는 것도 문제다. 독립 알뜰폰 사업자의 83.3%는 중소사업자로서 기존 통신사를 위협할만한 경쟁업체로 성장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 최근 알뜰폰 사업에 진출한 KB국민은행이나 핀테크기업 비바리퍼블리카(토스)처럼 자본력을 갖춘 사업자의 진입을 정부가 지속 유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제 카드도 만지작

이 때문에 정부는 신규 사업자를 유인하기 위한 ‘당근’ 외에 기존 사업자에 대한 ‘채찍’도 고민 중이다. 통신3사 자회사의 알뜰폰 점유율 제한을 추진하는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를 통해 담합 의혹 조사에 착수한 것. 공정위는 통신 3사가 요금체계나 단말기 판매 장려금 등의 책정에 있어 담합한 정황이 없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요금제 개편에 대한 압박도 진행 중이다. 현재 5G 요금제에서는 월 40~100GB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요금제가 없기 때문에 이 구간에 해당하는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도록 하고 시니어·청소년 대상 요금제도 다양화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더 알면 좋은 것

최근 알뜰폰 업계에선 금융기업이 새로운 메기로 떠올랐다. 알뜰폰 시장에 직접 진출하거나 기존 알뜰폰 사업자와 연계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다.

최근 통신 소비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건 데이터 환급 서비스다. 지난 1월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토스모바일은 남는 데이터를 현금처럼 쓸 수 있는 ‘데이터 페이백’ 전략으로 사전 가입자 17만명을 모았다. 신청자 10명 중 7명은 금융앱 토스의 주이용자층인 2030세대였다. KB국민은행의 알뜰폰 리브엠도 잔여 데이터를 금융 포인트로 전환해주는 데이터 환급 서비스를 시작했다.

은행권도 새로운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하나은행은 지난 9일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제휴해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하나은행 계좌로 통신비와 카드 대금 등을 이체하면 월 최대 3000원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한은행, 농협중앙회, 신협중앙회도 기존 중소 알뜰폰 업체와 제휴해 은행 서비스와 결합한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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