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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회관서 뜬눈으로 밤 지새워...홍성 산불 69%, 대전은 70% 진화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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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일 충남 홍성에서 발생한 산불이 22시간 넘게 꺼지지 않고 있다.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던 주민들은 산불이 집으로 번질 것을 걱정하며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밤새 산능성이를 넘어가고 있다. 신진호 기자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밤새 산능성이를 넘어가고 있다. 신진호 기자

3일 산림청과 충남도에 따르면 2일 오전 11시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이틀째 타고 있다. 3일 오전 9시 현재 진화율은 69%, 산불 영향 구역은 965㏊로 추정된다. 홍성 산불은 여전히 ‘산불 3단계’가 유지되고 있다.

마을회관 대피 주민들 밤새 전전긍긍 

산불로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마을 주민 236명이 서부초등학교와 능동마을회관 등 6곳으로 대피했다. 당국은 주택 30채를 비롯해 창고 30동과 문화재(양곡사당) 1동 등 62채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했지만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2일 오후 7시쯤 해가 지면서 진화에 나섰던 헬기가 철수하자 바람을 타고 확산한 불길이 마을 뒤편까지 번지면서 대피했던 주민 일부가 집으로 돌아가 급하게 귀중품과 가재도구를 챙기기도 했다. 일부는 농기계 등을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밤새 산능성이를 넘어가고 있다. 신진호 기자

2일 충남 홍성군 서부면 중리의 한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이 바람을 타고 밤새 산능성이를 넘어가고 있다. 신진호 기자

홍성 산불현장 인근에 사는 주민은 “여기서 80년을 넘게 살아왔지만 이렇게 큰불은 처음”이라며 “죽었던 불씨가 골바람을 타고 사방을 번졌지만, 밤이라 손을 쓸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지갑과 약 등 필수품을 챙기지 못했다며 안타까워했다. 마을회관으로 대피한 주민들에게는 가족과 지인들로부터 안부 전화가 수시로 오기도 했다.

산림 당국, 초대형헬기 동원 진화 작업 

산림청은 3일 오전 6시20분부터 초대형 헬기 등 진화 헬기 16대와 진화대원 2887명을 투입해 산불을 진화 중이다. 이르면 오전 중 주불을 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충남교육청은 김지철 교육감 주재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서부초등학교와 신당초등학교, 서부중학교 등 3개 학교를 3일 하루 휴업키로 결정했다.

2일 낮 12시19분쯤 대전 서구 산직동에서 발생한 산불은 3일 오전 9시 현재 진화율 70%를 보이고 있다. 산불 영향 구역은 398㏊ 규모로 추정된다. 산불이 난 곳은 대전 서구이지만 충남 금산군 복수면과 경계라 대전시장과 금산군수가 산불현장통합지휘부를 꾸리고 진화를 지휘하고 있다.

김태흠 충남지사가 홍성군 서부면 산불발생 현장에서 진화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김태흠 충남지사가 홍성군 서부면 산불발생 현장에서 진화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신진호 기자

대전 서구 산불로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지만, 주민 873명이 경로당 등에서 밤을 보냈다. 불길이 번지면서 민가와 암자 등 건물 2채가 불에 탔다. 산림 당국은 오전 6시20분부터 헬기 17대를 순차적으로 현장에 투입했다.

충남 보령·당진 산불도 오전부터 진화 재개

2일 오후 1시42분쯤 충남 보령에서 발생한 산불은 85%가 진화된 상태다. 이 불로 건물 12채가 소실됐고 주민 14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대피했다. 보령 산불 현장에는 헬기 8대와 진화대원 333명이 투입됐다. 산림 당국은 영농부산물을 소각하던 중 불이 산림으로 옮겨붙은 것으로 추정하고 실화자를 검거해 조사 중이다.

충남 당진 산불은 72% 정도가 진화됐고 산불 영향 구역은 68㏊로 추정되고 있다. 당진에서도 주민 100여 명이 인근 초등학교와 경로당으로 대피해 밤을 보냈다. 홍성 산불 현장을 지휘하고 있는 김태흠 충남지사는 보령과 당진 산불현장에 충남도 정무부지사와 행정부지사가 각각 보내 근무하도록 지시했다.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2일 대전 서구 산불 현장을 찾아 이장우 대전시장, 남성현 산림청장과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남화영 소방청장 직무대리가 2일 대전 서구 산불 현장을 찾아 이장우 대전시장, 남성현 산림청장과 현장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뉴스1

충북 옥천 산불은 3일 오전 8시 기준 70%가량으로 산불 영향 구역은 20㏊ 정도다. 현재 인명과 재산 피해는 없는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남성현 산림청장은 “야간에 고성은 산불 진화 차량과 공중진화대 등을 현장에 투입, 산불을 진화했다”며 “인명과 재산 피해가 없도록 안전에 유의하면서 산불 확산을 차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일 서울 인왕산에서 발생한 산불은 25시간 만인 3일 오후 1시3분쯤 완전히 진화됐다. 2일 오후 1시45분쯤 충남 보령시 청라면에서 발생한 산불도 21시간 만인 3일 오전 1시50분쯤 주불이 잡혔다. 산불영향 구역은 축구장 면적(0.714㏊)의 100배에 달하는 70㏊(68만㎡)로 추정된다. 대전 산불과 충남 당진 산불은 진화율이 70% 정도지만 강한 바람에다 송전탑 등 영향으로 진화가 더디게 진행 중이다.

2일 산불 34건, 하루 산불 역대 3번째
한편 지난 2일 전국에서 발생한 산불은 34건으로 2002년 4월 5일 63건, 2000년 4월 5일 50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로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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