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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심상찮은 북중 군사 밀착, 北 북한판 핵 A2/AD 준비하나(下)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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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上)편 내용과 이어집니다

탄도미사일과 달리 순항미사일은 낮은 고도로 비행한다. 통상 30~150m 사이의 고도에서 비행하는데, 목표와 가까워지면 고도를 더 낮추기 때문에 지상에 설치된 레이더나 해군 함정의 레이더로는 원거리에서 탐지하기가 쉽지 않다. 순항미사일이 해수면에 붙어 낮게 비행하는 것을 ‘시-스키밍(Sea-skimming)’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시-스키밍 방식의 미사일은 제아무리 뛰어난 성능의 레이더라도 원거리 탐지가 어렵다.

군함과 지상에 설치된 레이더는 기본적으로 ‘하늘’을 향하고 있고, 이 때문에 거리가 늘어날수록 탐지 가능한 최소 고도가 높아지는 문제가 있다. 탄도미사일에 대해 최대 1000km 가까운 탐지거리를 갖는다고 알려진 현용 이지스 레이더인 AN/SPY-1D(V)의 경우 시-스키밍 방식의 미사일에 대해서는 탐지거리가 37~40km까지 좁아진다.

시-스키밍(Sea-skimming) 중인 RBS 15 Mk4 공대지 대함 미사일. [사진 Saab]

시-스키밍(Sea-skimming) 중인 RBS 15 Mk4 공대지 대함 미사일. [사진 Saab]

순항미사일은 레이더의 사각지대를 비행한다는 강점을 극대화하기 위해 경로점(Way-point)을 여러 개 설정해 복잡한 비행경로를 취하며 표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설계된다. 적의 레이더 사각지대를 사전에 파악한 뒤 그 사각지대로 파고들어 표적에 접근한다는 이다.

최근 우크라이나가 소련 시절 제작된 대형 무인정찰기를 순항미사일로 개조해 국경에서 500km 이상 떨어진 모스크바 인근의 전략 시설들을 공격했을 때도 이 같은 기술이 사용됐다. 북한의 순항미사일 역시 긴 사거리를 이용해 한국과 미국의 레이더 사각지대들을 파고들며 동해·서해·남해 일대로 전개한 미 항모전단을 공격하는데 동원될 수 있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 발사 훈련 중 3월 21일 실시된 핵탄두 탑재 무인 수중 공격정 ‘해일’은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의 공격이 미군 MD 자산에 의해 모두 차단됐을 때를 대비한 마지막 수단이다. 북한은 이 수중 드론의 구체적인 제원을 공개하진 않았지만 80~150m 심도에서 59시간 12분 잠항해 표적에 명중했다고 밝혔다.

이 수중 드론은 최근 러시아가 실전에 배치한 ‘핵 쓰나미 어뢰’인 ‘포세이돈’과 그 개념이 유사한 무기다. 포세이돈의 경우 직경 2m, 길이 24m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어뢰인데, 내부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사실상 무제한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 이 어뢰는 최대 100Mt 급 핵탄두를 이용해 미국의 연안 수중에서 대규모 방사능 쓰나미를 일으킬 목적으로 개발됐다. 북한이 개발한 수중공격정은 이보다 훨씬 작고 추진기관 역시 일반적인 어뢰의 추진 시스템을 전용한 배터리식일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그 잠항 속도와 사거리가 포세이돈에 크게 미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된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020년 4월 공개한 날짜 없는 동영상에는 러시아의 슈퍼 핵 어뢰 '포세이돈'의 추진 수중 드론이 러시아에서 시험 발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P=뉴시스]

러시아 국방부가 지난 2020년 4월 공개한 날짜 없는 동영상에는 러시아의 슈퍼 핵 어뢰 '포세이돈'의 추진 수중 드론이 러시아에서 시험 발사되는 모습이 담겨 있다. [AP=뉴시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60시간에 가까운 잠항 능력은 이 수중 드론이 상당한 장거리 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한·미 양국의 소나 탐지를 피할 수 있으면서도 해류에 휘말리지 않을 정도의 최소 속도가 3~5노트(5.5~11km/h) 라고 가정했을 때, 거의 60시간을 달릴 수 있다는 것은 350~700km 이상의 사거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정도 사거리는 동해와 서해 대부분을 사정권에 두는 것이다. 또한 미 항모전단이 북한과 중국에 직접적인 위협을 줄 수 있는 북위 34도선 이북의 동해·서해로 접근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능력이다.

북한은 오랫동안 극심한 경제난에 시달려왔고 국제사회의 고강도 제재로 첨단 무기 개발을 위한 기술과 부품을 확보하는 것도 어려운 상태다. 최근 몇 년간 각종 신형 전략 무기들을 쏟아내며 미 해군 항모전단에 대한 원거리 요격 능력을 구축하고 있는 것은 중국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미·중 패권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미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우방국들을 규합해 반중 동맹을 결성해 중국을 압박해 왔는데, 중국 역시 이에 대항해 북한을 우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다각도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팬데믹 이전 중국은 육로와 해상 교통로를 통해 북한에 식량과 유류, 군사장비 개발·제조를 위한 부품과 장비들을 대량으로 공급해 왔다. 팬데믹으로 북·중 국경이 봉쇄됐을 때도 해상에서의 불법 환적을 통한 물자 공급을 계속해 왔다. 2020~2022년 기간 중 북한에서는 대형 트럭을 개조한 미사일 발사 차량 숫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는데, 이 시기 중국 해관총서 자료에서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대량의 대형 화물차량용 타이어를 구매한 정황이 확인됐다. 이 사실만 봐도 중국이 어떤 방식으로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돕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ICBM의 발사대 차량이 중국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이 2020년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 공개한 신형 ICBM. ICBM의 발사대 차량이 중국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노동신문=뉴스1]

북한은 지난 2021년 6월 11일 김정은 주재로 열린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확대회의에서 핵무기 운용 부대인 전략군을 대대적으로 개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이 회의에서 김정은은 “미국의 대북 압박은 북한의 비핵화 그 자체를 노린 것이 아니라, 중국을 염두에 둔 국제정치적 전략의 일부”라고 규정하고 “미국과 중국의 경쟁 구도하에서 미국이 중국을 공격할 경우 전략군이 방어와 대응 타격을 맡아야 한다”는 지침을 하달했다.

김정은의 이러한 지침은 같은 달 18일에 열린 노동당 중앙위원회 3차 전원회의에서도 재차 발표되며 북한 지도부의 공식 입장으로 굳어졌다. 중국과의 군사동맹 강화와 중국 방어 전략 수립 등 ‘중국을 위한 군사력 재정비’가 북한 군사력 건설의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에 따라 북한은 동년 가을 정기 초모(징병)에서 전략군 배정 병력을 크게 늘렸다. 그리고 중국과 국경을 접하고 있는 자강도와 평안북도 일대에 대규모 미사일 기지를 조성하기 시작했다.

자강도 성간·전천·룡림 일대가 전략군특구로 지정돼 대규모 지하 미사일 기지가 건설됐고, 평안북도 신의주·철산 일대에도 미사일 기지가 들어섰다. 이들 지역은 모두 중국 북부전구 예하 각 집단군 방공여단과 전투기여단의 방공우산 보호를 받는 곳이다. 북한이 마킨 아일랜드 전단 타격을 상정해 지하 사일로에서 KN-23 개량형을 발사한 곳도 바로 이 방공우산의 보호 영역에 들어가는 철산군이었다.

북한과 중국의 공조는 서로에게 ‘윈윈’인 거래다. 북한은 미국과 패권을 두고 다툴 정도의 초강대국인 중국이라는 ‘뒷배’를 두고 그들의 지원을 받아 체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 중국은 북한이라는 ‘총알받이’를 전방에 내세워 유사시 대중국 군사 작전의 전진 기지가 될 한국과 일본, 그리고 그 주변 해역의 미군 군사력을 파괴·저지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출 수 있다.

재래식 군사력에서 미군에게 크게 열세인 중국이 미 해군 항모전단을 향해 직접 핵무기를 사용하면 베이징을 비롯한 주요 대도시들이 미국의 보복 핵 공격에 초토화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중국도 어찌할 수 없는 ‘망나니 정권’인 북한이 제멋대로 미군 함대에 핵미사일을 날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평양은 초토화되겠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미 항모전단을 잡았으니 그야말로 ‘남는 장사’다.

몇백만 인민이 죽어도 ‘최고 존엄’과 수뇌부만 잘살면 그만인 북한은 중국을 대신해 ‘칼춤’ 한번 춰주고 지도부만 중국이나 제3의 장소로 피신하면 된다. 물론 국토는 황폐화되겠지만,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중국으로부터 안전을 보장 받는 것은 물론 부를 유지할 수도 있으니 손해 볼 것 없는 장사다. 북한이 미국의 공격을 받아 초토화되더라도, 차후 중국이 ‘북한 안정화’를 빌미로 인민해방군을 북한 내에 투입해 북한 전역을 장악하고 북한 지도부에게 다시 권력을 쥐여줄 수도 있다. 북한 지도부 입장에서는 잃을 것이 없는 거래인 셈이다.

다시 말해 최근 북한의 ‘核 A2/AD’ 시연은 중국과의 군사적 공조가 얼마나 강화됐는지를 보여주는 시그널이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중국은 북한이 미 항모전단을 핵으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지원하고, 자신들 역시 산둥반도 일대에 미사일·항공 전력을 크게 강화하며 유사시 서해와 한반도를 ‘최후 방어선’으로 삼을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 소개한 산둥반도 지역의 공군기지 신규 건설, 해군항공대 개편 등은 중국의 대미(對美) 군사 전략이 어떤 형태로 준비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구한 말, 조선의 의지와 관계없이 주변 강대국들의 싸움으로 한반도와 그 주변은 쑥대밭이 됐었다. 이제 한반도 주변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충돌이 발생했을 때 가장 격렬한 싸움이 벌어질 전장으로 달궈지고 있다. 북한은 이미 입장을 정리하고 중국과 함께 단일대오를 만들고 있다.

대한민국의 의지와 관계없이 이미 싸움판 스테이지가 펼쳐지고 상대는 적의(敵意)를 드러내며 칼을 뽑아 든 지금, 이제 우리도 피아식별을 보다 분명히 하고 응전(應戰) 태세를 갖춰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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