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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일우의 밀리터리 차이나] 심상찮은 북중 군사 밀착, 北 북한판 핵 A2/AD 준비하나(上)

중앙일보

입력

북한이 지난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이 지난 18일 오후 평양국제비행장에서 이동식발사차량(TEL)를 통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형’을 발사하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최근 몇 년간 걸핏하면 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며 도발을 일삼아온 북한이지만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있었던 일련의 움직임은 한국에는 물론 동북아시아, 나아가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차대한 사건이었다. 북한은 그동안 각종 미사일을 발사할 때 개발 과정에서의 기술 검증이나 통상적인 화력 투발 훈련이라고 소개해 왔지만 이번 도발에 부여한 명칭은 평소와 달랐다.

3월 19일 탄도미사일 발사 도발에는 〈전술핵운용부대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이라는 명칭이 붙었고, 3월 22일 순항미사일 발사 도발에는 〈전략순항미사일부대 전술핵공격 임무 수행절차 숙련 훈련〉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우리 군의 레이더에는 탐지되진 않았지만, 3월 21일에는 〈자위적 핵 역량의 신뢰성 검증 훈련〉이라는 이름으로 ‘핵 무인수중공격정’ 발사 훈련도 했다. 고속·고고도 비행체인 탄도미사일부터 저속·저고도 비행체인 순항미사일, 수중 자폭 드론까지 그야말로 ‘종합선물세트’ 도발이었다.

3월 19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서해위성발사장 인근의 야산에 설치된 지하 사일로(Silo)에서 발사된 미사일은 북한이 이미 대량 배치를 진행 중인 ‘북한판 이스칸데르’, KN-23의 개량형이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판 이스칸데르’로 추정되는 발사체가 이동식 발사차량(TEL)에서 공중으로 치솟고 있는 모습.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기존 KN-23보다 1m 가량 길어진 이 미사일은 한·미 양국의 감시정찰자산이 사전에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 지하 기지에서, 그것도 중국 국경과 인접한 곳에 설치돼 유사시 타격도 불가능한 곳에서 발사돼 무려 800km를 날아갔다.

북한 당국은 이 미사일이 적 주요 대상에 대한 핵 타격 모의 발사 훈련이었다면서 해당 미사일에 ‘핵전투부(핵탄두)’를 모의한 훈련용 탄두가 실려 있었다고 밝혔다. 이 미사일은 동창리에서 동쪽으로 800km를 날아 동해 공해 상에 도달한 뒤 탄착지 상공 800m 고도에서 공중 폭발했다. 북한이 쐈던 탄도미사일 중 해수면에 착탄 하지 않고 공중에서 ‘의도적으로’ 폭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국내 매체들은 이것이 지상 공격 시 핵무기 파괴력의 극대화를 위해 이루어진 핵탄두 공중 기폭 실험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던 ‘3월 19일’에 한반도 주변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고려하면 이는 지상을 겨냥한 핵공격 실험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3월 19일 미사일이 발사된 동창리와 동해상 탄착지점을 직선으로 연결하면 약 800km였다. 이 직선의 방향을 그대로 남쪽으로 돌리면 제주 동남부 해역이다. 그리고 북한이 미사일을 쐈던 그 시각, 제주 동남부 해역에는 미 해군 마킨 아일랜드(USS Makin Island) 강습상륙함이 있었다. 지난 3월 10일, 태국에서 코브라 골드 훈련을 마치고 한반도 방향으로 이동한 마킨 아일랜드는 25,000톤 급 도크형 상륙함인 ‘존 P. 머서(USS John P. Murtha)’, ‘앵커리지(USS Anchorage)’, 알레이버크급 이지스 구축함 ‘청훈(USS Chung Hoon)’ 등 4척의 수상함과 제13해병원정대로 구성된 원정타격전단(ESG : Expeditionary Strike Group) 편성으로 3월 17일 동중국해에 진입한 뒤 제주 남방 해역에서 훈련을 실시 중이었다.

22일 오후 부산작전기지에 와스이 프급(4만1천t급) 강습상륙함인 마킨 아일랜드함이 입항하고 있다. 마킨 아일랜드함은 상륙 해병 1천600여 명을 비롯해 2천8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고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어서 '소형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22일 오후 부산작전기지에 와스이 프급(4만1천t급) 강습상륙함인 마킨 아일랜드함이 입항하고 있다. 마킨 아일랜드함은 상륙 해병 1천600여 명을 비롯해 2천800여 명이 탑승할 수 있고 수직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F-35B를 20대까지 탑재할 수 있어서 '소형 항공모함'으로 불린다. [연합뉴스]

대단히 다행스럽게도 마킨 아일랜드 전단의 호위함으로 붙은 ‘청훈’은 비교적 신형인 이지스 전투체계를 탑재하고 있어 일반적인 탄도미사일은 물론 이스칸데르와 같이 변칙 기동을 하는 탄도미사일에도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그러나 모든 미 해군 이지스함이 ‘청훈’과 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는 것은 아니며, ‘청훈’함의 미사일 방어 능력이 완벽한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북한이 KN-23 개량형으로 마킨 아일랜드 전단에 핵 공격을 시도한다면 수조 원 규모의 가치를 가진 전단 하나가 미사일 2~3발에 소멸할 수 있다. 먼저 발사한 미사일을 고공에서 폭발시켜 EMP 효과로 미 함대 레이더와 통신 장비를 먹통으로 만든 뒤, 이어 날아온 핵미사일이 함대에 근접해 공중 폭발함으로써 충격파와 해일로 함대 전체를 날려버리는 전술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구형 이지스 전투체계와 탄도미사일 교전 시스템에서 운용되는 SM-3 블록 IB 미사일의 경우 최소 요격고도가 80km, SM-6 미사일은 최대 요격고도가 35km 정도인데 KN-23은 그 사각지대인 40~70km 사이 고도를 비행한다. 최신 SM-3 개량형인 블록 IIA의 경우 노즈콘 개량을 통해 최소 요격고도를 33km까지 낮추는 데 성공했지만, 이 미사일을 쓰려면 이지스 전투체계 가운데 가장 신형인 베이스라인 10 또는 9 이상, 이지스 BMD(Ballistic Missile Defense) 5.0 이상의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을 갖춘 미 해군 이지스함은 그리 많지 않다. 다시 말해 북한이 SM-3와 SM-6 요격고도 갭으로 날려 보낼 수 있는 KN-23 계열을 미 함대에 날리면 미군으로서도 지금 당장은 대응할 수 있는 카드가 많지 않다는 것이다.

KN-23 개량형을 이용한 북한의 〈전술핵운용부대 핵반격 가상 종합전술훈련〉은 마킨 아일랜드 전단이 제주 남방 해역에 진입한 다음 날 시작됐다. 3월 18일에는 지휘통제절차 숙달, 3월 19일에는 미사일 실제 발사를 통해 미 강습상륙함 전단을 핵무기로 공격하는 시나리오를 연습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북한이 2021년 3월 조 바이든 미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 탄도미사일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를 발사할 당시 모습. [연합뉴스]

마킨 아일랜드 전단은 기본적으로 ‘상륙전단’이지만, 과거 함재 전투기로 운용했던 AV-8B+와는 전반적인 성능 면에서 비교 자체가 불가능한 F-35B 스텔스 전투기를 탑재하고 있어 사실상 ‘경항모’ 수준의 전력을 가진 전단이다. 현재 마킨 아일랜드 전단에는 미 본토에 주둔하는 제122해병전투공격비행대(VMFA-122)가 배속돼 있고, 이 비행대는 10대의 F-35B 전투기로 편성돼 있다.

이 전투기는 ‘스텔스 모드’에서는 북한의 지하 지휘시설을 공격할 수 있는 중·대형 벙커 버스터 폭탄 운용이 불가능하지만, 고도의 스텔스 설계 덕분에 북한의 방공망에 탐지되지 않고 평양 상공에 침투할 수 있다. 또한 김정은이나 북한 고위급 간부가 탑승한 차량을 초정밀 타격할 수 있는 능력도 갖추고 있다. 정규 항모에 미치진 못 하지만 북한에는 상당한 위협이 되는 전략 자산이자, 유사시 중국에도 큰 위협이 되는 자산이기 때문에 북한이 핵무기 사용을 결심한다면 얼마든지 핵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는 ‘고가치 자산’이다.

3월 22일의 〈전략순항미사일부대 전술핵공격 임무수행 절차 숙련 훈련〉 역시 같은 목적에서 실시됐다. 이날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총 4발로 2발은 ‘화살-1형’, 2발은 ‘화살-2형’이었고, 약간의 시차를 두고 발사됐다. 북한은 이 순항 미사일이 각각 1500km, 1800km를 날아가 600m 고도에서 모의 핵탄두를 기폭 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3월 19일 KN-23 탄도미사일 발사 때처럼 이번에도 수백 미터 상공에서 핵탄두를 공중 폭발시키는 훈련을 한 것이다. 북한은 이 미사일들이 8자 형 궤도를 그리며 동해 상을 빙글빙글 돌아 목표 수역 상공에 도달한 뒤 폭발했다고 밝혔는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점이 생긴다.

이번에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함경남도 해안 일대에서 1500~1800km 거리를 지도상에 도식해 보면 일본 전역이 포함되기는 하지만 괌까지는 닿지 않는 거리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미사일로 일본 각지에 산재한 주일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도 있지만, 사실 이 순항 미사일은 일본에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 무기다. 일본은 무려 17대의 조기 경보기를 보유한 나라다. 이 조기 경보기들이 24시간 일본 영공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기 때문에 북한에서 발사된 순항미사일은 일본 영공에 접근하기도 전에 격추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북한은 일본에 타격을 주지도 못할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왜 만든 것일까? 사실 이 순항미사일은 일본 타격용이라기보다는 대남 타격용이자 미 해군 항모 전단을 겨냥한 대함 타격용에 가깝고, 주타격 범위는 일본이 아니라 한반도 주변 수역이다.

내일 (下)편에서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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