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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형발전" 외치더니…시·도지사 절반, 서울·경기에 집 있다 [재산공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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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인사혁신처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고위공직자 2037명의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인사혁신처 관계자들이 지난 29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3년 고위공직자 2037명의 정기 재산변동사항 신고내용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광역단체장 가운데 절반가량이 서울 강남 등에 아파트를 보유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말로만 국가 균형발전을 외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몇몇 단체장은 강남에 집을 둔 채 관사까지 쓰고 있다.

광역단체장 17명 중 9명 똘똘한 한 채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가 30일 공개한 공직자 재산신고 현황(지난달 말 기준)에 따르면 시장·도지사 17명 중 9명이 배우자와 공동명의 또는 부인 명의로 서울 강남, 경기도 분당·일산신도시 내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다.

우선 홍준표 대구시장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아시아선수촌아파트(151㎡·27억6100만원·신고가액 이하 같음)를 신고했다. 부인과 공동명의다. 지난 1월 이 아파트 단지에서 홍 시장 집보다 조금 큰 평형이 33억원에 거래됐다. 홍 시장은 대구에 집이 없다. 대신 지난해 6월 취임 이후 대구 남구 한 아파트(137.1㎡)를 관사로 사용 중이다. 대구시는 이를 위해 지난해에만 ‘관사매입·관리비’ 명목으로 10억원 정도 썼다.

역시 관사에 사는 김진태 강원도지사는 이번 재산공개에 부인과 공동명의로 된 서울 강남구 대치동 선경아파트(128.3㎡·27억9300만원)를 신고했다. 학군이 뛰어난 데다 역세권이라 강남 재건축 대장주 단지 중 하나로 꼽힌다. 이 일대에서 최근 비슷한 평형 아파트가 34억~38억원에 매물로 나왔다. 김 지사 관사는 춘천시 봉의동 단독주택이다. 부지 1237㎡, 건물 연면적 414.8㎡로 광역단체장 관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마포구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강남 사랑에 이는 '마용성' 사랑 

‘강남 사랑’은 이뿐 아니다.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부인 명의로 된 서울 강남구 도곡동 도곡렉슬 아파트(60㎡·16억4600만원)를 신고했다. 같은 면적 아파트 현 시세는 18억~23억5000만원에 형성돼 있다. 김 지사는 관사는 쓰지 않고 수원 광교신도시에 전세를 얻었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배우자 명의로 된 서울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59.9㎡·10억9900만원)를 신고했다. 최민호 세종시장도 부인과 공동명의로 마포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다. 신공덕동 아파트(57.4㎡·12억3600만원)다. 김영록 전남지사는 용산에 집이 있다. 배우자와 공동명의로 용산동 파크타워 아파트(100.3㎡·17억5900만원)를 신고했다. 지난해 9월 취임 후 첫 재산공개 당시 신고가액보다 1억3450만원 올랐다.

이 밖에 김태흠 충남지사김관영 전북지사는 각각 배우자 명의 경기도 성남 분당신도시 단독주택(대지 279.3㎡, 건물 284㎡·7억3000만원)과 분당 백현마을 아파트(117.5㎡·21억9100만원)를 신고했다. 김영환 충북지사가 신고한 재산에는 배우자 명의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식사동 아파트(134.9㎡·10억5000만원)가 포함됐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일대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기초단체장도 강남 집 

기초자치단체장도 수도권에 집이 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부인과 공동명의로 된 강남 도곡동 래미안카운티 아파트(106.8㎡)를 24억1200만원에 신고했다. 신고가액은 지난해 9월 공개 때보다 무려 9억7888만원 상승했다. 조 시장은 진주에 전세를 살고 있다. 조 시장은 “도곡 아파트엔 자녀들이 살고 있다”며 “자녀보단 부모가 전세 사는 게 마음이 편해 진주 아파트를 팔았다”고 밝혔다. 강남 아파트 매각 계획은 없다고 한다.

홍남표 창원시장박일호 밀양시장 둘 다 본인 명의로각각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대교아파트(151.7㎡·19억1500만원), 경기도 의왕시 내손동 의왕내손e편한세상 아파트(127.96㎡·9억7600만원)를 신고했다. 의왕 아파트는 GTX-C 노선 호재 영향을 받은 단지다. 홍 시장은 “(서울 아파트에는) 아들과 딸이 살고 있다”며 “취득한 지 20년이나 된 낡은 아파트인데, 현재 팔리지도 않는다”고 해명했다. 박 시장은 “과천종합청사 근무할 때 근처인 의왕에 집을 샀다”며 “지금은 아들이 살고 있다. 당장 매각 계획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차재권 부경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단체장이 수도권에 부동산을 보유한 것을 보고 주민들은 ‘지역 균형발전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까’하는 의문을 가질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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