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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초대 대통령을 어찌" 尹 3·1절 탄식…이승만 기념관 탄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현수막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빠져 논란이 일었다. 사진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가 지난 1일 유관순기념관에서 열린 제104주년 3.1절 기념식에서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 대한 묵념을 하고 있다. 독립운동가 현수막에 이승만 전 대통령이 빠져 논란이 일었다. 사진 대통령실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는 가운데,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역사 인식도 주목받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이 전 대통령을 공개적으로 언급한 건 지난 1월 스위스 순방 때가 유일하다. 윤 대통령은 당시 동포간담회에서 “이 전 대통령은 1933년에 제네바를 찾아 국제사회를 대상으로 대한독립을 탄원했다”고 평가했다.

공개 언급이 많진 않지만, 윤 대통령은 수석 등 참모들과의 비공개회의에선 종종 이 전 대통령에 대해 “역사적으로 너무 저평가되어있다. 설령 과가 있더라도 그보다 훨씬 큰 공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이 독립운동과 근대사에 끼친 영향을 객관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인식”이라며 “이 전 대통령 건립관 설립도 이런 배경에서 추진되는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대통령실 참모들은 특히 이 전 대통령에 대한 윤 대통령의 평가를 드러낸 대표적 사례로 지난 3·1절 기념식을 꼽는다. 당시 행사를 주관한 행정안전부는 윤 대통령의 뒷 배경으로 대표적 독립운동가 11명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안창호·김구·유관순·신채호 의사 등은 포함됐지만 이 전 대통령은 빠졌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당대의 독립운동가 가운데 한 분이신 이승만 전 대통령의 사진이 보이지 않았다”고 밝히며 논란이 일었다. 행안부는 “실무진의 착오가 있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박사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박 처장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뉴시스

박민식 국가보훈처장이 26일 서울 종로구 이화장에서 열린 이승만 박사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박 처장은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뉴시스

윤 대통령은 관련 내용을 보고받고 “상해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이자, 대한민국의 초대 대통령인 이 전 대통령을 어찌 누락할 수 있느냐”며 질책했다고 한다. 당시 사정을 잘 아는 대통령실 참모는 “안에선 난리가 날 정도였다”고 전했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이 전 대통령은 한·미 동맹과 대한민국 자유민주주의에 초석을 닦은 분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왜 그런 분이 이런 평가를 받아야 하느냐’고 탄식을 하며 재발 방지를 지시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전 대통령의 과를 덮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며 “그보다 훨씬 더 큰 공에 대한 재평가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통령 기념관 건립을 추진 중인 박민식 국가보훈처장도 지난 26일 이 전 대통령 탄신 제148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자유 대한민국의 초석을 마련했다는 역사적 사실만으로도 (이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공칠과삼’(攻七過三)이 아니라 ‘공팔과이’(功八過二)로도 부족하다”고 강조했다.

국가보훈처는 국회의 동의가 없어도 국고 지원을 통해 전직 대통령 기념관을 설립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의 반발과 국민 설득이 과제다. 과거 독립운동가나 전직 대통령의 기념관 설립은 대통령이 직접 나서야 가능한 경우가 많았다. 백범 김구 선생과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관은 김대중(DJ) 전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안이다. 안중근 기념관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국민 모금을 요청하기도 했다. 이승만건국대통령기념사업회 회장을 맡고있는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통화에서 “초대 대통령의 기념관조차 없는 것이 대한민국의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이번 만큼은 결실이 맺어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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