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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한 아내 따라가려던 노인…이웃 돕느라 바빠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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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톰 행크스(왼쪽)는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제작도 겸했다. [사진 소니픽쳐스]

톰 행크스(왼쪽)는 영화 ‘오토라는 남자’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제작도 겸했다. [사진 소니픽쳐스]

‘가장 미국적인 배우’ ‘미국의 얼굴’로 꼽히는 할리우드 스타 톰 행크스(66)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29일 개봉하는 영화 ‘오토라는 남자’(감독 마크 포스터)를 통해서다.

영화는 전 세계적으로 1300만부가 판매된 스웨덴 소설 『오베라는 남자』(2015)를 토대로 한 작품. 톰 행크스가 주연은 물론, 아내 리타 윌슨(66)과 공동 제작을 맡고 막내아들 트루먼 행크스(27)가 오토의 젊은 시절을 연기하는 등 미국판 리메이크를 위해 온 가족이 힘을 합쳤다.

주인공은 사랑하는 아내와 사별하고 삶의 의미를 잃어버린 괴팍한 백인 남성 오토(톰 행크스)다. 영화는 아내를 뒤따르려던 그가 자살하려는 순간마다 곤경에 처한 이웃들을 돕느라 자꾸 죽음을 미루게 되는 과정을 좇는다. 동네 사람들이 ‘의도치 않게’ 오토의 수명을 연장하는 상황만큼이나, 오토의 심리 변화가 흥미롭게 그려진다.

무뚝뚝한 원칙주의자였던 오토는 멕시코계 이민자 가족, Z세대 SNS 기자, 괴짜 백수, 사고관이 다른 흑인 부부 등을 도우면서 새로운 문화와 삶의 방식을 받아들이게 된다.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은 아내뿐이라 생각했던 그가 마음을 열자, 가족 같은 이웃이 늘어간다.

‘오토라는 남자’는 잊혀져 가는 이웃 간의 정(情)을 되새기는 동시에, ‘내 가족, 우리 이웃’을 지키는 데만 급급해 다른 인종·문화·세대에 배타적이었던 이들에게 ‘이웃사촌’의 진정한 뜻을 다시 생각해보자고 넌지시 권한다.

같은 소설을 원작으로 한 스웨덴 영화가 트럼프 정부의 반이민 정책이 논란이 된 미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이유다. 2016년 미국 내 외국어영화 흥행 1위를 차지한 데 이어, 이듬해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을 때, 영화 제작진은 같은 부문의 다른 후보작들과 함께 “성별, 인종, 종교, 성 정체성 등으로 구분하면서 생겨난 공포는 폭력을 정당화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내기도 했다. 톰 행크스는 지난 1월 미국 매체 콜라이더와의 인터뷰에서 “아내와 스웨덴판 영화를 본 순간 미국판을 구상하게 됐다”면서 “오토는 건너편 집에 멕시코 사람들이 이사오는 걸 원치 않았지만, 그로 인해 훨씬 더 큰 삶에 다다르게 된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젊은 오토는 기계 설비에 박식하지만, 대인 관계에 서툴고 순수하다는 점에서 톰 행크스의 대표작 ‘포레스트 검프’(1994) 속 동명 주인공을 연상시킨다.

“삶은 초콜릿 상자와 같아. 무엇을 집을지 알 수가 없거든.” ‘포레스트 검프’의 이 명대사는 ‘오토라는 남자’에서 오토가 생판 남이었던 사람들을 통해 다다르는 결말과도 통한다.

동네를 장악한 부동산 대기업이 주민들의 개인 정보를 불법 수집해 집값을 떨어뜨리는 병약자와 고령자들을 몰아내려 하자, 오토와 이웃들이 막아서는 대목에선 약자층의 연대라는 메시지도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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