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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주담대 연체 55% 급증 최악…신용대출 연체도 사상 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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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26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뉴스

주요 금융회사의 지난해 주택담보대출 연체액이 역대 가장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대출 연체액은 점점 늘어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지만, 일부 금융사의 높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위험의 불씨가 되지 않도록 관리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국회 양정숙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과 저축은행·보험사·여신전문금융회사(여전사) 등 주요 금융사의 주택담보대출 연체금액은 1조20억원으로 전년보다 54.7% 급증하며 사상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들 금융업권별로 개인의 주담대·신용대출 연체액을 종합적으로 집계해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주요 금융사의 주담대 연체액은 2019년 1조241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9% 증가했다가 2020년 9172억원(-26%), 2021년 6477억원(-29.4%)으로 감소한 뒤 지난해 큰 폭으로 반등했다. 2021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대출금리가 치솟으며 대출을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사람이 늘어난 영향이다.

제2금융권서 연체 급증

특히 저축은행의 지난해 주담대 연체액은 289억원으로 전년(154억원)보다 87.8% 늘며 업권 중 가장 높은 증가율을 기록했다. 보험사의 주담대 연체액도 전년 대비 67.92% 증가했다. 상대적으로 중·저신용자의 이용이 많고 대출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 소비자에게 대출 부담이 더 컸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체 신용대출 연체액은 지난해 2조5730억원으로 사상 처음 2조원을 넘었다. 신용대출 연체액은 2019년 이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로, 지난해에는 전년(1조9143억원) 대비 34.4% 증가했다. 여신전문금융회사(57.75%)·저축은행(34.21%)의 지난해 신용대출 연체 증가율이 가팔랐다. 신용대출은 담보제공이 어려운 서민이나 영세자영업자들이 많이 받는데, 고금리와 경기침체 여파로 상환능력이 그만큼 떨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담보가 없기 때문에 손실이 발생하면 이를 금융사가 그대로 떠안아야 한다는 점에서 불안한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 주담대나 제1금융권 대출에 대한 규제 때문에 풍선효과가 발생하며 제2금융권과 신용대출로 대출이 몰린 경향이 있다”며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적용하는 곳에서 대출이 늘었으니 연체 또한 빠르게 증가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연체율도 꿈틀 

단 전체 대출 잔액에서 연체액의 비중을 뜻하는 연체율도 뛰었지만, 아직 안정권에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주요 금융사의 주담대 연체율은 2021년 0.12%에서 지난해 0.18%로 0.06%포인트 올랐다. 신용대출 연체율은 2021년 1.02%에서 지난해 1.52%로 0.5%포인트 뛰었다. 5대 은행의 주담대와 신용대출 연체율은 각각 0.15%, 0.28% 수준에서 관리되고 있다.

문제는 제2금융권의 연체율 상승세가 가파르다는 점이다. 저축은행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5.2%를 기록하며 2020년 3.6%, 2021년 4.2%에 이어 오름세를 이어갔다. 여전사의 신용대출 연체율도 4.23%로, 2021년 2.67%에서 1.56%포인트 급등했다.

제2금융권은 가계대출뿐 아니라 최근 금융·부동산 시장 최대 위험 요소로 지목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서도 연체율이 높다. 이날 한국은행이 지난해 3분기까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증권사의 부동산 PF 대출 연체율은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 9월 말 8.2%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여신전문금융사(0.5→1.1%), 저축은행(1.2→2.4%), 보험사(0.1→0.4%)의 연체율도 급등했다.

양정숙 의원은 “연체에 따른 손실이 계속 늘면 금융권에 미칠 충격이 큰 만큼 금융당국의 특별 관리가 필요하다”며 “연체율이 4~5%를 넘는 저축은행과 여전사의 건전성과 부실 가능성에 대한 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석병훈 교수도 “부동산 PF 대출의 연체율이 높은 제2금융권에서 가계대출 연체율까지 높아져 예금자의 불안 심리가 커진다면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처럼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일어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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