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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조가 있는 아침

(168) 초저녁 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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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

초저녁 별
홍오선(1944∼)

천지가 아뜩하구나
너 없이도 봄은 오고

다시 또
이월 스무날
그림자는 어룽지고

울다가 빠개진 가슴
제풀에 돋아난 별
-봄, 아다지오(책 만드는 집)

봄날은 간다

시인은 누구를 잃었을까? 네가 없어도 봄은 온다는 사실에 천지가 아뜩하다니……. 다시 또 그날에 가슴 빠개지듯 울다가 보니 제풀에 별 하나 돋아나 있다. 시인은 금성을 보았나 보다. 인간사 희로애락에 상관없이 흐르는 우주를 보며 슬픔을 달랬으리라.

‘단 한 번/ 눈길에도/ 능소화가 피는구나// 그 한 밤/ 격정으로/ 시나브로 여위더니// 비 온 뒤/ 담장 너머로/ 온데간데없는 얼굴’(헛꽃)

그렇다. 우리가 아무리 아끼고 사랑해도 어느 날 형체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다. 어쩌면 당초에 없었던 것에 집착했는지도 모른다. 봄은 그런 것을 가르쳐준다. 그래서 더욱 아름다운 봄날이 간다.

유자효 한국시인협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