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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먹인 조민 "총장과 각별…표창장 준다길래, 그려러니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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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살아오며 유복한 환경 등 (남들과 다른) 혜택을 받고 컸다는 사실을 이번에 알게 됐습니다. 다만 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았다는 말을 하고 싶어 법정에 나왔습니다.”

 16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16일 조국 전 법무부장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에 들어가고 있다. 송봉근 기자

16일 오후 2시쯤 부산지법 행정1부(부장 금덕희) 심리로 열린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취소 처분 취소 행정소송 본인 신문에서 원고 조민씨는 “(제가) 허세와 허영심만 있고 노력하지 않은 사람으로 여겨지는 듯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 대목에서 조씨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기록 지워지고 연구실선 내몰렸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취소 관련 행정소송에서 직접 생각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1시간 일찍 법원에 와 변호사대기실에서 기다렸고, 법정에 들어서기 전 “아는 대로 성실히 진술하겠다”고 했다. 신문 전 조씨는 손에 든 자료 내용을 확인하고 가방을 여러 차례 고쳐 쥐는 등 다소 긴장한 듯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왼쪽)과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 [연합뉴스]

신문에서 원고 측 법률대리인들은 공주대와 키스트(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인턴, 동양대 총장 표창 등과 관련해 조씨가 실제 인턴과 연구 보조 활동에 참여했다는 점을 부각했다. 조씨가 부산대 의전원 입학을 위해 자기소개서 등에 기재했던 경력 사항이다. 부산대가 이 내용이 허위라고 판단해 지난해 4월 의전원 입학을 취소하자 조씨는 취소 처분 효력을 중단해달라는 가처분신청과 함께 처분 자체를 취소해달라며 소송을 냈다.

공주대 생명과학연구소 인턴활동 관련, 조씨는 “연구소장에게 직접 지도를 받았다. 공주대에 가기도 했고, 연구소장이 서울에 오기도 했다. 전화나 이메일로도 지도를 받았다”며 “다만 당시 이메일을 보냈던 기록 등은 모두 사라졌다”고 했다.

키스트에서는 2011년 7월 중 5일만 출근했지만, 자기소개서에는 ”3주간 인턴활동을 하며 의사로서 필요한 자질을 경험했다“는 취지로 적었다. 이에 대해 조씨는 “(출근 5일째) 한 여성 연구원으로부터 귀가하라는 말을 들어 집으로 돌아가 대기했다. 연구실 내에 어떤 분란이 생겨 저를 더는 챙겨주기 곤란하다는 이유에서였다”며 “당시 저는 분란 내용이 무엇인지, 언제 복귀할 수 있는지 물을 만한 처지가 아닌 듯해 귀가해 대기했던 것”이라고 했다.

“최성해와 각별, 표창 후회된다”

동양대 표창 관련 질문에 조씨는 “최성해 총장과 관계가 매우 좋았다. 서로 카카오톡도 했고, 총장실에 따로 불러 이야기할 정도였다. 늘 어머니(정경심) 업무를 도와줘 고맙다는 말도 들었다”며 “그래서 총장 표창을 준다고 할 때 당시엔 별 생각이 없었다.

이어 "표창장을 받았을 땐 별 생각도 없었고 당시 표창장이 의대 입시에 크게 중요한 게 아니라고 생각했었다"며 "'그냥 상 주시는구나'하며 그냥 그려러니 하고 받았다. 만약에 문제가 되는 상이라고 하면 아마 제출 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뉴스1]

최성해 전 동양대 총장. [뉴스1]

2020년 부산대 의전원을 수료하고 이듬해 의사국가고시에 합격한 조씨는 서울과 경기 시흥 등지 병원에서 근무했지만 지난 1월 그만뒀다. 이에 대해 조씨는 “언론에 과도하게 노출되고, 병원 업무가 마비될 만큼 전화가 오기도 했다. 피해를 주는 게 힘들었다. (사직은) 의사로서 업무역량과는 무관하다”며 “최근엔 주 1회 의료취약지 봉사활동을 하며 지낸다”고 했다. 그는 “기회를 주신다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한 뒤 재판부 결정에 따라 출입문이 아닌 별도의 통로를 통해 법정을 나갔다. 함께 온 가족이 동행했다.

“가혹한 처분” VS “공정 실현” 선고는 다음 달

조씨 측 변호사들은 “(부산대는) 조씨가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내용 전체를 과장이자 거짓이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기재된 내용이 조금이라도 사실이 아닌지 따질 게 아니라, 허위 기재를 이유로 입학취소라는 가혹한 결정을 내릴 정도로 중대한 내용인가를 따져야 한다”며 입학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16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가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 관련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부산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봉근 기자

반면 부산대 측은 “합격 여부와 무관하게 허위경력을 기재하는 것만으로도 입학 취소 사유다. 조씨가 스스로 허위경력을 기재해 입학한 만큼 (부산대가) 조씨의 불이익까지 고려할 필요는 없다”며 “공정한 입학제도 운용과 능력에 따라 균등한 교육을 받을 권리 보장을 위해 (조씨에 대한) 입학취소 처분을 유지해달라”고 했다. 이 행정소송 선고기일은 다음 달 6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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