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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입구 ‘결혼’ 역대 최저, 이혼도 감소…저출산 탈출구 없나

중앙일보

입력

서울 시내 한 대형 웨딩홀에서 열린 결혼식. 뉴스1

서울 시내 한 대형 웨딩홀에서 열린 결혼식. 뉴스1

한국 사회에서 결혼은 출산으로 이어지는 입구다. 출생아 중 결혼을 통한 비율이 97.5%(2020년 기준)라서다. 그런데 지난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입구가 좁아진 만큼 세계 꼴찌 수준의 지난해 합계출산율(0.78명)도 당분간 끌어올리기 어려울 전망이다.

통계청이 16일 발표한 ‘2022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1690건으로 나타났다. 1년 전보다 817건(0.4%) 줄었다. 1970년 관련 통계를 조사한 이래 역대 최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에 혼인 건수가 전년 대비 10.7% 급감했다. 이후 회복하지 못하고 하향세를 이어갔다. 조(粗)혼인율(인구 1000명당 혼인 건수)도 3.7건으로 전년 대비 0.1건 줄었다. 역시 역대 최저다.

혼인 건수는 1990년대만 해도 연 30만~40만명대를 오갔다. 2000년대 들어 30만명대 초반으로 떨어지더니 2016년 20만명대에 진입했다. 2021년엔 10만명대로 떨어져 하향세가 가팔라졌다.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이 만 18~34세 청년 2041명을 설문한 결과 “결혼해야 한다”고 응답한 비율은 2016년 56%에서 2021년 39.1%로 쪼그라들었다.

임영일 통계청 인구동향과장은 “결혼을 많이 하는 연령층인 30대 인구가 줄고, 미혼 청년의 결혼에 대한 가치관이 달라졌다”며 “사회적 거리두기 상황에서 급감한 혼인 건수가 코로나19가 앤데믹(풍토병)으로 접어든 뒤에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만혼(晩婚) 흐름도 이어갔다. 평균 초혼 연령은 남성 33.7세, 여성 31.3세로 각각 1년 전보다 0.4세, 0.2세 올라갔다. 역시 통계를 집계한 이래 가장 높았다. 10년 전보다 남자는 1.6세, 여자는 1.9세 각각 올랐다. 서울은 더 늦게 결혼해 남성 34.2세, 여성 32.2세를 기록했다. 평균 재혼 연령은 남자 51.0세, 여자 46.8세였다.

이성용 한국인구학회장은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고 경제적 자립을 강조하면서 사회경제적 지위가 낮은 남녀의 결혼이 어려워졌다”며 “늦게 결혼하면 출산 연령도 늦어져 자녀 계획이 둘에서 하나로, 하나에서 안 낳는 식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감한 국제결혼은 반등했다. 외국인과 혼인 건수가 1만6666건으로 1년 전보다 27.2% 늘었다. 출입국 절차가 자유로워진 영향이다. 국제결혼 중에선 한국 남성과 외국인 여성이 결혼한 비중이 72%로 가장 높았다. 외국인 아내 국적은 베트남(27.6%), 중국(19.0%), 태국(16.1%) 순이었다.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고 상대적으로 인구가 많은 1991~1995년생이 결혼적령기에 접어들며 지난해보다 반등할 가능성도 있다. 임영일 과장은 “지난해 상반기엔 전년 대비 혼인 건수가 줄었고, 하반기에는 늘었다”며 “코로나19로 미룬 혼인을 하는 이들이 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결혼 건수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혼은 9만3232건으로 전년(10만1673건) 대비 8.3% 줄었다. 1997년(9만1160건) 이후 25년 만에 처음 10만건 아래로 떨어졌다. 인구·혼인 감소가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는 만큼 이혼 건수도 하향세다. 평균 이혼 연령은 남자 49.4세, 여자 46.6세였다.

경기 불황이 결혼뿐 아니라 이혼에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 출신 임채웅 태평양 변호사는 “코로나19와 경기 불황을 겪으며 불확실성이 커지자 이혼을 미루는 경우가 늘었다”며 “법원에서 이혼 소송 처리가 길어진 영향도 일부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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