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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설 진화 나선 크레디트스위스 “중앙은행서 70조 빌릴 것”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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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사옥 근처를 한 남성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크레디트스위스 은행 사옥 근처를 한 남성이 걷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이후 미 정부의 긴급조치 발표와 지역 은행 주가 상승세 반등으로 한숨 돌리는 듯했던 글로벌 금융 시장에 다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스위스 2대 은행으로 세계적 투자은행(IB)인 크레디트스위스(CS)가 유동성 위기에 몰리면서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 증시에서 장중 한때 30.8%까지 폭락했다가 당국의 개입으로 반등해 24.24% 하락으로 장을 마감했다. 재무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증폭되자 CS는 16일 스위스 중앙은행으로부터 최대 500억 스위스프랑(약 70조3000억 원)을 대출받을 것이라며 “유동성을 강화하기 위한 단호한 조치”라고 하는 등 진화를 시도했다.

CS는 지난해부터 투자 실패로 인한 손실 규모가 크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기설에 휩싸였다. 최근 공개된 연례 보고서에서 그룹 재무회계 부문에 대한 내부 통제에 ‘중대한 약점’이 발견됐다는 지적 사항이 드러나면서 우려가 증폭됐다. 이런 와중에 CS 최대 주주인 사우디 국립은행이 이날 CS에 대한 추가 재정 지원을 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CS 주가 폭락의 방아쇠를 당긴 격이 됐다.

CS 폭락 여파로 뉴욕과 유럽 증시도 출렁였다. 15일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0.87%(280.83포인트) 하락한 3만1874.5로 마감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27.36포인트(0.70%) 떨어진 3891.93으로 마감했다. 다만 나스닥지수는 5.90포인트(0.05%) 오른 11,434.05로 장을 마감했다.

유럽 주요국 증시도 휘청거렸다.  영국 런던 증시의 FTSE 지수는 3.83%, 프랑스 파리 증시의 CAC40 지수는 3.58% 각각 하락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의 DAX 지수(3.27%), 이탈리아 밀라노 증시의  FTSE MIB 지수(4.61%), 스페인 마드리드 증시의  IBEX 35 지수(4.37%) 역시 하락 마감했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서부 브베의 한 건물 빌딩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간판. AFP=연합뉴스

15일(현지시간) 스위스 서부 브베의 한 건물 빌딩에 위치한 크레디트스위스 은행의 간판. AFP=연합뉴스

스위스 금융 당국은 SVB발 금융 위기가 CS로 불똥이 튀면서 사태가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진화에 나섰다. 스위스 국립은행(SNB)과 금융감독청(FINMA)은 이날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 은행 시장의 혼란이 스위스 금융권으로 번질 위험 징후는 없다”면서 “CS는 은행의 자본 및 유동성 요건을 충족한다”고 했다. 또 “필요한 경우 우리는 은행에 유동성을 제공할 것”이라며 “스위스 금융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연방 재무부와 긴밀한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재무부는 CS 주가 폭락과 관련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으며 글로벌 카운터파트와 접촉하고 있다”고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 금융기관이 유럽 은행들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거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재무부를 비롯한 미 당국은 유럽 은행의 건전성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의 가상화폐 전문 은행 실버게이트, SVB, 시그니처은행 연쇄 파산에 이어 CS를 둘러싼 위기감이 높아지며 제2의 ‘리먼 브러더스’ 사태로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큰 가운데 블룸버그통신은 “CS는 상당한 유동자산을 갖고 있어 실제 파산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는 “CS가 지난해 10월 최악의 예금인출 사태를 겪었지만 은행 부채의 절반 이상을 갚을 수 있을 만큼 충분한 현금과 유동 자산을 확보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근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로고 아래 미국 국기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최근 파산한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의 로고 아래 미국 국기가 보인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SVB의 파산관재인인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의해 새로운 최고경영자(CEO)로 임명된 팀 마요풀로스는 은행 유동성 회복을 위한 고객 예금 재예치를 요청하면서 은행 살리기에 나섰다. 그는 이날 스타트업과 벤처캐피탈 등 기존 고객들과의 통화에서 “은행을 살릴 수 있도록 자금을 다시 예치해 달라”고 했다. FDIC가 SVB를 ‘실리콘밸리브리지은행(SVBB)’으로 이름을 바꾸면서 SVBB의 CEO가 된 마요풀로스는 “미국 은행 시스템에서 (이곳보다) 예금을 넣어 놓을 수 있는 안전한 곳은 없다”며 이같이 요청했다.

FDIC는 SVB 매각도 계속 추진 중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FDIC는 파산한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인수에 관심 있는 은행들에 오는 17일까지 입찰 제안서를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FDIC는 특히 투자은행(IB) 파이퍼샌들러에 SVB 인수를 타진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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