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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빼 든 美법무부, SVB 조사 착수…‘위기설’ 지역은행 주가는 반등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출입구에 안내문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위치한 실리콘밸리은행(SVB) 출입구에 안내문이 걸려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제2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우려를 낳은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에 대해 미 정부 당국의 조사가 착수됐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4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원회(SEC)가 SVB 파산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법무부는 SVB 파이낸셜 경영진이 은행 파산 며칠 전 지분을 대량 매각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SVB 파이낸셜의 그레그 베커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은행이 파산 절차에 들어가기 11일 전인 지난달 27일 SVB 파이낸셜 주식 1만2451주에 대한 옵션을 행사한 뒤 매각해 230만 달러(약 30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 베커 회장은 은행 파산 며칠 전 한 컨퍼런스에서 “회사를 창업하기 좋은 시기”라며 시장 낙관론을 펴기도 했다. 대니얼 벡 최고재무책임자(CFO)도 지난달 27일 2000여 주를 57만5000달러(약 7억5000만 원)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법무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 대상에는 이 은행 경영진이 파산 며칠 전 지분을 대거 매도한 경위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사진은 SVB 파이낸셜의 그레그 베커 회장 겸 CEO가 지난해 5월 3일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미국 법무부가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와 관련해 조사에 착수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조사 대상에는 이 은행 경영진이 파산 며칠 전 지분을 대거 매도한 경위 등이 포함된다고 전했다. 사진은 SVB 파이낸셜의 그레그 베커 회장 겸 CEO가 지난해 5월 3일 캘리포니아주 베버리힐스에서 열린 한 컨퍼런스에서 연설하고 있는 모습. AFP=연합뉴스

정부 당국의 조사에는 회사가 무너지기 전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금융 위험 가능성과 사업 불확실성에 대해 충분하고 정확하게 알렸는지도 포함될 거라고 한다.

WSJ에 따르면, 법무부 조사는 워싱턴과 샌프란시스코의 사기 사건 담당 검사들이 맡고 있다. WSJ는 “검찰과 규제 당국은 금융기관이나 상장 회사가 예상치 못한 큰 손실을 낼 경우 조사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며 “(SVB에 대한) 별도의 조사는 아직 예비 단계에 있고 위법 행위 혐의나 기소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미 증권거래위는 SVB 파산 전 은행이 고객과 투자자들에게 재정적 위험이나 사업 불확실성을 정확하게 공개했는지 여부를 조사한다. 앞서 게리 겐슬러 증권거래위원장은 파산한 SVB 및 시그니처은행뿐 아니라 위기설이 나온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B), 코메리카은행 등 지역 은행의 불법 여부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겐슬러 위원장은 지난 12일 성명에서 “변동성과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이 시기에 증권거래위는 특히 시장 안정성 모니터링은 물론 투자자와 전체 시장을 위협할 수 있는 형태의 위법 행위를 찾아내 고발하는 일에 집중할 것”이라며 “연방증권법 위반 행위를 찾아내면 집행 조치에 나서겠다”고 했다.

SVB에 이어 지난 12일 파산한 시그니처은행도 가상화폐 거래와 관련해 법무부와 증권거래위의 조사를 받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시그니처은행이 뉴욕 규제당국 금융서비스부(DFS)에 인수되기 전에 미 검찰이 이 은행과 가상화폐 업체들과의 거래에 대해 조사하고 있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워싱턴DC와 뉴욕 맨해튼의 법무부 수사관들은 시그니처은행이 범죄 징후가 있는 거래 감시 등 잠재적인 돈세탁을 찾아내기 위한 조치를 충분히 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14일 성명에서 SVB 등 중소 은행 파산과 관련해 “은행 부문의 도전이 상기시켜 주는 것처럼 꾸준하고 안정적인 성장으로의 전환 과정에서 좌절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강력한 위치에서 이런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사태 극복 의지를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 같은 달보다 6.0% 올라 전체적으로 물가 상승세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이날 노동부 발표를 들어 “지난 여름보다 (미국의) 연간 인플레이션이 3분의 1 감소했음을 보여준다”며 “나는 열심히 일하는 미국인들이 월말에 좀 더 숨 쉴 공간을 갖도록 비용을 낮추기 위해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SVB와 시그니처은행의 파산 이후 나온 미 정부의 긴급 조치에 힘입어 다른 중소 규모 은행으로의 사태 확산은 이어지지 않고 있다.

14일 뉴욕 증시에서 지역 은행들의 주가는 일제히 상승세로 돌아섰다.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우려에 전날 주가가 60% 급락했던 FRB는 이날 26.98% 오른 39.63달러(5만1836원)에 마감했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100달러를 웃돌았던 주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낮은 수준이지만 일단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 솔트레이크시티에 본사가 있는 자이언즈 뱅코프 주가도 4.47% 상승했고, 클리블랜드에 본사를 둔 키코프 주가는 6.94%, 댈러스의 코메리카는 3.99% 올랐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정확히 예측해 대규모 공매도 투자로 막대한 수익을 올린 ‘월가의 전설’ 마이클 베리는 이날 트위터를 통해 “SVB발 금융 위기는 진정한 위기가 아니며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자신의 이야기가 영화 ‘빅 숏’으로 제작되기도 했던 마이클 베리는 이번 SVB 붕괴를 2008년 금융 위기, 2001년 닷컴 버블 사태와 비교한 뒤 SVB를 둘러싼 위기가 매우 빨리 해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투자자들의 우려가 완전히 가시지는 않은 모습이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는 미국의 전체 은행 시스템에 대한 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내렸다. 무디스는 “실버게이트은행, SVB, 시그니처은행의 뱅크런 및 파산에 따라 (은행들의)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악화 파산과 뱅크런 이후 운영 환경이 급격하게 약화한 것을 반영한 결정”이라고 했다.

무디스는 “인플레이션이 연방준비제도(연준ㆍFed) 목표 내로 돌아올 때까지 금리가 더 오래 더 높게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며 “은행들의 자금조달 비용이 이제 크게 높아졌고 채권자산 비중이 높은 경우 그 압박이 더 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미국 경제가 올해 말 침체에 빠질 수 있고 그러면 은행산업에 더 강한 압박이 가해질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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