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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팬덤 늪 빠진 민주…이재명 지지율 끌어올릴 대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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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더불어민주당은 사법리스크와 팬덤정치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15일로 출범 200일을 맞이하는 ‘이재명호(號) 민주당’에 대해 당 안팎에서 제기되는 의문이다.

[이재명의 민주당 200일]

더불어민주당 2024 총선 공천제도 TF 제2차회의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가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2024 총선 공천제도 TF 제2차회의가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렸다. 이재명 대표가 참석자 소개를 들으며 박수치고 있다. 김성룡 기자

14일 민주당 내부에선 이 대표 거취 논쟁이 벌어졌다. 조응천 민주당 의원은 “당 위기 때마다 선배 (당) 대표들은 자리에서 물러났다”며 사실상 이 대표의 사퇴를 요구했다. 반면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대표가 그만두더라도 최고위원 임기는 계속된다. 그래서 당대표를 그만두라는 이야기는 사라졌다”는 정반대 주장을 펼쳤다.

77.77%라는 민주당 역대 최다 득표율로 당선된 이 대표가 거취 논란에 휩싸인 건 최근 민주당이 ‘대안 야당’으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 대표 취임 당시만 해도 여당에 단 2%포인트 차 지지율 열세였던 민주당은 최근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가 6%포인트로 벌어졌다. 박성민 정치컨설팅 민 대표는 “윤석열 대통령이 잘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부정평가가 많지만, 국민은 2등으로 떨어진 이재명과 민주당에 대해서도 대안으로 보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①전면화된 사법리스크 

실제 ‘이재명호(號) 민주당’의 지지율은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크게 꺾였다. 이 대표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첫째주 한국갤럽 조사에서 34%로 출발한 민주당 지지율은, 검찰이 최측근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을 체포하고 민주당 당사를 압수수색한 국면(지난해 10월 18~20일)에서 38%→33%로 급락했다.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박빙 부결된 직후(2월 28일, 3월 2일)엔 지지율이 34%→29%로 다시 추락하면서, 한때 국민의힘과의 지지율 격차가 10% 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문제는 사법리스크가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은 지난 3일 처음 시작했고, 이른바 ‘쌍·대·성’(쌍방울·대장동·성남FC) 의혹은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법조계에서는 검찰이 향후 한두 차례 더 체포동의안을 국회에 보낼 거란 전망이 유력하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검찰이 제시하는 증거들이 다시 민주당을 흔들 수도 있다. 윤태곤 더모아 정치분석실장은 ”인천 계양을에 출마하고 당대표 나가고 할 때 다 예측됐던 어려움”이라면서 “사법리스크가 당에 미치는 영향을 어떻게 낮출 수 있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이탈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수박은 은어로 겉은 더불어민주당(파란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빨간색)이라는 뜻이다. 뉴스1

(서울=뉴스1) 조태형 기자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지지자들로 구성된 수박깨기운동본부 회원들이 3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사 앞에서 이 대표의 체포 동의안 부결 관련 이탈표 규탄 집회를 하고 있다. 수박은 은어로 겉은 더불어민주당(파란색)이지만 속은 국민의힘(빨간색)이라는 뜻이다. 뉴스1

②혁신 막는 강성 팬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표가 기대는 건 이른바 ‘개딸(개혁의 딸)’로 자처하는 지지층 팬덤이다. 대선 패배 직후 입당한 권리당원만 20만명 이상이고, 지난달 이 대표 체포안 박빙 부결 이후 입당한 권리당원도 3만명이 넘는다. 민주당 관계자는 “새로 가입한 당원들은 민주당은 싫어하지만, 이재명 개인을 지지하는 부류로, 전체 권리당원 120만명 가운데 30만~40만명이 이재명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는 상태”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이들은 이 대표의 위기 국면마다 이른바 ‘수박 색출’ 작업을 벌이며 당내 통합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받는다. 4선 중진으로 이 대표에 대해 그나마 우호적인 우상호 의원조차 “의원총회에서 발언하는 것이 실시간으로 바깥으로 전달돼서 발언이 끝나자마자 문자 폭탄이 들어온다. 자유로운 의사 표현이 불가능한 외부 압력이 분명 있다”고 호소할 정도다.

이들은 심지어 이 대표의 “자제해 달라”는 요청도 듣지 않는다. 대표적인 장면이 14일 오후 이 대표가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직접 진행한 유튜브 방송이었다. 이 대표는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색출해서 망신을 주고 공격하면 기분은 시원할지 모르겠는데, 당의 단합을 해치고 적대감이 강화된다”고 말한 뒤 객석을 향해 “여기 오신 분들은 그런 거 안 하죠?”라고 물었다. 그러자 현장에 있던 지지자들은 “여기 합니다”, “저요”라고 얘기했고, 유튜브 댓글창에도 “이간질과 당원과 지지자들의 분노는 구분하셔야죠!” “민주당 내 해당 행위자들은 쳐내야 합니다” 같은 답변이 길게 이어졌다. 이 대표 지지자들은 15일 국회의사당 앞과 강병원·윤영찬·이원욱·전해철 의원 사무실 앞에 “당대표 흔들기 그만하라”는 문구를 내걸고 트럭 시위도 벌일 예정이다.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강성 지지층의 돌출 행동이 중도층 민심 이반을 불러온다고 지적한다. 체포동의안 처리 국면이던 2월 3주차, 2월 4주차, 3월 1주차 민주당 지지율 변화폭(30%→34%→29%)보다 중도층 지지율 등락(23%→37%→30%)이 컸던 게 대표적 사례로 거론된다. 김봉신 메타보이스 대표는 “고관여 지지층의 ‘수박 색출’ 같은 강경한 행동들은 당 지지도에 좋지 않게 반영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③실종된 민생 개혁 

강성 권리당원들이 민생·정책 이슈보다는 ‘김건희 특검법’이나 ‘청담동 술자리 의혹’ 같은 정쟁 이슈에 매몰되는 것도 민주당의 부담이다. 이 대표는 지난해 8월 당대표수락 연설에서 “첫째도 민생, 둘째도 민생, 마지막도 민생”이라고 외쳤지만, 막상 구체적인 입법 성과는 손에 꼽기 어렵다는 평가다. 그나마 추진했던 양곡관리법 개정안조차 본회의 부의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회를 의석수로 건너뛰면서 169석 거야의 입법 폭주라는 비판을 불렀다.

이 대표가 취임 직후인 지난해 9월 첫 번째 지시사항으로 당내에 설치했던 민생경제위기대책위원회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와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 등 검찰 관련 기구가 활발하게 생겨나면서 당력이 분산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나마 민생을 강조하는 차원에서 이어왔던 현장 행보조차 최근 검찰 수사가 전면화되면서 줄어든 상태다.

이재묵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대표가 지지율을 회복하고자 한다면 상대진영이 싫어서 또는 윤석열 정부의 실정에 기대서가 아니라 민주당 스스로 호감을 사는 정치를 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진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최악의 딜레마 상황이다. 본인이 당대표직을 사퇴하면 쉽게 풀 수가 있지만 친명계가 허락하지 않고 이 대표 지지층이 떠나갈 우려가 있다”며 “이 대표가 대표직을 갖고 있으려면 아주 명실상부한 파격적 민생 행보로 가면서 정부·여당에 파격적인 협치를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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