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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근로시간 유연제, MZ세대 의견 끌어안아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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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지난 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대통령, “내용 보완할 점 검토하라” 지시

근로자 과로 막을 안전판 작동토록 해야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주 69시간제’로 요약되는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에 대해 재검토를 지시했다. “입법예고 기간 중 표출된 근로자들의 다양한 의견, 특히 MZ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는 게 주요 내용이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자가 주당 52시간(기본 40시간+연장 12시간)까지만 일하게 허용하던 것을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되, 더 일한 것에 대해서는 추후 단축 근무와  장기휴가로 쉴 수 있게 하자는 내용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발표했다. 당시 정부는 노사가 합의할 경우 주당 최대 69시간 또는 64시간 근로를 허용하면서 주 4일 근무가 가능한 선택근로제를 확대한다고 설명했다.

기존 ‘주 52시간제’는 2018년 문재인 정부 당시 노동자들의 과로를 막고, 삶의 질을 높이겠다는 취지로 도입됐다. 대기업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업무과중과 초과근무에 시달리던 관행이 해소되는 긍정적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특히 월급이 적은 중소기업 근로자들은 초과근무를 할 수 없어 실질임금이 줄어드는 결과를 낳았다. 특정 시점에 일감이 몰려도 일손이 부족해 경영난에 빠지는 중소기업도 생겨났다. 창업 초기기업에선 “서구 선진국의 경우도 스타트업 사람들은 밤을 꼬빡 새우기 일쑤다. 현실을 모르는 탁상행정”이란 비판이 터져나왔다.

이런 측면에서 주 69시간 근로시간 유연화 법안의 큰 방향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노동시장 개혁 연구를 맡은 전문가 그룹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가 애초 제안했던 ‘11시간 의무 휴식제’가 최종 법안에서는 선택 조항(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부여 또는 1주 64시간 상한 준수)으로 바뀐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근로자의 과로를 막을 안전판이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측면에서다. 당장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재계 쪽으로 기울어진 측면이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워라밸을 가장 중시하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있는 휴가도 못 쓰는데 장기휴가는 현실에 맞지 않다” “사실상 주 52시간이 붕괴됐다”는 등의 반발이 나왔다. MZ세대 노조인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는 지난 9일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는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개선해 왔던 국제사회의 노력과 역사적 발전 과정에 역행한다”며 연장근로 관리단위 확대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국회 다수당인 민주당도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대통령의 “보완, 검토” 지시에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이 내달 16일까지인 만큼 여러 의견을 청취해 보겠다”고 답했다. 미래의 주역인 MZ세대의 의견뿐 아니라 개편안이 국회의 벽을 넘어서야 한다는 면에서도 내용의 보완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