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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만 알던 기초 학력진단…"공개하자" 나선 지방의회, 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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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 모습. 뉴스1

10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16회 임시회 제5차 본회의' 모습. 뉴스1

지방의회와 교육청 등이 학생 기초 학력 강화 방안 마련에 나섰다. 그동안 학교에서 기초 학력 진단 검사를 해도 발표하지 않거나 아예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학력 평가를 제대로 하지 않은 게 학력 저하로 이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6년 만에 학교 학력 수준 알게 됐다 

13일 각 지방의회 등에 따르면 서울시의회는 지난 10일 ‘서울시 기초 학력보장 지원 조례’를 통과시켰다. 이 조례는 초·중·고교 학생을 대상으로 기초 학력 진단 검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공개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조례로 기초 학력 진단 결과가 공개되면 학부모들이 6년 만에 학교 학력 수준을 알게 된다고 한다.

지금은 기초 학력 진단 검사 결과를 학교만 알고 있고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학부모들은 자녀가 다니는 학교에서 아이들을 얼마나 잘 가르치고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러자 코로나19 기간 급격히 추락한 기초 학력을 끌어올리고 학교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선 진단평가를 확대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고, 이번에 다수당인 서울시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주도해 이 같은 조례를 만들었다.

서울대학교 정문 자료사진. 중앙포토

서울대학교 정문 자료사진. 중앙포토

기초 학력 강화에 팔 걷었다 

이번에 서울시의회가 만든 ‘서울시 기초 학력보장 지원 조례’를 보면 교육감이 기초 학력 진단 검사 지역·학교별 결과를 공개할 수 있고, 진단 검사 시행 현황을 정기적으로 점검해 그 결과를 서울시의회 상임위원회에 제출해야 하게 돼 있다. 학교장도 진단 검사 현황을 학교운영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교육감은 진단 검사를 잘한 학교에 행정·재정 지원을 할 수 있고, 진단 결과 공개 등 기초 학력 향상에 이바지한 교사나 학교에 ‘포상’할 수 있게 규정하고 있다.

이와함께 충북교육청은 이달 한 달간 초등학교 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검사(시험)를 실시한다. 초등학교 1학년은 오는 9월 진단검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는 지난해 충북도의회가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육환경 지원 조례’를 통과시킴에 따라 가능해졌다. 이 조례는 그간 1년에 한 차례 시행하던 진단평가를 연 2~3회로 늘리고, 대상학년도 초등학교 3학년~고등학교 1학년에서 초등학교 1·2학년을 포함하도록 했다. 지난해 6월 당선된 윤건영 교육감은 ‘기초 학력 강화’를 공약했다.

울산시의회도 지난해 11월 ‘기초학력 보장을 위한 교육환경 지원 조례안’을 처리했다. 조례안에는 교육감은 매년 기초학력 보장 시행계획을 수립·시행하고, 학급당 학생 수 조정 등 교육여건의 개선에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하는 규정이 담겼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학원가 모습. 연합뉴스

대학 진학률 공개한 교육청도 

강원도교육청은 올해부터 대학진학률을 공개하고 있다. ‘서울 주요 7개 대학(2.6%)’, ‘수도권 주요 20개 대학(7%)’, ‘도내대학(34.6%)’ 등 방식이다. 강원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와 진로 진학 담당자들이 책임감을 갖고 학생을 지도하게 하자는 차원에서 도입했다” 고 설명했다.

기초학력 평가 미비가 외려 사교육비 증가를 불러온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시의회 문성호(국민의힘) 의원은 “평가 부실은 기초 학력 저하나 사교육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교육부·통계청이 지난 7일 발표한 ‘2022년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 지출 총액은 26조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기초학력 강화에 엇갈린 시각 

기초학력 진단 강화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초등학교 3학년 자녀를 둔 이모(44)씨는 “학교에선 A4용지 한장짜리 (수학)학습지를 숙제로 내주는 게 전부”라며 “평가도 제대로 안되는 것 같아 학원에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회 이경숙 서울교육학력향상특별위원장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학습 결손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는 상황에서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조례를 대표 발의했다”라며 “진단 검사 공개는 우리 사회 원칙과 상식”이라고 말했다.

반면 29개 교육시민단체로 이뤄진 서울교육단체협의회는 조례안 통과에 “일제고사식 진단평가를 강제한 것”이라며 반발했다. 진보성향인 조희연 교육감이 이끄는 서울시교육청은 ‘다시 의회에서 심사해달라’는 재의(再議)를 요청 여부를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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