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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블룸버그 "SVB 초고속 파산...트럼프 정부 금융규제 완화 탓"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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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재정 위기가 드러난 지 이틀 만에 파산했다. 연합뉴스

지난 10일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이 재정 위기가 드러난 지 이틀 만에 파산했다.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등 미국 중소은행들이 최근 연달아 파산한 배경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시절 이뤄진 금융규제 완화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13일(현지시간)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딱 10년 만인 2018년 당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금융규제 완화법에 서명했다”며 “이로 인해 SVB와 같은 중견 기업들이 금융위기 이후 만들어진 규제로부터 해방됐고 그들은 (규제 준수) 비용을 절감했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재발을 막기 위해 2010년 ‘도드-프랭크법’을 제정해 금융규제를 강화했다. 그러나 2018년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글로벌 시스템 중요은행(G-SIB)’로 분류되는 대형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중소·지방은행에 대한 규제를 완화했다. “규제가 과하다”는 중소기업들의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특히 그레그 베커 SVB 금융그룹 최고경영자(CEO)는 입법 추진과정에서 연방상원 은행·주택·도시문제위원회 청문회에 출석해 “G-SIB들을 위한 도드-프랭크법의 틀은 SVB나 우리와 규모가 비슷한 은행들엔 적절치 않다”면서 “(해당 법을 따르기 위한) 비용은 우리에게뿐 아니라 고객들에게도 전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SVB 임직원들이 규제 준수를 위한 작업에 매해 수천 시간을 쓰지 않도록 법을 통과시켜달라”고 촉구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AP

당시 베커뿐 아니라 다른 중소은행 임원들도 정부에 비슷한 요청을 넣었고 결국 이들의 바람대로 금융규제완화법이 통과됐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법을 통과시키며 “하나의 규정을 모두에게 적용할 수 없다. 대형 금융기업들과 동일하게 중소 은행들을 규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금융규제 완화 이후 지난 5년간 미국 전역의 중소 은행들은 실제 급성장을 이뤘다. SVB만 해도 지난해 말 기준 총 예금 1754억 달러(약 232조원)로 2500개 이상의 VC(벤처캐피탈)와 헬스케어·테크 스타트업 44%를 고객으로 확보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난주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실버게이트 은행, 샌타클래라의 SVB, 뉴욕의 시그니처은행 등이 차례로 문을 닫자 일각에서는 “베커가 그토록 원했던 규제 완화가 실제로는 이런 중소은행들의 몰락을 앞당겼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VB의 초고속 파산에 대형 금융기관들은 “규제 당국이 월스트리트 대형은행들을 상대로 나사를 조일 때가 아니라, 최근 수년간 대체로 방치해 온 중소은행들에 신경 써야 할 때”라고 밝혔다.

실리콘밸리 일부를 지역구로 둔 로 칸나 연방하원의원은 “2008년 이래 우리는 바로 이런 위기를 방지하기 위해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며 “미래의 불안정성을 막기 위해서는 의회가 합심해서 트럼프 시절에 시행된 규제 완화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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