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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VB쇼크에도 2400선 회복한 증시…변수는 '과잉긴축 청구서'

중앙일보

입력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으로 장을 끝냈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22.4원 오른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이날 코스피는 전장보다 16.01포인트(0.67%) 오른 2,410.60으로 장을 끝냈다. 달러당 원화값은 이번 사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긴축 강도를 낮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 거래일보다 22.4원 오른 1,301.8원에 장을 마쳤다. 연합뉴스.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에 따른 ‘블랙 먼데이’ 폭풍은 비껴갔다. '과잉 긴축 청구서'가 날아든 금융 시장은 혼란스러웠지만, 소방수로 신속하게 움직인 미국 정부가 예금 전액 보호로 급한 불을 끈 데다 미국의 긴축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감이 충격을 완화하는 모습이었다.

13일 코스피는 2400선을 회복했다. 달러 강세가 주춤하며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값은 전 거래일보다 22.4원 오른 달러당 1301.8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가치 상승 폭은 지난 1월 9일(25.1원) 이후 두 달 만에 최대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0.67% 상승한 2410.6에 장을 마감했다. 장이 열리자마자 2400고지를 밟았다가 개인의 ‘팔자’에 2369.79까지 밀렸다. 오후 들어 기관투자자와 외국인의 순매수에 힘입어 다시 상승세로 전환했다.

코스피가 2400선을 회복한 데는 기관(3077억원)과 외국인(179억원)이 '쌍끌이 매수' 영향이 컸다. 반면 개인투자자는 홀로 3279억원어치 팔았다.

미국 달러 강세 되돌림 현상이 잦아들고 있다는 점도 국내 증시엔 호재로 작용했다. SVB사태가 격화돼 안전자산 선호 심리로 달러 몸값이 오르고 원화값이 떨어지면 외국인 자금이 빠져나갈 수 있어서다.

시가총액 상위 종목도 일제히 상승했다. 시총 상위 10개 종목(우선주 제외) 가운데 LG 홀딩스(2.18%)의 상승 폭이 가장 컸고, 포스코홀딩스(2.03%), LG화학(1.56%), 네이버(1.35%), 기아(1.03%) 등의 주가도 1% 이상 상승했다.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예고된 위기에도 금융시장이 출렁이지 않은 건 미국 정부가 ‘소방수’로 나서면서 기준금리 속도 조절에 대한 시장 기대가 되살아난 영향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 재무부와 연방준비제도(Fed), 연방예금보험공사(FDIC)가 고객이 SVB에 맡긴 돈 전액을 보증하기로 했다는 소식에 일단 안도했다.

게다가 이번 SVB 사태로 Fed가 바짝 죈 긴축 고삐를 늦출 수 있다는 시장의 기대감에 불을 붙였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 규모 2100억 달러를 보유한 미국 중견 은행인 SVB가 벼랑으로 몰린 원인 중 하나가 ‘고강도 긴축’인 만큼 Fed가 속도 조절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판단의 근거는 이번 사태가 과잉 긴축의 후유증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Fed가 지난해 3월부터 기준금리를 빠르게 인상하자 고금리로 자금 경색에 시달린 SVB의 주요 고객인 스타트업이 예금을 인출하기 시작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SVB가 채권으로 보유했던 자산을 팔아 사태 진화에 나섰지만, 채권 가격 하락(채권 금리 인상)으로 유동성 부족을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파산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긴축으로 인한 금융시스템 전반의 체력이 약화한 만큼 Fed가 고강도 긴축을 이어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오는 21~22일(현지시간)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Fed가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 밟을 확률은 확 낮아졌다.

13일 시카고상품거래소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Fed가 이달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할 확률은 일주일 전 31.4%에서 현재 0%로 떨어졌다. Fed가 베이비스텝(기준금리 0.25%포인트 인상)을 택할 확률은 98.2%에 이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는 한발 더 나아갔다. Fed가 이번 달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골드만삭스는 1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서 “SVB 파산 사태로 미국 금융 시장의 미래가 불안정해졌다”며 “Fed가 3월 FOMC에서 금리 인상을 건너뛸 것”이라고 밝혔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증시가 소폭 반등하고 원화 가치도 뛰었지만, 불안한 안도라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부작용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과잉 긴축’ 청구서가 언제 날아들지 모른다는 것이다.

오는 14일(현지시간) 미국 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를 시작으로 오는 15일 생산자물가지수(PPI)와 소매 판매 등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잇따라 발표된다는 점도 변수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급한 불(정부 보증)은 껐지만, Fed의 급격한 금리 상승에 따른 후폭풍이 이어질 수 있다”며 “재무 구조가 취약한 기업부터 유동성 위기에 봉착하면서 국내외 증시의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송기종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실장은 “(중견 은행인) SVB가 금리 상승기에 위험 관리에 실패했다면 유사한 문제에 봉착한 은행이 나타날 수 있다”며 “금리 상승 부작용이 누적되면 금융시스템 훼손으로 경기는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SVB 파산 사태가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팀장은 “SVB는 스타트업 중심의 고객, 자산 대부분을 채권으로 운영하는 등 이례적인 사례”라며 “과거 리먼 브러더스 파산처럼 세계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퍼질 만큼 영향력이 크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이날 아시아 증시는 혼조세를 띠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2% 올랐고, 대만 가권지수도 소폭 상승(0.22%)했다. 반면 일본 닛케이225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11%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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