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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보통합 반대한다" 유치원 교사 68%인데…어린이집은 12%

중앙일보

입력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내 송파 위례 유치원을 찾아 수업 중인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위례신도시 내 송파 위례 유치원을 찾아 수업 중인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유보통합’ 정책의 갈등 구조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보통합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소관 업무가 나뉘어진 유아교육과 보육의 체계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측에서 교직원과 학부모 모두 유보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교직원 67.9%가 유보통합에 반대(찬성은 28.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 교직원은 반대가 11.8%(찬성 79.9%)였다. 양측의 학부모들의 찬성 의견도 엇갈렸다. 학부모의 반대 의사는 유치원이 41.9%, 어린이집이 20.2%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5~8일 온라인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이며 어린이집·유치원 교직원 325명과 학부모 214명이 참여했다. 전체적인 찬성 비율은 교직원 55.1%, 학부모 53.7%로 조사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달 23일 총회에서 유보통합 시범운영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합 반대 교직원 45%,“처우 나빠질 것”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연구진은 “대부분 유치원 교직원은 어린이집 교직원이 쉽게 교원 자격을 획득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보통합에 반대한 교직원의 45.2%는 “교사 자격, 처우 등이 더 나빠질 것이 우려된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교육부는 현행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요건과 질적 수준을 유치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20년 차 공립유치원 교사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는데, (교사 통합 방안을 잘못 세웠다간) 처우만 높아지고 질이 담보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조합원들이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에서 가진 전국교사결의대회에서 윤석열식 유보통합을 전면 철회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뉴스1

유보통합 기관에서 근무할 교사의 적정 학력에 대한 질문에서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반응이 달랐다. 유치원 교직원은 0~2세 반(57.1%)과 3~5세반(82.1%) 모두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어린이집 교직원은 0~2세 반 교사의 적정 학력으로 전문대 졸업(47.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와 관련, 이중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이미 교육과정이 누리과정으로 통합된 데다 현실적으로 기존 교사의 학력 조건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연령별로 이원화 통합하자” 의견 50% 넘어

학부모들은 4년제 대학(54.0%), 전문대학(30.5%) 순으로 응답했다. 연구진은 “학부모, 교직원 설문을 두루 종합할 때 학력의 수준을 학사 이상으로 본 것이므로 향후 통합 기관 교사의 학력을 현재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학점은행제를 폐지하고 기본적으로 4년제 학과제 중심으로 개편하고 전문학사의 경우 전공심화 과정을 추가로 이수해 학사자격을 획득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바람직한 유보통합 형태로는 현행처럼 연령별로 기관을 이원화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직원 51.5%, 학부모 57.4%가 이 같이 답했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아이들의 발달 격차가 0~5세 사이에는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유보통합에 대해 교사들의 반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치원에는 0~2세 돌봄 기능이 사실상 없는데 유보통합이 전면 실시되는 2025년까지 시설이나 콘텐츠 문제가 해결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은 교직원 72.8%가 만 0~5세 기관을 일원화, 통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부모는 일원화(47.7%)와 연령 분리(48.6%) 비율이 비슷하게 나왔다. 연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교육부 중심의 만 0~5세 유보통합을 실행하기로 언급했으므로 일원화 통합 체제 하에서 유아의 연령에 맞게 전문성을 강조하는 정책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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