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인 ‘유보통합’ 정책의 갈등 구조를 보여주는 설문조사 결과가 나왔다. 유보통합은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로 소관 업무가 나뉘어진 유아교육과 보육의 체계를 통합하는 것을 골자로 한 정책이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측에서 교직원과 학부모 모두 유보통합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더 크게 내고 있었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가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에게 의뢰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치원 교직원 67.9%가 유보통합에 반대(찬성은 28.2%)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어린이집 교직원은 반대가 11.8%(찬성 79.9%)였다. 양측의 학부모들의 찬성 의견도 엇갈렸다. 학부모의 반대 의사는 유치원이 41.9%, 어린이집이 20.2%였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12월 5~8일 온라인에서 진행된 설문조사이며 어린이집·유치원 교직원 325명과 학부모 214명이 참여했다. 전체적인 찬성 비율은 교직원 55.1%, 학부모 53.7%로 조사됐다.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번 설문조사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달 23일 총회에서 유보통합 시범운영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통합 반대 교직원 45%,“처우 나빠질 것”
연구진은 “대부분 유치원 교직원은 어린이집 교직원이 쉽게 교원 자격을 획득하게 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유보통합에 반대한 교직원의 45.2%는 “교사 자격, 처우 등이 더 나빠질 것이 우려된다”는 것을 이유로 꼽았다고 한다.
어린이집 교사는 학점은행제 등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지만, 유치원 교사는 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한 뒤 정교사 자격을 취득해야 한다. 교육부는 현행 어린이집 교사의 자격요건과 질적 수준을 유치원 수준으로 높이는 방향으로 잡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20년 차 공립유치원 교사는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지 못하는데, (교사 통합 방안을 잘못 세웠다간) 처우만 높아지고 질이 담보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보통합 기관에서 근무할 교사의 적정 학력에 대한 질문에서도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반응이 달랐다. 유치원 교직원은 0~2세 반(57.1%)과 3~5세반(82.1%) 모두 4년제 대학 졸업자가 적정하다고 답했다. 반면 어린이집 교직원은 0~2세 반 교사의 적정 학력으로 전문대 졸업(47.6%)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와 관련, 이중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 회장은 “이미 교육과정이 누리과정으로 통합된 데다 현실적으로 기존 교사의 학력 조건을 올리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연령별로 이원화 통합하자” 의견 50% 넘어
학부모들은 4년제 대학(54.0%), 전문대학(30.5%) 순으로 응답했다. 연구진은 “학부모, 교직원 설문을 두루 종합할 때 학력의 수준을 학사 이상으로 본 것이므로 향후 통합 기관 교사의 학력을 현재보다 높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또 “(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학점은행제를 폐지하고 기본적으로 4년제 학과제 중심으로 개편하고 전문학사의 경우 전공심화 과정을 추가로 이수해 학사자격을 획득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바람직한 유보통합 형태로는 현행처럼 연령별로 기관을 이원화하자는 의견이 많았다. 교직원 51.5%, 학부모 57.4%가 이 같이 답했다. 이경미 한국국공립유치원교원연합회 회장은 “아이들의 발달 격차가 0~5세 사이에는 굉장히 큰 차이를 보이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밀어붙이는 유보통합에 대해 교사들의 반대가 있다”고 말했다. 또 “유치원에는 0~2세 돌봄 기능이 사실상 없는데 유보통합이 전면 실시되는 2025년까지 시설이나 콘텐츠 문제가 해결 가능한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어린이집은 교직원 72.8%가 만 0~5세 기관을 일원화, 통합해야 한다고 답했다. 학부모는 일원화(47.7%)와 연령 분리(48.6%) 비율이 비슷하게 나왔다. 연구진은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교육부 중심의 만 0~5세 유보통합을 실행하기로 언급했으므로 일원화 통합 체제 하에서 유아의 연령에 맞게 전문성을 강조하는 정책 개편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